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랑랑의 스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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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랑랑의 스웩

자신감의 공통점

나는 왜 이렇게 현명한지
나는 왜 이렇게 영리한지
나는 왜 이렇게 좋은 책들을 쓰는지

니체의 저서 <이 사람을 보라>의 목차다. 겸손의 미덕을 무색하게 하는 니체다운 자신감이다. 내 기억 속의 자신감 하면 김환기 화백도 빼놓을 수 없다. 뉴욕 시절, 현대미술전을 다녀와 그의 아내 김향안에게 했던 말, “나보다 잘 그린 그림은 피카소 외에는 없더군“. 자신감의 피력이다.

랑랑의 자신감

자신감하면 떠 오르는 피아니스트가 있다. 한국계 아내와 결혼한 중국의 피아니스트 랑랑이다. 랑랑은 말이 아닌 몸짓으로 자신감을 피력한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모습만을 익숙하게 보아온 정서로는 거부감이 이는 몸짓이다.

어찌 보면 겸손함이 없어 보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젊은 치기 같기도 하고. 예전 인천 아시안 게임 전야제에 랑랑이 출연했다. 달력에 메모까지 하며 그의 연주를 기다렸는데 그때 랑랑의 LIVE 연주를 처음 보았다. 그간 영상으로만 피아노 독주를 보아온 랑랑의 이미지에 변화가 일었다.

함께 출연한 젊은이들에 섞여 밝은 미소 속에 흥겹게 연주하는 그의 모습에서 스웩(SWAG)이 느껴졌다. 랑랑의 자신감이 보기 좋았다.

셰익스피어와 스웩의 기원

인류에게 문자가 생긴 이후, 셰익스피어는 1,700여 개의 영어 단어를 새로이 만들었다.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hint, champion, label, bedroom, lonely 등이 셰익스피어가 직접 만든 단어다. SWAG은 셰익피어가 한여름밤의 꿈에서 ‘건들거리다’ 라는 의미로 처음 사용한 단어라고 한다. 

이후 스웩 하면 자기만족, 자기도취 등 자유분방함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다소 허세가 포함되어서인지 사람에 따라서는 부정의 느낌과 긍정의 자신감이 공존한다. 내 자신감은 뭘까. ‘……’. 역시 답변에 앞서 내면화된 겸양지덕의 변주가 먼저 흐른다.

이러니 제대로 나의 본심을 꺼내놓을 수가 없다. 그저 농담을 가장한 술좌석 분위기에서나 자뻑 수준의 자신감을 피력을 할 뿐이다.

겸양과 자신과의 균형

자뻑의 자신감이란 것도 요약해 보면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것에 만족한다”이다. 흔히 말하는 소확행이다. 다소 추상적이다. 소확행이라는 것이 자기 합리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겉으로는 “사는 게 다 그렇지 뭐”라고 하면서 머릿속으로는 알게 모르게 결코 단순하지 않은 복잡한 하루에 이끌려가기 때문이다. 

구차한 변명을 하거나 억지로 이미지를 꾸미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겸손의 마음을 바라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돈키호테 같은 조영남마저도 “겸손은 어려워”라는 노래를 부르니 겸손이 어렵긴 어렵다. 여우의 신포도나 레몬 이론으로 자신을 합리화시키는 자뻑의 순간을 만들어볼 수밖에.

랑랑의 음악과 스웩

파가니니의 바이얼린 곡을 리스트가 피아노 곡으로 편곡한 ‘라 캄파넬라’ 가 있다. 이 곡을 듣고 있노라면 미명에 들려오는 새벽 종소리와 같은 청아함이 있다. 겸허한 마음에 젖는 순간이다. 이런 순간에서 조차 랑랑의 치기섞인 피아노 연주를 보는 것도 나에게는 즐거운 순간이다.

랑랑이 약간 오버한다는 느낌이 들지만 어쩌랴, 랑랑의 스타일인 것을. 그의 스웩인 것을. 나의 대리만족 일지도 모르는 스웩을.

랑랑의 <라 캄파렐라> 듣기 ☞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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