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비슷하지만 독특한 일본 문화 2가지
일본 취업 후, 우선적으로 일본 문화의 2가지 특징이 보였다. 우리나라에도 있는 문화지만 유독 나의 눈에 띄었던 건 만화와 유니폼 문화였다. 만화와 유니폼에 대한 에피소드를 이야기해 본다.
일본의 만화 문화
어디를 가든 만화가 넘쳐났다. 독서주간이라도 선포한 듯이 어른이나 아이나, 회사건 지하철이건 공원에서건 독서하듯이 만화를 읽고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스마트폰이 만화를 대신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만화를 보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일본의 유니폼 문화
만화 다음으로 눈에 띄었던 건 유니폼이었다. 어느 일터에서든 통일된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나는 IT개발자였지만 현장에서 입는 파견회사의 유니폼을 입고 프로그래밍을 했다. 처음 입어보는 유니폼이었지만 심적인 편리함은 있었다.
오늘은 무슨 반찬을 만들까 하는 주부들의 염려처럼 출근하는 샐러리맨은 오늘 무슨 옷을 입을까 하는 염려가 있다. 유니폼 문화는 출근 준비를 간소화시켜주는 장점이 있었다. 근무 시간에도 유니폼 착용은 편리함을 주었다. 양복 입으면 점잖은 빼는 신사도, 예비군복만 입으면 노상방뇨를 카타르시스적으로 할 수 있는 편리함 말이다.
일본의 유니폼 문화는 제국주의 군복 문화가 아니었다. 패전 후에 입을 옷이 부족하여 회사에서 나눠준 것이 유니폼으로 정착되었다고 한다.
스티브 잡스의 유니폼
일반인이 입는 유니폼과 맥락은 다르지만 스티브 잡스도 생전에 유니폼을 즐겼다. 스티브 잡스는 유니폼의 장점인 ‘입는 시간과 편리함’에 반했다. 급기야 유니폼 문화를 가진 일본의 유명 디자이너 잇세 미야케에게 유니폼 의뢰를 했다. 스티브 잡스의 트레이드 마크인 검은 T와 진, 운동화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물론 잡스에게는 유니폼이라지만 일반인에게는 유니폼의 이미지를 벗어난다. 그는 터틀넥 T, 뉴발란스 운동화, 리바이스 진이라는 명품을 착용했다. 부의 능력 범위 내에서 명품을 찾는 것에 부정적인 시선으로 볼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한복 같은 교복의 정체
일본 유니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세일러복이 생각나고, 세일러복을 이야기하다 보면 개량 한복과 같았던 이상한(?) 교복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취업 후 직장생활을 막 시작할 즈음, 내 앞으로 우르르 지나가는 여학생의 무리가 눈에 띄었다. 분명 학생들 같은 데 교복이 이상했다. 흰 저고리에 검정치마를 입고 있어서였다.
세일러복도 아닌 한복 같은 교복 유니폼의 정체가 궁금했다. 하지만 지킬박사 하이디가 되지 않기 위해 어리석게도 선배들에게 감히 묻지 못했다. 당시에는 성공(?)할 때까지는 황진이를 만나더라도 지족선사가 되지 말고, 서경덕이가 되리라는 금세기 최고의 실수이자 ‘내 일생 가장 큰 착각’을 하고 있었기에 말이다.
인터넷도 없던 시절이었기에 이상한 한복저고리 정체를 머릿속으로만 연구했다. 바바리가 아닌 와이셔츠를 입은 형사콜롬보가 되어 프로파일러 기법도 없이 나 홀로 탐문수사를 했다. 얼마 후, 한국 김치를 먹으러 갔다가 우연히 검정 저고리치마 유니폼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인터넷이 일상화되지 않던 시절에는 도쿄에 지금처럼 김치가 흔하지 않았다. 어느 날 하도 김치가 먹고 싶어 어쩔 수 없이 한국식당에 갔었다. 한국식당에 가면 젓갈 없는 김치지만 추가 옵션 메뉴로 겨우 먹을 수 있었다. ‘어쩔 수 없이’라는 표현은 조총련계 식당이었기 때문이었다.
1989년에 여권을 받을 때는 남산교육장에서 교육을 받았다. 엄한 반공교육을 받았기에 조총련계 식당을 간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꺼림칙한 일이었다. 하지만 나도 유물론자에 불과했기에 김치 유혹을 떨칠 수가 없었다.
교복의 정체가 풀리다
몇 번 얼굴을 익힌 적이 있던 한국식당에 갔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반가운 듯 ‘동무, 어서 오십시오’라고 반긴다. 처음 ‘동무’ 소리를 들었을 때보다 덜 쫄았지만 웃음을 보이지 않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김치를 주문했다.
그때 다른 테이블에서 한국말이 들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한복저고리 입은 학생과 가족이 옆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때서야 한복저고리의 정체를 짐작할 수 있었다.
재일동포의 구분
재일동포는 대한민국의 민단과 북한의 조총련계로 나누어져 있다. 조총련계 자녀들은 한복저고리를 입고 한국어 수업을 하는 조총련계 학교에 다닌다. 이른바 주체사상의 하나였던 것인데 교복도 조선의 한복을 개량한 것이다.
아직도 북한과 일본은 정식 수교를 맺지 않았다. 2016년 1년 간 일본에 체류했을 때에는 조총련계 여학생의 교복을 보기 드물었다. 아마도 조총련계 재일동포가 많이 줄었다는 게 이유일 것이다.
마치며
세일러복 또한 요즘은 보기 어려워졌다. 그렇다면 지금 중2병 환자들의 베아트리체의 대상은 어떤 이미지일까 사뭇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