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조 음악과 단조 음악의 차이는 뭘까


 

장조 음악과 단조 음악의 차이는 뭘까

흐린 날의 고즈넉함에 젖어 서울 출장길에 나섰다. 여행이든 출장이든 기차를 타고 커피를 마시며 창밖의 풍경을 감상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이런 날은 복리의 빚을 내서라도 특실의 호사를 누려야 한다. 아니나 다를까, 50% 할인 특실을 마일리지에서 차감하여 좌석변경 하겠습니까? 라는 KTX 메시지가 울린다. 당근이다. 곧장 특실로 좌석 변경을 하였다.

경쾌한 단조와 슬픈 장조의 착각

1인석 창가에 앉아 블라인드를 올리고 머리를 시트에 기대고 두 발을 뻗은 채 이어폰을 꽂는다. 오늘처럼 흐린 날은 단조 멜로디가 어울릴 것 같다. 문득 장조와 단조의 분위기에 대해 생각에 잠긴다.

나는 이론적으로 장조와 단조의 구분을 못한다. 다만 취향적인 뇌피셜로 장조와 단조를 구분한다. 힘찬 멜로디의 스타카토는 장조로 부드러운 멜로디의 레가토는 단조로 말이다.

장조는 스타카토의 동편제로 단조는 레가토의 서편제인 셈이다. 그러다 보니 장조는 유쾌하지만 단조는 왠지 슬픈 듯한 느낌의 분위기로 여겼다. 보수적인 구분으로는 장조는 행동하는 남성의 분위기고 단조는 받아들이는 여성의 분위기로 구분한다.

즉, 남성은 ‘분노와 격분’의 장조로, 여성은 ‘슬픔과 서러움의 단조로 구분을 한다. 물론 편파적인 뇌피셜이다.

그런데, 이러한 나의 잘못된 판단은 두 곡에 의해서 여지없이 깨어진 적이 있었다. 경쾌한 드보르작의 9번 교향곡에서 신세계는 단조의 음악이었고, 슬픈 동요 섬집아기는 장조의 음악이었다. 경쾌한 단조와 슬픈 장조도 있었던 것이다.

KTX

기본 없는 나의 클래식 사랑

나이 들어 좋아지는 것이 클래식이라지만 나이 들어 불리해지는 것도 클래식이다. 클래식 제목이 자꾸만 가물가물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상하다는 클래식의 뉘앙스에 비해 클래식의 제목은 왜 그렇게 감성적이지 못하고 무슨 숫자가 그리 많은지.

나는 가끔 바하의 “G선상 아리아”와 비제의 “아를르의 여인”을 혼동한다. 베토벤의 교향곡은 홀수의 곡이 많이 알려져 있다. 명곡이라는 베토벤의 교향곡이나 협주곡도 교향곡 5번의 ‘운명’과 협주곡 5번의 ‘황제’는 확실히 기억하나 나머지는 곡번호는 혼동스럽다.

근데 음악전문가도 아니고 그냥 클래식이 좋아 감상하는데 클래식의 제목들을 모두 기억해야 할까? 한국인에게 가장 친근하게 다가서는 클래식 중에는 비발디의 사계(四季)가 있다. 내가 언제부터 비발디의 사계를 알게 되었는지에 대해 확실한 기억은 없다. 다만 움찔했던 순간만은 기억을 한다.

청춘의 시작 클래식 이야기

대학 1학년 때의 일이다. 친구가 대학 동아리에 활동 중이라 교대 게시판에 공고할 안내 포스터의 켈리 그래프를 그려준 적이 있었다. 그 포스터에 오선지의 음계를 배경으로 그려 넣었다. 친구가 대뜸 무슨 음계냐고 해서 비발디의 사계의 분위기라 했더니, 사계 중에 어느 계절의 곡을 좋아하냐고 물어왔다. 순간 내 머릿속에는 번개가 번뜩이는 듯한 충격이 왔다.

사계면 사계지 무슨 계절에 맞춰서 곡이 있었어? 라며 속으로는 당황을 했다. 당시에는 치기 어린 청춘인지라 겉으로는 “당황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내가 좋아하는 계절인 ‘가을’이라고 가짜 대답을 하였다. 클래식에 겸손할 필요를 느끼게 해 주었던 순간이었다. 나의 클래식의 시작은 이렇게 기본 없는 무뎃뽀(むでっぽう)로 시작했다.

이현우의 헤어진 다음 날

세월이 흘러 이현우의 “헤어진 다음 날”이 히트를 할 때이다. 클래식을 좋아한다는 지인이 이 노래가 참 고급스러워 좋다고 했다. 특히 비발디의 사계가 배경이 되어 더욱 운치가 있다고 했다. 나는 그 배경곡이 사계 중에서 어느 계절의 곡이냐고 물었다. 지인은 무척 당황한 듯 표정으로 나에게 돌직구를 날렸다.

“너는 뭐 처음부터 알았느냐?”

나는 비발디의 사계에서 봄,여름,가을,겨울을 확실히 기억하는 분들이 부럽다. 무뎃뽀로 랜덤하게 멜로디를 들이대면 曲의 계절을 구분하기가 결코 쉽지는 않다. 가만! 이현우의 “헤어진 다음 날”의 백뮤직은 사계 중에 어느 계절이지? 시간이 흘렀다고 또 가물가물이네…ㅠㅠ

사족, 고전 유머 한 토막

맞선을 본 선남선녀가 레스토랑에서 돈까스 먹고 있었다. 그때 비발디의 사계가 흘러나왔다. 남자가 여자에게 물었다.
“지금 이 곡이 무슨 곡인지 아세요?”
“네, 돼지고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