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테러의 기억과 13일 밤의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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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파리 여행(제4화)

루브르의 작품과 감동

개선문에서 출발하여 루브르에서 점심을 먹었다. 퐁네프 다리가 있는 노트르담 성당에서 커피를 마셨다. 헤밍웨이의 숨결을 찾아 세느강변을 거닐며 셰익스피어앤드컴퍼니가 있는 뒷골목을 살펴보았다. 하루가 저무는 시각, 에펠탑에서 오늘의 일일 무료 투어가 마무리되었다.

가이드의 계획된 동선에 따라 움직이다 보니 인증샷 정도의 투어였지만 파리의 큰 윤곽을 그릴 수는 있었다. 루브르에서 밀로의 비너스, 다빈치의 모나리자 그리고 함무라비 법전이 새겨진 원석을 보는 순간은 감동이었다. 사진으로 익히 보아왔던 명화와 조각들.

시간이 허락한다면 루브르는 다시 들러볼 가치가 있겠는데 이번 여행 일정이 어떨지 모르겠다. 내일부터는 본격 자유여행이다. 오르세 미술관과 발자크 문학관이 우선 목표다. 보르도 와인에 취해 수면에 든다.

한참 후, 단잠을 깨는 카톡 알림과 휴대폰 전화 벨소리가 여러 차례 울린다. 오늘따라 왜 이리 알림이 많지? 일단 여행 중이고 B급 시민인 나로서는 오불관언의 분위기로 잠에 취한 채 더듬더듬 손길로 휴대폰 전원을 끈다. 다시 깊은 수면에 빠진다.

13일 금요일 밤의 저주였을까?

다음 날 아침, 기상을 하여 휴대폰에 쌓인 문자를 보고 깜짝 놀란다. TV의 뉴스는 알아들을 수 없지만 화면 영상으로나마 급박한 테러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럴 수가…… 어젯밤 파리 시내에서는 130여 명이 사망하는 ’13일 금요일 밤의 저주’가 발생했다. 그래서 문자 알림이 많았던 거였다.

호텔 로비에서 상황을 살핀다. 여행객의 동요는 그다지 없는 분위기다. 예정대로 단체여행객은 관광버스에 오르고 개인여행객은 삼삼오오 짝을 이뤄 호텔을 나선다. 간밤의 테러는 진압되었다지만 이번 테러는 여러 군데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오늘 또다시 경계의 사각지대에서 테러가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파리테러와 군인

파리 테러의 분위기

문득, 종군기자의 모습이 떠오른다. 가족이나 지인의 염려와는 달리 테러 현장으로 달려가고 싶다. 취재까지는 아니지만 내 눈으로 직접 현장을 목격하고 싶은 것이다. 호텔을 나설 즈음, 한국인 여행자를 만났다. 오늘 파리 대부분의 관광지는 임시 폐쇄되었다고 한다.

사람이 붐비는 곳에 재차 테러의 위협이 가해질 수 있는 상황을 원천 봉쇄하는 조처라는 것이다. 간밤의 테러 현장은 접근이 불가능하고 테러 현장의 지하철역은 정차하지 않고 임시 통과 된다고 한다.

그렇다고 호텔에서만 머물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설령 내 신변에 안전사고가 발생한다고 해도 나는 움직일 수 있는 곳까지는 가보고 싶다. 당초 오늘 여행 목적지였던 오르세 미술관을 향한다. 다행히 오르세 미술관을 지나는 지하철은 운행되고 있다.

예상대로 오르세 미술관은 임시 휴관이다. 이번 여행 목적 중의 하나가 오르세 미술관이었는데 아쉽다. 임시 휴관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는지 미술관 입구는 몇 명만이 서성일뿐 여행객이 거의 없다. 미술관 건물을 한 바퀴 돌며 주변의 분위기를 살핀다.

그때 미술관 모서리에 카메라 삼각대를 설치하는 반가운 모습이 보인다. 어제 일일 투어를 함께 했던 신혼부부다. 오후 출국 예정인 신혼부부는 드골공항에 비행기가 뜰 것인지에 신경이 쓰인 모양이다.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권유했더니 시간이 없다고 한다.

테러의 영향은 뚜벅이 여행으로

다시 세느강변을 따라 국회의사당을 지나고, 샹젤리제를 거쳐 에펠탑까지 걷는다. 곳곳에 무장한 군인의 경계 모습과 경찰차가 급하게 달리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오늘 파리에서 여행자가 갈 곳은 제한적이다.

파리 테러의 희생자와 가족과 지인의 염려 속에 나 혼자 여행기분을 낸다는 것도 눈치 없는 행동 같다. 오늘은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그냥 세느강을 한 바퀴 걸어보는 것으로 일정을 변경한다. 어차피 이번 여행은 발길 닿는 대로 가는 뚜벅이 자유여행이니까.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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