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쓰기의 자세와 진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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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쓰기의 자세와 진솔성

[실전] 수필 쓰기 핵심

수필과 농부의 밭갈이

지금이야 농기계로 농사를 짓지만 예전에는 논이나 밭을 갈 때는 소를 부렸다. 수필 쓰기는 농부의 밭갈이와 유사하다. 소를 부려 논밭을 갈 때는 무작정 소를 몰아 덤비는 게 아니었다. 소를 부릴 때는 고삐를 단단히 잡아야 하며, 다른 상황도 미리 가늠해야 한다. 우선 논이나 밭에 들어서기 전 그날의 일을 어떻게 할 것인지, 어느 정도 할 것인지 계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을 그르치게 되기 때문이다. 글을 쓰면서 취하는 자세도 이와 유사하다. 글의 길이와 함께 어디에 포인트를 맞출지도 정해야 한다.

논밭을 쟁기질할 때 미리 장비를 점검하여 고삐를 다잡고 나아가야 하듯, 글을 쓸 때도 상(象)이 흩트려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일로매진(一路邁進)하여 한곳으로 몰아서 글을 써서는 아니 된다. 전방도 살피고 좌우를 살펴야 한다. 쟁기질할 때처럼 처음 보습 날을 어디에서 대어 어디로 돌아나갈지, 간격은 어떻게 맞출지, 가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수필 쓰기 계획의 중요성

흔히 원고지를 앞에 두고 붓방아를 찧는다고 말한다. 이는 바람직한 글쓰기의 태도가 아니다. 그때야 글을 쓰겠다는 태도는 머릿속에 구상이 아직 안 됐다는 것으로 생각을 일매지게 이끌 수가 없다.

그리고 수필을 쓸 때는 지나치게 준비 없이 덤비는 것도 문제지만, 미리 세밀한 얼개를 준비한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리하다 보면 줄거리에 얽매어 글이 탄력을 잃고 만다. 밀식한 작물처럼 답답해지기 쉽다.

따라서 구상은 쓰는 과정에서 생각이 빗나가지 않게만 하고 정신을 몰두하여 이끌어야 한다. 머릿속에서 떠도는 생각은 어지럽기 마련이다. 생각들이 순서 없이 무시로 고개를 내밀기 때문이다.

수필의 정서와 어휘 선택

어휘선택도 마찬가지다. 부려 쓰는 어휘는 정연하게 정제되어 나오지 않는다. 이것을 취사선택하여 잘 이끌고 나갈 필요가 있다. 마치 소가 주릿대를 벗어나지 않도록 고삐를 바투 당기듯이 생각의 펼침을 다스려야 한다.

수필을 쓰다 보면 줄거리가 막히고, 그래서 때로는 유혹을 받기도 한다. 어떤 주제에 맞는 예화를 찾으려고 할 때, 과장되게 하려는 욕심이 생긴다. 이때는 단호하게 물리칠 줄 알아야 한다.

사람의 마음속에는 늘 고상한 정서만 머무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치기 어린 마음도 흐르고 과시의 욕구도 일어나며 음탕한 마음도 일어난다. 이것을 정제시키지 않고 노출하면 품격 없는 글이 된다.

이를 명심해야 한다. 또한 억지로 글감을 만들려고 해서는 아니 된다. 공연히 마음에 없는 글을 써서 발표하면 치명적인 자기 치부를 드러내기 쉽다.

그래서 글 속에 자기를 내비치는데 정직해야 한다. 수필은 글로 나타내는 자기의 얼굴이다. 공연히 고상하게 보이려고 하거나, 있어 보이게 하거나 아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다 보면 얼굴에 화장을 덕지덕지 발라 놓은 것과 같이 품위를 잃게 된다.

그런 까닭에 수필을 쓰기 위해 펜을 잡을 때는 마음을 단정히 하는 가운데 유혹과 치기를 걷어내고 제멋대로 튀지 않도록 생각의 고삐를 바투 잡을 필요가 있다.

겸손한 태도와 의미

수필 쓰기의 자세에서 무엇보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겸손해야 한다는 점이다. 수필은 무슨 지식을 전하거나 가르치려는 게 아니라, 어떤 사물이나 현상을 보고 그 느낌을 해석하여 전함으로써 깨달음을 얻게 하는 것임으로 교만함을 경계하고 항상 겸손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겸손함이 요구되는 까닭은 우선 독자로부터 거부감을 없애 줄 뿐만 아니라, 필자의 마음을 차분하게 안정시켜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붓을 잡을 때는 남을 항시 가르치는 글쓰기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지식의 충만으로 말하면, 이 세상 각 분야에는 고수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걸 고려한다면 우쭐될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글을 쓸 때는 옷깃을 여미듯 겸허한 자세로 임하지 않으면 아니 된다. 그런데, 여기서 짚을 것이 있다. 바로 과공비례(過恭非禮)로써, 또 지나치게 공손함은 오히려 독자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외려 과시나 우월로 비춰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수필의 감정 표현

가령 이런 경우이다.

어느 인사가 천하의 부자인 것을 다 아는데, 근간의 안부를 묻는 사람에게 입에 풀칠이나 하고 산다고 말한다면 받아들일 것인가. 교만의 극치로 여길 것이다. 겸손함은 과장과 과시, 현학을 경계함과 동시에 순수한 마음가짐을 견지하는 태도를 이른다.

순수한 마음가짐은 글쓰기의 진솔성과도 맥이 닿는다.

수필의 소재 빈곤

수필을 쓰는 여성으로부터 흔히 듣는 이야기가 있다. 소재의 빈곤에 시달린다는 것인데, 살아가면서 경험한 이야기가 얼마나 차고 넘칠까마는, 막상 생활 속에서 이야기를 꺼내려고 하면 걸리는 게 많아서 주저하게 된다는 것이다. 혹시라도 언급한 이야기가 ‘나중에 오해를 사지 않을까’ 해서 망설여진다는 말이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아닌 게 아니라 작품을 대하다 보면 진솔성에 의문이 가는 글을 자주 보게 된다. 그 정황이라면 감정의 충돌이나 내면의 솔직함이 드러날 법도 한데, 마냥 두루뭉술하게 처리해버리는 글이 눈에 띄는 것이다. 혹여 나중에 시빗거리가 되지 않을까 하여 몸을 사린 흔적을 엿보게 된다. 이래서야 어찌 독자의 가슴에 공감을 안기며 감동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동시 한 편을 예시로 들어보자.

나 공부하는 걸 / 어깨너머로 보신 아버지 /

글자도 모르면서 / 내가 가르쳐 주리 /

큰소리로 좀 읽어봐라…… / 두툼한 손바닥에 /

침을 밭으며 / 새끼를 꼬시었지요.

최일환의 ‘아버지’라는 동시이다. 시인은 문맹인 아버지의 그윽한 눈빛을 받아 안아 부끄럼 없이 써내고 있다. 수필 쓰기도 이런 자세와 진솔성이 필요하다. 화장기가 담뿍 끼거나 은근슬쩍 끼워 넣는 과시의 글보다는 좀 부끄럽고 드러내기 비루한 체험일지라도 자기를 벗기는 글을 좀 써야 한다.

독자의 관점과 공감

독자는 자기를 가르치려 드는 글이나 자랑을 일삼은 글, 이모저모 체면을 생각하여 감추려 하는 글을 좋아하지 않는다. 작품을 읽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이런 분도 이런 못난 구석이 있었네.’ 하는 동류의식을 느끼며 위안을 받기도 하는 것이다. 글을 쓰면서 이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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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쓰는 일상어

* 해당 내용은 임병식 저자의 [수필 쓰기 핵심]에서 해드림출판사의 허락하에 인용과 참조를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