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 뮤지엄 SAN과 안도 타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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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 뮤지엄 SAN과 안도 타다오

한솔 뮤지엄 SAN과 안도 타다오의 숨결을 찾아 원주의 워크밸리를 찾았다. 사무라이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건물을 감상하기 위해서였다. 도록에는 하늘과 맞닿은 곳, 예술과 통하는 곳, 소통이 시작되는 곳이라고 씌어 있다. 한솔 뮤지엄의 조경과 건축에서 고요와 느림의 미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사무라이 건축가 안도 타다오

우리나라 ‘뿌리 깊은 나무’의 한창기, 미국 애플사의 스티브 잡스, 일본의 건축가 안도 타다오의 공통된 특징은 무엇일까. 자신의 집념과 완벽을 위해 냉엄한(?) 카리스마를 지녔던 CEO들이다. 나는 이들의 독선적 리더십과 조직문화에 대한 거부감은 분명히 있다. 다만, 이들이 추구했던 장인 정신에 대한 결벽증은 예술적 관용으로 이해할 따름이다.

건축 목공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인지 모르지만 멋진 건축물이 보이면 나도 모르게 발길이 멈춰진다. 풍수지리가들이 잘생긴 산을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없듯이 말이다. 나는 건축전공이 아니기에 기능이나 기술적인 면을 볼 수는 없다. 그저 그림을 감상하듯 건물의 이미지에 나의 상상을 가미하는 즐거움으로 건축물을 바라보는 것이다.

건축가 김중업

나의 첫 직장은 우리나라 대표적 건축가인 김중업이 설계한 백화점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기대와는 달리 건축미와 실용성은 공존할 수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론적으로는 원형이 가장 넓은 면적이 되지만, 막상 사각형의 책상을 배치하면 사용할 수 없는 낭비 벽면이 수두룩 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후일, 건축미와 실용성이 동시에 만족될 수도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짐작했던 계기가 안도 타다오의 건축을 통해서였다.

안도 타다오의 건축 철학

타다오의 건축 철학은 무엇인가. 노출 콘크리트 그리고 빛과 물이다. 물론 절제의 미니멀리즘도 빠질 수 없다. 나는 타다오가 설계한 세 곳의 건축을 감상했다. 우리나라 원주의 ‘SAN뮤지엄’과 일본의 샹젤리제라는 ‘오모테산도힐즈’ 그리고 미드타운에 위치한 ’21_21 디자인센터’ 였다.

세 곳에서 나는 지엽적이나마 타다오의 철학을 느낄 수 있었다.

한솔뮤지엄 SAN

한솔 뮤지엄 SAN의 소통

몇 해 전 원주에 있는 안도 타다오의 작품인 ‘한솔 뮤지엄 SAN’을 찾았다. 도록에 이렇게 쓰여 있었다.

하늘과 맞닿은 곳
예술과 통하는 곳
소통이 시작되는 곳.

소통? 건물에 무슨 소통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소통이란 쌍방향의 의미가 내포되어야 하는데 소통이라니. 그때 언뜻 스치는 생각이 정자(亭子)였다. 멀리서 정자를 바라보는 아름다움과 정자 안에서 밖의 경치를 바라보는 아름다움이 쌍방으로 존재하는 곳이 정자문화다.

벽이 없는 쌍방향의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곳. 이게 소통의 본질이 아니겠는가. 한솔 뮤지엄도 정자처럼 쌍방의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인가?

한솔 뮤지엄의 자작나무 길

도슨트와 함께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정원의 자작나무 길을 따라 한솔 뮤지엄을 살피기 시작했다. 청산도를 가면 슬로시티라는 느낌이 들 듯이, 한솔 뮤지엄의 조경과 건축도 고요 속에 느림의 미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걷다 보니 타다오의 건축이 시야에 들어온다. 노출 콘크리트와 자연채광, 물과 파주석이 잘 조화된 아름다운 건축이었다. 정돈된 인공미는 내 마음을 정돈되게 했다. 타다오의 작품에 잔돌(파주石)이 사용되는 것이 특이했기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감상을 했다.

궁금함이 호기심 되어 책임자로 보이는 STAFF에게 물어보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한솔에서의 특별 요청한 파주석이었다고 한다.

한솔 뮤지엄도 내부에서 바라보이는 풍광과 밖에서 보여지는 건물의 외형이 쌍방향 아름다움으로 존재했다. 이것이 타다오가 설계한 내면과 외면의 ‘소통’이라는 것이었을까?

자작나무길

예세닌과 이사도라 던컨

도슨트의 설명이 끝나고 되돌아오는 자작나무 아래서 잠시 걸음을 멈췄다. 구름을 보면 헤르만 헤세가 떠오르고, 바다를 보면 이생진 詩人이 떠오르듯이 자작나무를 보니 예세닌이 생각났다. 예세닌과 이사도라 던컨은 서로의 어떤 매력에 국경과 나이를 초월한 그런 뜨거운 사랑 했었을까.

하지만 그들의 소통은 어땠길래 결국 불통으로 끝났을까. 그들의 사랑은 소통이 아닌 한순간의 ‘치기’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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