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마을 할슈타트 24시


나 홀로 비엔나 여행(제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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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 정오

알프스에서 흘러내린 맑은 물줄기가 모여 이룬 할슈타트 호수를 페리로 건너고 있다. 호수는 거울처럼 투명하고 잔잔하다. 소박한 동화의 마을 한 장면처럼 여겨지는 할슈타트의 전경이 눈앞으로 다가온다. 쾌청한 날씨지만 산등성에는 만년설이 하얗게 쌓여 있는 이국적인 풍경이 신기하기만 하다.

페리는 이윽고 선착장에 닿는다. 할슈타트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마음은 이미 동화 속 마을에 들어선 듯하다.

예약한 할슈타트 헤리티지 호텔에 들어선다. 체크인 시간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지만 프런트에 바우처를 건네니 곧바로 체크인이 이뤄진다. 호텔 룸은 예상보다 넓고 온화한 인테리어 분위기여서 여행 기분이 더 없이 충만해진다. 혼자 사용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시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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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마을 할슈타트 24시 1
헤리티지 호텔 창밖으로 할슈타트 호수가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호수의 풍경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창가에 서서 호수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의 마음을 갖게 한다. 호수를 바라보며 멍때리기 시간을 보내기 위해 찾아온 할슈타트. 밤하늘의 별빛과 잠든 호수의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나는 어떤 생각에 잠기게 될까.

잠시 침대에 누워 팔베개를 한 채 다시 호수를 바라본다. 평화롭고 평온한 풍경이다.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하는 바람 때문인지 스르르 눈이 감기고 만다.

오후 3시

할슈타트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뷰포인트에 섰다. 한때 오버투어리즘의 후유증으로 가림막이 설치되기도 했던 뷰포인트인데, 지금은 철거되고 없다. 사진으로 익히 보아온 할슈타트의 풍경 그대로이다. 잔잔한 감동이 밀려온다. 한참을 서서 할슈타트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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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팔 벌려 환호하는 여행자

오후 5시

햇살이 강해 잠시 미뤘던 동네 마실을 나간다. 할슈타트 마을의 상징 같은 교회 앞은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이어 전통적인 집들과 돌길이 있는 골목길을 거닐며 이곳저곳을 탐방한다. 마을 곳곳의 작은 상점들은 관광객을 위한 기념품과 소금 특산품으로 가득하다.

관광객이 붐비는 도로에서 벗어나 한산한 호수의 끝자락으로 발길을 옮긴다. 애완견을 거느리고 벤치에 앉아 독서삼매경에 빠진 남성 옆으로 살며시 앉는다. 마을 전체와 호수, 그리고 주변 산의 아름다운 전경이 한눈에 보인다. 소금광산이나 여타 관광지는 관심밖이다. 이대로 저녁 노을이 질 때까지 멍때리기를 할 예정이다.

오후 7시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고 했던가. 6시 15분 마지막 페리가 떠나서인지 관광객이 급격히 줄었다. 식당과 호텔 로비 외에는 거리의 인적이 드물다. 거리에는 이내 땅거미가 지고 저녁을 먹기 위해 호텔 레스토랑으로 간다.

비엔나의 현지 음식인 슈니첼을 처음 맛본다. 우리나라 돈가스와 비슷한 맛이지만 슈니첼의 부드러움이 더 낫다는 생각이다. 식사와 함께 맥주잔을 기울이며 어스름 야경을 감상한다. 레스토랑의 아늑함과 창밖으로 보이는 야경이 어우러져 나의 마음은 평온함에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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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마을 할슈타트 24시 3
고즈넉한 저녁 시간

오후 8시

소화도 시킬 겸 저녁 산책을 나선다. 관광객으로 붐비던 도로에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한산하다 못해 적막한 기운이 감돈다. 가로등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한다. 내가 원하는 할슈타트의 분위기가 된다. 나로서는 멋지고 낭만적인 산책이다.

다시 할슈타트 뷰포인트에 오른다. 어두워진 하늘 아래, 마을 곳곳에 불이 켜지며 야경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호수에 비치는 불빛 역시나 아름답다. 여행자 몇몇이 야경을 카메라에 담느라 분주하다. 어둠 속으로 젖어드는 할슈타트를 시간별로 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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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등이 하나 둘 켜지는 할슈타트

새벽 1시

새벽 1시쯤 눈이 떠졌다. 창문을 열고 호수를 바라본다. 검은빛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주변은 적막강산이다. 밤하늘을 바라본다. 광공해가 없어서인지 제법 많은 별들이 보인다. 어린 시절 기억하던 ‘쏟아지는 별빛’은 아니지만 말이다.

새벽 5시

이른 새벽 호숫가로 나간다. 마을은 여전히 잠든 듯 고요하다. 식당 재료를 공급하는 트럭만이 분주히 움직인다.

아침의 상쾌한 공기와 함께 할슈타트의 조용한 아침을 만끽한다. 선착장 벤치에 앉아 호수를 바라보노라니 물안개가 피어오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수면에 반사되어 데칼코마니처럼 아름답게 비치는 호수 위의 풍경은 황홀하기만 하다.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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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슈타트 밤하늘과 새벽 호수

아침 7시

호텔 조식을 간단히 먹고 커피를 마신 후 호텔방으로 돌아온다. 한동안 호텔방 창가와 베란다에서 멍하니 시간을 보낸다. OBB기차가 정차하는 간이역의 모습과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페리는 벌써부터 분주하다.

오전 10시

식곤증이었나 보다. 창가에 앉아 멍하니 시간을 보내다 잠시 침대에 누워 창밖을 보다가 실잠이 들었다. 눈을 뜨니 10시가 넘었다. 이제 체크아웃 준비를 해야 한다.

창문 밖 할슈타트 호수
침대에 누워 팔베개를 하고 창밖의 호수를 바라보는 평온한 멍때리기

비엔나 시내 가성비 좋은 호텔 리뷰

오전 11시

체크아웃을 하고 안온하고 정들었던 호텔을 나선다. 선착장 벤치에 앉아 페리가 실어 나르는 관광객을 구경한다. 마지막으로 호수와 주변 경관을 바라보며 할슈타트 여행을 마무리한다.

정오 12시

할슈타트에 온 지 만 하루가 지났다. 비엔나로 돌아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12시 35분 페리를 타야 한다. 이번 할슈타트에서 보낸 시간은 마치 꿈처럼 아름답고 평화로웠다. 할슈타트에서의 24시간은 나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과 힐링의 시간을 선물해주었다.

이제 다시, 비엔나로 돌아가 오전에는 베토벤과 슈베르트 그리고 브람스, 오후에는 제체시온에서 클림트의 베토벤 프리즈를 감상할 계획이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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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슈타트 페리와 OBB기차 시간표

동화마을 할슈타트 24시 6
할슈타트 선착장(Markt1)의 페리/OBB기차 시간표(2024년)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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