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겡끼데스까 나카야마 미호를 추억하며


러브레터 나카야마 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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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산책의 정신력

날씨가 추워지니 저녁 산책이 머뭇거려진다. 이럴 때는 국가대표 축구선수였던 이영표의 한 마디를 떠 올린다. 어느 유튜브 대담 프로에서 이영표가 했던 말인데, “좋아하는 것과 해야 하는 것이 있다면, 해야 하는 것을 우선 실행해야 한다”라는 요지였다. 당연한 말이라고 생각하는 이 한 마디로 게을러지려고 하는 나의 마음을 다진다.

5 천보 걷기를 위한 저녁 산책을 준비한다. 추운 날이 되면 ‘좋아하는 운동’은 아니지만 ‘해야 하는 운동’ 이기에 넥워머와 귀마개를 하고 재차 삼차 정신력을 가다듬는다. 

역시나 저녁 바람이 매섭다. 거리의 낙엽은 아름다움을 잃은 채 발밑에서 잊히고, 하루의 활력은 어둠 속에 묻힌다. 한때 활기로 가득 찼던 시민 운동장은 초저녁이지만 고요하고 적막하기까지 한다. 어서 5 천보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나카야마 미호의 부고

허황한 도심의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따스한 온기가 온몸을 감싼다. 따스한 유자차를 마시며 뉴스 피드를 살피는데 부고소식이 눈에 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러브레터”로 잘 알려진 나카야마 미호(中山 美穂)의 사망 소식이다.     

나카야마 미호와 청춘의 기억

서른이 되던 해에 도쿄로 직장을 옮겼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나라에서 IT개발자로서 하루 종일 모니터만 바라보며 일을 하다 퇴근을 했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었다. 집에 오면 백색 소음을 위한 TV를 켜고, 책상에 앉아 책을 보거나 누워서 음악을 들었다.   

그때 TV드라마에서 언뜻언뜻 눈에 띄는 배우가 있었다. 나카야마 미호였다. 당시 20대였던 그녀는 아이돌 가수로서 배우 활동도 겸했는데, 나에게는 노래보다는 배우로서 활동이 더 눈에 띄었다. 맑은 눈망울과 편안한 미소가 좋았다. 차도녀의 스타일이 아닌 따뜻한 감성을 지닌 그녀의 매력을 점차 느끼게 되었다.      

이후로는 TV편성표에서 나카야마 미호의 출연 드라마나 예능프로 시간을 메모하는 습관이 생겼고, 드라마가 있는 날에는 곧장 퇴근을 하기도 했다. 드라마 속의 그녀를 보며 외로웠던 타국생활을 잠시나마 달래는 순간이었다. 

 

러브레터, 새 구두를 사야 해, 나비잠

오늘 나카야마 미호의 비보를 듣고 그때가 떠올라 가슴이 약간 먹먹해짐을 느꼈다. 30여 년 전의 기억이라서 그랬을까, 그녀의 얼굴은 흑백 영화의 한 장면처럼 떠올랐다. 나카야마 미호를 떠올리며 생각나는 영화는 <러브레터>, <새 구두를 사야 해>, <나비잠>이다. 

일본 문화의 개방 분위기에서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영화 <러브레터>는 순수한 첫사랑의 설렘이었고, 첫 파리 여행을 떠나기 전에 보았던 <새 구두를 사야 해>는 청춘이 지나 중년을 향하는 영화였고, <나비잠>은 세월의 흔적과 그 속에 깃든 삶의 고독과 슬픔을 느끼는 영화였다.  

나카야마 미호 영원히 잠들다

이제 그녀는 삶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그녀가 남긴 작품들은, 영원히 나의 마음속에 고독과 삶의 아름다움을 떠오르게 할 것이다. 

나카야마 미호,
그녀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하며, 언젠가 다시 그녀의 영화를 보며 그 시절의 추억을 되새길 것이다. 그녀의 아름다운 기억이 영원히 빛나기를…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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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나무위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