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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안84의 마라톤 열풍과 해프닝
조깅과 마라톤 열풍이라는 한국갤럽의 통계를 보았다. 2021년 23%에서 2023년 32%로 늘어나 등산(44%)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경험률을 보였다는 통계였다. 여기에는 ‘기안84 쏘아 올린 마라톤 열풍’이 한몫했다고 한다. 기안84의 마라톤 열풍을 접하면서 달리기를 말할 때 떠오르는 친구와의 해프닝이 떠오른다.
달리기의 의미와 마라톤의 매력
인류는 달리기를 통해 살아남았다. 먹기 위해 달리고 먹히지 않기 위해 달렸다. 나도 달리기를 좋아한다. 날숨엔 고통을 뱉고 들숨엔 환희를 채운다는 마라톤을 특히 좋아한다.
마라톤도 여느 운동처럼 상대적인 순위가 매겨지는 스포츠이지만 자신과의 극한 싸움의 매력을 좋아하는 것이다. 내 자신과의 싸움만큼은 처절한 승부를 겨룬다. 하지만 아직 내 자신을 완벽히 이겨본 적은 없다. 시간이 흐를수록 내 자신과의 타협만이 늘어간다. 내 자신이 미워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달리기를 말할 때 떠오르는 친구
달리기를 이야기할 때면 죽마고우가 생각난다. 통행금지가 있던 고딩 때의 해프닝이 떠오른다. 어느 겨울날, 고향 향우회가 있었던 토요일이었다. 향우회가 끝나고 축구로 피곤한 우리는 친구의 자취방으로 갔다. 둘 다 피곤에 지쳐 일찍 잠에 곯아떨어졌다.
얼마를 잤을 까…… 새벽잠이 없던 친구가 일어나는 소리가 들린다. 나도 얼핏 잠이 깨었다. 손목시계를 보던 친구는 시곗바늘이 멈춰져 있음을 확인하고선 나에게 묻는다.
‘지금 몇 시쯤 되었을까?’
도로의 자동차 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니 통행금지가 해제된 시각 같았다.
‘4시가 넘은 것 같은데…’
4시가 넘은 것 같다는 나의 대답에 친구는 무등산 전망대까지 조깅을 다녀오겠다고 했다. 그동안 아침밥을 지어 놓으라는 오더를 내리고 조깅을 나갔다. 전기밥통이 없던 시절이라 수돗가에 나가 쌀을 씻고 연탄불에 밥을 안쳤다. 밥이 끓자 연탄불 두꺼비집 위에 뜸을 들이기 위해 밥솥을 올렸다. 그리고선 재차 새벽잠에 빠져버렸다.
또 얼마를 잤을 까…… 새벽 단잠에 취해있을 무렵 친구가 돌아왔다. 대뜸 내 어깨를 툭툭 발로 차더니 일어나라고 한다. 게슴츠레한 나를 보며 뭔가 불만인 말투로 한마디를 한다.
‘뭐? 새벽 4시가 넘었다고?’
그리고선 밥 타는 냄새가 난다며 소리를 지른다.
그날 친구가 일어난 시각이 새벽이 아닌 11시 30분쯤 되었었나 보다. 친구는 새벽 4시가 넘은 것 같다는 내 말만 믿고 무등산 전망대까지 러닝을 시작했다. 무등산 입구인 산수동 오거리를 달리는데 경찰이 호루라기를 불더란다.
“학생! 어디가!”
“무등산까지 달리기를 합니다.”
“지금이 몇 시인데 달리기를 해!”
“……새벽 4시 넘었지 않았습니까?”
“뭐야? 지금 통행금지 시간이야. 파출소로 들어 갓!”
그날 아침, 친구 자취방 주인아주머니께서 우리를 보더니 한 말씀하신다.
“학생들, 어젯밤 그렇게 배가 고팠어?”
“왜요?”
“한밤중 수돗가에서 쌀 씻는 소리에 우리 부부가 잠이 깨버렸어! “
죽마고우와 그날의 해프닝이었다.
승부에서 벗어나 잔잔한 대화로
올겨울이 지나고 무릎이 회복되면 다시 달리기를 시작할 것이다. 이제는 승부가 아닌 잔잔한 마음의 대화를 나누며 달리고 싶다. 내 자신과의 싸움은 더 이상 처절할 필요가 없다. 굳히기 여정에 들어선 나의 삶이기에 자연스럽게 흐르는 감성적인 대화가 더 큰 의미를 지니게 될 것 같아서이다.
자토펙의 명언과 달리는 인생
자토펙이 남긴 명언을 생각한다.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사람은 달린다.’
지극히 평범하고 당연한 말이지만 조용히 음미하면 음미할수록 마음에 드는 아포리즘이다. 인간의 원초적인 철학이 아닐 수 없다. ‘흐르는 강물처럼’ 말이다.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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