시골집에서 찾는 슈필라움의 생산 활동


슈필라움(Spielraum)식 라이프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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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아침을 깨우는 부지런함

야쿠쇼 코지 주연의 영화 ‘퍼펙트 데이즈’에서는 골목을 쓰는 빗자루 소리에 잠이 깬다. 나는 시골집 담장 밑을 지나는 희미한 농기구와 스쿠터 소리에 눈이 뜨인다. 새벽일을 나서는 부지런한 농부의 소리이기도 하다. 엄동설한에 새벽부터 무슨 할 일이 있을까 싶지만 비닐하우스나 스마트팜으로 가는 것이리라.

시골집에서 찾는 슈필라움의 생산 활동 1
시골집 빈집을 지키는 길고양이

서리꽃 피는 고요의 아침

미명의 새벽 공기의 찬 기운이 방문 틈으로 스며든다. 느릿하게 몸을 일으켜 마루에 나가 마당을 내다보니, 새벽에 내린 서리가 자동차와 원목 탁자 위에 하얗게 얼어 있다. ‘새벽빛 와닿으면 스러지는 이슬’이 아닌 차가운 서리꽃이다.     

차가운 새벽 공기가 폐부 깊숙이 스며들자, 잠들어 있던 감각들이 하나둘 깨어난다. 두툼한 옷을 껴입고 마당으로 나서니, 시골 빈집을 지키는 두 마리의 길고양이가 기다렸다는 듯이 야옹거리며 발치로 다가온다. 

“그래, 배고팠지?”

사료를 밥그릇에 채워주자 기다렸다는 듯이 허겁지겁 먹기 시작한다. 고양이들이 밥을 먹는 동안 한쪽 마당에서 맨손 체조와 간단한 기구를 이용한 근력 운동을 한다. 이제야 손바닥에 온기가 돌고 굳은 어깨와 뻣뻣한 허리가 풀린다.      

오전, 커피 한잔으로 나만의 하루를 시작하다

가벼운 운동을 마치고 커피 포트에 물을 데운다. 뜨거운 커피 한 잔을 들고 마당을 향해 책상에 앉는다. 마당은 어느새 언 서리가 녹아내리며 맺힌 물방울들이 햇살에 반짝이고 있다. 아름다운 시골 풍경이다.     

PC를 켜고 간밤의 거래처 서버 상황을 점검한다. 데이터 백업까지 이상 없다. 이번엔 분양 대행 프로그램에 컴플레인이 있을까 이메일을 열람한다. 컴플레인이나 프로그램 수정사항도 없다. 이제부터는 오롯이 나만의 시간이다.     

간밤에 읽다만 책을 읽는다. 눈이 피로해지면 책을 덮고 떠오르는 생각들을 글로 남긴다.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가는 동안, 내 안의 생각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따금씩 마음에 드는 문장이 써지면 나 홀로 자뻑의 미소를 짓기도 한다     

평소 아침을 먹지 않는다. 하지만 시골집에 오면 11시쯤 아점을 먹게 된다. 식탐이 없고 초딩 입맛인 나는 따뜻한 밥과 김치 그리고 밀키트식 된장국이나 찌개로 간단히 먹는다. 가끔 계란 프라이나 김을 먹기도 한다.

이른 점심을 먹고 난 후에는, 마루에 앉아 오후의 햇살을 기다리며 멍때리기를 한다. 나에게는 더 없는 혼놀의 평온함을 만끽하는 순간이다.      

서향인 시골집 마루에 오후의 햇살이 들어오면 잠시 마당에 나가 길고양이들과 일광욕을 한다. 그리고 약간의 오수를 즐긴다.

시골집에서 찾는 슈필라움의 생산 활동 2
구글 애드센스

오후, 생산적인 슈필라움 구글 애드센스     

오후에는 생산적인 일을 한다. 혼자 있는 시간은 고독하지만 고립을 통해 몰입이 가능하기에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다. 정보성 글을 게시하여 원고료 대신 광고료를 받는 구글 애드센스 작업이다. 나에겐 김정운 문화심리학 교수가 이야기한 일과 놀이 공간 즉, 슈필라움(Spielraum)의 분위기인 것이다.       

정보성 자료를 찾고, 팩트체크를 하고, 게시글을 완성하면 노동의 참맛이 느껴진다. 오후의 햇살이 설핏해지고 땅거미가 내려앉으면 상쾌한 맥주 한 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맥주 한 모금에 몸과 마음의 피로를 씻겨 낸다.     

고요함 속에서 찾는 시골집의 즐거움

매월 1~2주 머물게 되는 시골집에서 보내는 하루는 단순하지만 충만하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웃사이더의 분위기로 나 자신과 마주하는 고요. 도시에서 느낄 수 없었던 이 고요를 나는 사랑한다.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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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에서 찾는 슈필라움의 생산 활동 3
시골집의 새벽 서리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