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가족 여행(제2화)
하코네 온천과 가이세키
이번 일주일 도쿄여행에서 메인 여행지는 하코네 온천이다. 평소 사우나를 즐기는 아내에게 선물하고픈 온천여행이다.
온천 여행을 위해 신주쿠역으로 로망스카를 타러 간다. 로망스카 특징은 기관사가 간이 이층에 위치하기에 고객이 1층 첫 좌석에 앉을 수가 있다. 1층 첫 좌석은 네 좌석이 전부인데, 여기에 앉으면 레일 위로 시원스레 펼쳐진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특혜가 생긴다. 따라서 로망스카 첫 좌석을 예약하기 위해서는 치밀한 계획이 필요하다.
해당일의 인터넷 예약창이 열리면 빠른 손놀림으로 예매를 선점해야 한다. 이번 로망스카 예약도 딸아이가 진행을 했다. 딸아이는 첫 좌석 예약을 위해 한 달 전부터 예약 오픈을 기다렸다. 출발일자 예매에서는 두 번째 좌석이었지만, 돌아오는 일자 예매에서는 첫 좌석 예매에 성공했다. 우리 부부에게는 훌륭한 여행 선물이 되었다.
신주쿠 오다큐 역에서 로망스카를 타고 하코네 온천지로 떠난다. 하코네 온천지는 결혼 전 일본회사 근무시절에 사원여행으로 한 번 다녀온 적이 있다. 이번 하코네행은 30여 년만에 떠나는 온천여행이다.
하코네 온천행 로망스카
로망스카는 초록초록한 산자락을 끼고 하코네유모토역(箱根湯本駅)으로 달린다. 날씨는 흐려있지만 온천욕 하기엔 안성맞춤인 날씨이다. 차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시간이 멈춘 듯한 고요한 풍경이다.
미즈노토(水ノ音) 온천료칸
고와키다니역에 하차하니 예약한 온천료칸의 미니밴이 대기하고 있었다. 미니 밴을 타고 5분 정도 오르막을 오르니 온천료칸이 나타났다. 모던풍의 료칸이지만 온천지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미즈노토(水ノ音) 온천료칸이다.
호텔 체크인과는 달리 온천 이용과 식사에 대해 설명이 많을 것 같아, 체크인 프런트에 다가서니 딸아이가 괜찮다고 한다. 정말 일본어 설명을 다 알아듣고서 괜찮다는 건지 확신은 안 서지만 일단 뒤로 물러선다.
하코네(箱根) 온천지
일본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이름만으로도 깊은 산속 온천에 몸을 담근 듯 포근해질 것이다. 드디어 여장을 풀고, 노천탕에 몸을 맡기니 매끄러운 온천수가 여행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준다. 코끝을 간질이는 유황향과 눈앞에 펼쳐지는 초록이 깊어가는 숲의 적막. 세상의 모든 시름은 산 너머로 사라지고 오롯이 ‘나’만 남았다. 힐링의 순간이다.
딸아이는 엄마와 함께 개인 노천탕까지 다녀왔다고 한다. 대중 노천탕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즐겼다고 즐거워한다. 모녀의 즐거움을 듣노라는 타인의 즐거움도 나의 즐거움 못지않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온천욕의 즐거움만을 생각하다 보니 이제야 시장기가 느껴진다. 온천료칸의 매력 중의 하나가 ‘가이세키’가 아니던가. 마침 딸아이가 가이세키 예약 시간이 되었다고 저녁을 먹으러 가자고 한다.
온천료칸의 매력 가이세키
가이세키(懐石)라는 말은,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품에 안는 돌’이라는 뜻이다. 그 유래를 찾아보니 선승들은 차를 마시기 전, 허기를 달래기 위해 찬 돌을 품에 안고 배고픔을 참았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품에 안는 돌’의 일본식 발음에서 ‘가이세키’라는 이름이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시간이 흘러 가이세키는 점차 정교하고 화려한 요리로 발전했는데, 일본의 미의식이 가미되어 오늘날 온천 료칸에서 우리가 보는 가이세키 요리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예약된 가이세키 장소로 이동한다. 일본 전통 복장을 한 직원의 예우를 받으며 극진한(?) 손님대접을 받는다. 외국인이라는 정보를 받아서인지 영어로 음식 설명을 한다. 무례를 무릅쓰고 중간에 끼어들어 일본어 설명으로 부탁을 했더니, 일본어를 안다니 다행이라고 안심하는 표정이다.
역시 가이세키 특징 중의 맛은 차치하고라도 은연중에 바라는 ‘대접받는 기분’ 하나만으로도 온천료칸에서의 힐링을 만끽한다.
딸아이와 별자리 추억 만들기
카이세키 후,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잠이 들었는데 새벽 4시쯤 잠이 깨었다. 창문 너머 달과 별자리가 눈에 들어왔다. 평소 도회지서 볼 수 없는 별자리이기에 베란다로 나갔다. 잠을 잔 줄 알았던 딸아이도 따라 나왔다. 우리는 좀 더 멋진 별자리를 찍기 위해 휴대폰 촬영옵션을 변경해 가며 열심히 별자리를 찍었다.
다시 잠이 들긴 아까워 료칸 로비로 내려갔다. 딸아이와 따뜻하고 고소한 새벽의 모닝커피를 마셨다. 이런저런 여행 이야기를 하는데 문자 알림음이 울린다. 아내의 문자이다. 염려의 문자인지 질투의 문자인지 모르겠다. 염려든 질투든 가족 간에 무슨 문제겠는가. 지금 이 순간만큼은 다~ 가족 간의 행복인 것을…
To be continued…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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