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뻑의 만화 같은 동심의 색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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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 3인방

나에게 현대미술 3인방 아티스트를 선택하라면 나의 취향으로는 마크 로스코, 앤디 워홀 그리고 살바도르 달리라고 대답하겠다. 이들은 초현실적인 작품을 남겼다. 로스코의 작품은 명상의 그림이고, 워홀의 작품은 대중적인 팝아트고, 달리의 작품은 환각의 표현으로 느껴진다.

니체가 말하는 인간의 패턴으로 이들을 구분해 본다. 운명에 저당 잡힌 낙타는 로스코이고, 운명을 깨고 초원을 활보했던 사자는 워홀이고, 자뻑은 있지만 동심을 지닌 어린이는 달리라고 할 수 있겠다.

살바도르 달리전

최근 달리전을 감상했다. 19금을 제외한 그의 그림은 친근한 일상의 감흥보다도 진부한 현실을 탈피하여 초현실적 감각을 느끼게 한다. 흔히들 달리에게서 느끼는 이미지는 자뻑과 광적인 기질이다. 마크 로스코는 이런 달리의 행위를 비난까지는 아니었지만 충고에 가까운 안타까움으로 토로했다고 한다.

자뻑의 만화 같은 동심의 색채 1

 

달리의 화풍

달리는 여러 화풍으로 다양한 작품을 남겼다. 마티스와 피카소를 통해 자신의 화풍을 정립한 초현실적인 작품들이지만, 초창기에 자주 그렸던 풍경화의 이미지가 남아서인지 배경의 분위기에서는 시원스러운 호흡이 느껴진다. 나는 달리 작품에서 오브제보다도 청량한 청색 계통의 배경을 즐긴다. 즉, 만화 같은 동심의 색채로 느껴지는 분위기가 니체가 이야기하는 어린이의 마음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달리는 그의 뮤즈였던 갈라에 대한 순애보적인 러브스토리가 인상적이었다. 그는 10년 연상의 기혼녀인 갈라를 사랑하여 미망인이 될 때까지 기다려 그녀와 50년 이상을 해로하였다. 마치 소설가 발자크나 공리주의 이론의 존 스튜어트 밀의 순애보와 거의 흡사하다. 그래서일까, 호불호가 극과 극인 달리지만 예술인에게 흔히 느끼는 자유분방과 여성편력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순애보에 가려진 착시 인지도 모르겠다.

달리의 대표작

달리의 대표작 중의 하나인 <기억의 지속>이 있다. 이번 달리전에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전시되지 않았다. 다른 도록에서 <기억의 지속>이라는 그림을 볼때마다 느끼는 것이 있다. 시간의 속성을 어찌 저리도 역설적으로 표현했을까 하는 반가움의 감탄이다. 이 그림 분위기에 젖어들면 시간 자신마저도 시간이라 는 정체성을 잃고 일탈의 시간을 보낼 것만 같다. 모범학생이 시험기간에 만화 가게에 앉아 불량 식품을 먹으며 만화를 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뭔가의 안도감이 스며들지 않는가?

달리의 그림 철학

달리의 그림에서는 이상의 <권태>로 부터 거창하게는 노장사상의 여유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근데, 내가 바라는 기억의 지속은 뭘까?

도피적 머무름일까 적극적 머무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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