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 짝사랑의 마음
고슴도치 짝사랑의 마음은 부모와 자식 간의 내리사랑과 비슷한 마음이다. ‘킁킁이’와 ‘킁동이’라는 이름의 고슴도치들은 딸아이의 섬세한 케어를 받으며 건강한 생활을 누린다. 딸아이의 서글픈 짝사랑의 비밀은 부모로서의 성장과 책임감으로 묘사된다.
고슴도치 분양과 정성
딸아이가 두 마리의 고슴도치를 분양받아와 정성을 다하여 기르고 있다. 오빠 격인 수컷의 이름은 ‘킁킁이’로, 여동생 격인 암컷은 ‘킁동이’라고 이름도 지었다. 킁킁이라는 이름은 딸아이가 지었고 킁동이라는 이름은 내가 지었다.
오늘도 딸아이는 두 고슴도치에 정성을 다한다. 두 마리를 정기적으로 목욕시키고 용돈을 모아 먹이를 사고 얼만 전에는 나와 함께 동물병원에 가서 종합검진까지 받고 왔다. 행여나 검진결과에 따라서는 링거를 맞을 수도 있다고 하는 데 사람못지않는 호사를 누리는 것만 같다.
고슴도치의 새끼사랑
고슴도치의 새끼사랑은 잘 알려져 있다. 흔히 부모와 자식관계를 이야기할 때도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동물이다. “고슴도치도 자신의 새끼들은 이뻐한다”라는 이야기가 있다. 이는 고슴도치가 못생긴 동물의 대명사인 듯하는 데, 막상 딸아이가 기르는 것을 지켜보니 못생겼다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을 느낀다.
날카로운 털을 가지고는 있지만 목덜미에서 배에 이르는 하얗고 보드라운 털은 토끼털만큼 이쁘고, 초롱초롱하고 동그란 눈매를 바라보면 그렇게 맑을 수가 없다.
이 지극정성을 다하는 고슴도치가 야행성이라 그런지 해가 떠 있는 시간에는 온종일 잠만 잔다. 딸아이가 잠을 자기 위해서 전깃불을 끄면 그때야 조금씩 움직이며 먹이도 먹고 회전틀도 타고 한다. 반려견들은 주인을 보면 꼬리 치는 애정을 표하지만 고슴도치는 도무지 주인을 알아보는 표정이 전혀 없다.
다만 고습도치를 만졌을 때는 주인을 알아보는 기운이 느껴진다. 딸아이 외에는 날카로운 가시털을 치켜세우지만 딸아이가 만졌을 때는 가시털을 세우지 않고 다소곳이 품에 안긴다. 이런 모습을 보고 왜 하필이면 주인에게 별반응이 없는 고슴도치를 기르느냐고 물었더니 딸아이가 나지막한 음성으로 속삭이듯 이야기한다.
“고슴도치를 기르는 것은 짝사랑을 경험하는 것이래“.
다소 서글픔이 느껴지는 딸아이의 이야기에서 가슴이 찡해지는 것을 느꼈다. 흔히들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은 “내리사랑”이라고 하지만 막상 자식을 낳고 키워보니 “짝사랑”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자녀 간 성격과 미래
내 자신 스스로를 돌아볼 때 항시 후회와 아쉬움이 크지만 긍정적인 결실 중의 하나는 두 아이가 태어났다는 것이다. 35세에 결혼한 나는 친구들에 비해 늦은 결혼이었기에 아이들의 탄생을 기다렸다. 그리고 연령생으로 딸과 아들을 차례로 낳았다.
두 아이가 커 가면서 딸아이는 편도선 수술로 병원 신세를 졌고, 아들은 태어난 지 일주일 만에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병원 신세를 졌다. 한때나마 엄마, 아빠의 마음을 아프게 했지만 그 이후로는 잔병치레 없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연령생이기는 두 아이의 성격은 대비되는 게 많다. 딸아이는 표현력이 풍부하여 자신의 의견은 확실히 피력한데 비해 아들은 내성적으로 그다지 내색을 하지 않는 편이다. 내 성격과 아내 성격을 비교해 보면 딸아이는 나를 닮은 것 같고 아들은 아내를 닮은 것 같다.
음악적으로 말하면 딸은 스타카토(staccato)적이고 아들은 레가토(legato)적이다. 딸이 박자를 꼭꼭 지켜가며 힘이 있게 부르는 동편제라면 아들은 두리뭉실하게 넘어간 듯한 애달픈 가락의 서편제이다. 그동안의 소질을 보더라도 딸은 야구선수출신의 허구연과 같은 기크(geeks)적이고 아들은 체육교사 출신의 하일성과 같은 슈링크(shrinks)적이다.
사실 부모의 마음으로야 공부를 포함해서 모든 것을 잘하기를 갈망한다. 하지만 모든 아이들이 공부로 성공할 수 없을 바에야 공부 외의 차선책을 찾아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성이라도 빨리 길러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다. 난 아이들이 사회생활에서 기죽지 않고 잘 적응하는 것을 연습하기 위해서 되도록 많은 경험을 하게 한다.
여러 가지 운동을 수박 겉핥기로라도 한 번씩은 해보게 했다. 성인들이 출입하는 호프집이나 노래방, 커피점등에도 가끔 대동하고 다닌다. 그것은 사회에 나갔을 때, 아빠와 한 번씩 경험해 본 것은 당황하지 않고 낯익은 여유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에서이다.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 형태
자식과 부모의 관계는 서로의 은혜와 사랑으로 살아가는 공통된 믿음이 있지만 사랑의 강도와 방법은 다를 수가 있다. 그래서 자꾸 사랑의 마음을 확인하게 되고 그 사랑의 강도가 다를 때 부모와 자식 간에도 마음의 상처를 받는다.
딸아이는 고슴도치를 기르는 것은 짝사랑이라고 했지만, 나 또한 자식을 키우는 것이 내리사랑보다도 짝사랑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내리사랑이든 짝사랑이든 사랑만큼은 부모와 자식 간의 절대 위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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