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로 쓴 수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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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로 쓴 수필 논란

허구로 쓴 수필 논란 중에 일본의 구리료헤이 작품 <우동 한 그릇>이 있었다. 인기 식당과 노부부의 여행을 다루다가 나중에 수필이 아닌 소설로 밝혀지며 독자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실전]수필 쓰기 핵심

허구로 쓴 수필의 공허함

수필과 허구의 교차점

우리는 수필이 진실에 기초하지 않고 머리로 지어 쓴 허구가 얼마나 독자를 배신으로 빠뜨리는지를 일본의 구리료헤이 작품 <우동 한 그릇>을 통해 잘 알고 있다.

이 작품이 발표되자 독자의 반응을 뜨거워서 작품 속에 등장한 북해정(北海亭)이란 식당은 연일 찾아드는 사람으로 만원사례를 이뤘다고 한다. 노부부의 황혼 여행길이 무척이나 아름다워 보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이 나중에 수필이 아니고 소설이란 사실이 알려지자  크나큰 배신감에 휩싸였다.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수필작품인 줄 알고 읽었다가  실망한 탓이었다. 그렇다면 왜 그랬을까. 그것은 아마도 사실로 믿었다가 속았다는 배신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수필과 소설의 경계 모호성

이 작품의 반응이 보여주는 바대로 수필작품을 읽는 독자는 작품 속의 이야기가 진실된 것으로 일단 믿는다. 적어도 수필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이상 전폭적으로 그럴 것이라고 믿어버린다. 이는 태생적으로 수필은 꾸며서 쓰는 허구가 아니고 사실 속에 진실을 담아 쓰기로 하고 출발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종종 보면 앞에서 예시한 ‘우동 한 그릇’처럼  소설작품이 수필작품으로 둔갑하거나, 수필작품을 쓰면서 허구를 집어넣어 독자를 우롱하는 작품이 심심찮게 나돌아 실망을 준다.

최근의 일이다. 어느 수필전문지에 주목할 만한 글이 실렸다. 거기에는 ‘피천득 님의 작품 <인연>은 수필이 아니다.’라는 소제목이 달려 있었다. 서울신문에서 전 서울대 석경징 교수와 인터뷰한 내용을 요약해 놓은 것이었다.

요지는 다음과 같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수필작품 ‘인연’이 실은 수필이 아니고 소설이라는 거였다. 적이 충격을 받았다. 이 작품이 어떤 작품인가. 수필 문단에서는  일찍이 최고의 작품으로 꼽혀서 교과서에도 실려 왔고 그래서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그런데 이 작품이 수필이 아니고 소설이라니. 그것도 지인이 직접 나서서 인터뷰한 것이어서 어안이 벙벙했다.

나는 그 글을 읽으며 또 다른 면에서 놀랐다. 그것은 다른 것 때문이 아니다. 나는 2007년 어느 출판사의 제의를 받고 부실하나마 <막 쓰는 수필 잘 쓰는 수필>이란 수필이론서를 낸 바 있다. 거기 내용 중 ‘수필 쓰기와 자기 성찰’이라는 항목에서 이 ‘인연’의 아쉬움을 언급했다.

작품 자체의 우수성 여부를 떠나서 작품의 배경을 볼 것 같으면 당시는 일제강점기가 분명하고, 그때는 일제가 우리나라를 합방시킨 후 불같이 일어난 독립 열기를 무자비하게 탄압하던 시기인데, 일본을 드나들며 민족 감정으로 보나, 지식인의 처신으로 보아 자기를 돌아봄이 없이 어린 아사코라는 소녀와 연애감정을 키우는 것이 적절한 행동일까 하고 짚었던 것이다.

수필과 소설의 정체성 논란

그런데 그 작품이 이제 와서 수필이 아니고 소설이라 하니, 나의 지적이 빗나가기는 했지만 하나, 우수 수필작품이라고 인정한 작품을 잃게 되고 보니 허망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걸 보면서 다른 이의 작품도 의심을 해보게 된다. 사실일까 하는 의구심이 가는 작품으로는 ‘방망이 깎는 노인’과 ‘달밤’도 있다.

달밤이라는 작품은  함께 있던 사람이 ‘그만 됐다’고 해도 한사코  시간을 끌고, 중국의 어느 유명 수필가의 작품과 홉사하다는 의심 이외도 작품 속의 정황이 어딘지 모르게 꾸민 느낌을 받는다.

그런 의혹은 다른 이의 작품에서도 발견된다. ‘귓밥파기’라는 작품은 글쓴이가 허구로 썼다고 실토했으니 그냥 넘어간다 해도, 누구의 작품은 마루에 앉아있는데 제비 집이 떨어져 나무를 받쳐주어 새끼를 다시 구해줬다는 것도 그렇고, 또 누구의 작품은 개구리를 잡아먹는데 보니 번들거리더라는 그렇다.

또 어떤 이의 작품에 버스 안에서 갈취범이 승객을 상대로 협박하는 것을 제압하여 파출소에 신고했다는 부분도 문제가 보인다. 신고하고 돌아오니 그때까지 버스에 앉아있던 소년이 아는 체를 했다고 하는데 그때까지 버스를 잡아두고 있었다는 건지, 아니면 그냥 신병만 넘겼다는 것인지 불투명하다.

상식적으로 그런 중요 피의자라면 신고자는 참고인 조서를 받게 되는데 노선버스를 파출소 앞에 장시간 세워놓둔다는 건 상식과 동떨어지기 때문이다.

수필의 본질과 독자의 믿음

꾸며서 쓴 작품이나 그런 의심을 받은 작품은 결코 생명이 길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수필에서의 허구는 애초 출발 시에 수필작품의 범주에 넣지를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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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쓰는 일상어

* 해당 내용은 임병식 저자의 [수필 쓰기 핵심]에서 해드림출판사의 허락하에 인용과 참조를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