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딜리아니가 잔느를 만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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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파리 여행(제8화)

카페의 문화와 예술

파리 몽파르나스엔 파리의 3대 카페 중의 하나인 <라 로통드> 카페가 있다. 1911년에 문을 연 카페인데 당시에는 몽마르트 다음으로 많은 예술인이 드나들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로 말하면 탤런트 최불암의 모친이 운영했다던 명동의 <은성> 같은 곳이었다.

여러 문화인과 명동백작이 탄생한 은성처럼 로통드 카페에도 쟝 콕도, 피카소, 샤갈, 아폴리네르, 모딜리아니가 주로 드나들었다고 한다. 이곳은 문학과 철학을 이야기하고 문화와 예술을 꽃피우던 사랑방이었던 곳이다.

잔느의 아몬드 눈동자

모딜리아니와 그의 뮤즈 잔느 에뷔테른이 만나 사랑의 이야기를 나누었을 분위기의 창가에 앉는다. 모작이지만 카페엔 모딜리아니 그림이 벽면마다 걸려있다. 모딜리아니와 잔느가 앉았을 것 같은 창가에서 커피를 마시며 모딜리아니와 잔느가 만나는 상상을 한다.

모딜리아니가 그린 잔느의 아몬드 눈동자를 떠올리면 우수에 젖은 눈매에서 창백한 눈동자가 떠오른다. 동시에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을 함께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모딜리아니가 잔느를 만나는 곳 1
모딜리아니의 복사 그림이 걸려있는 <라 로통드> 카페

칼세이건의 창백한 눈동자

미지의 우주를 향해 긴 여행을 떠난 우주탐사선 보이저호가 해왕성을 지난다. 이때 칼 세이건은 과학자들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보이저호의 카메라를 돌려 태양계의 가족 행성을 찍는다. 인류에게는 유일하게 지구의 반대편에서 바라다본 태양계의 가족 행성 사진을 남긴다.

칼 세이건은 사진 속의 지구를 보며 창백한 푸른 점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비록 창백한 푸른 점이라고는 표현했지만 광활한 우주의 한 가족이라는 것에 대해 가슴 찡한 느낌이 전해진다. 이렇게 작은점에서 아등바등 살아가는 지구촌 식구의 자기 연민 같은 느낌이다.

난 가끔 우수 어린 눈매를 가진 사람을 보면 속으로 창백한 슬픈 눈으로 바라보는 습관이 있다. 슬픈 눈이란 어떤 눈매일까? 예술작품에서 찾아보면 내 취향으로 는 구로다의 <호반>과 모딜리아니 작품의 눈매가 대표적이다. 카페에 걸려 있는 모딜리아니 그림에서 아몬드형 푸른 눈을 바라본다.

모딜리아니의 예술 철학

파리 화단의 아웃사이더였던 모딜리아니의 예술 철학은 형태의 단순화 였다. 그가 추구하는 것은 사실이나 비사실이 아닌 무의식이라는 본능의 신비라고 했다. 내 취향으로 느끼는 모딜리아니 작품은 우수 어린 서정미라고 할 수 있겠다.

모딜리아니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눈동자를 그려 넣지 않았다. 그 이유를 물어보면 행복은 우울한 얼굴의 천사라며 다음처럼 이야기했다고 한다.

당신의 영혼을 알 때 당신의 눈동자를 그릴 것이다.

잔느 에뷔테른의 슬픈 사랑

모딜리아니를 열렬히 사랑했던 잔느 에뷔테른. 모델이자 미술학도였던 19세의 잔느는 가족의 강한 반대에 부딪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과 미술을 포기하면서까지 14살 연상의 궁핍한 모딜리아니와의 사랑을 선택했다.

피카소가 몽마르트 세탁선에서 페르낭드를 만나 장밋빛시대를 열었듯이 모딜리아니는 잔느를 만나고부터 마약과 폭음에서 벗어난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이후 열정적인 작품 생활로 예술계와 일반 대중에게 그의 예술성은 인정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애써 기다렸던 그 영광을 차지하려는 순간, 죽음은 모딜리아니를 데려갔다. 모딜리아니가 떠난 세상에 홀로 남겨진 잔느. 그녀는 더 이상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

모딜리아니가 숨을 거둔 다음 날, 친정과의 갈등 속에 잔느 또한 투신을 하여 짧은 생을 마감한다. 천상까지 모딜리아니를 따라간 셈이다. 모딜리아니와 잔느 사이에는 딸 하나가 있었다. 사랑이 뭐 길래, 왜 살아남은 자의 슬픔은 헤아리지 못했을까.

그 딸이 후일 모딜리아니 전기를 썼다고 한다. 정확한 책이름을 몰라서 아직 읽지 못했지만.

라 로통드 카페

애수의 몽파르나스

몽파르나스에도 어둠이 내린다. 문득 애수의 비가 내리는 날을 상상한다. 그러면 가난한 모딜리아니와 잔느의 열정적 사랑 뒤에 가려진 창백한 슬픈 눈의 무드가 감지될까? 비오는 훗날, 라 로통드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그 날을 기약한다.

제9화 계속 읽기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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