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영 수필가의 [라떼는 죄가 없다]


 

라떼는 죄가 없다

오랜 문학지기의 두 번째 수필집이 우편으로 도착했다. 이지영 작가의 에세이 <라떼는 죄가 없다> 였다. 첫 번째 수필집 출간 이후 15년 만이라고 한다. 너무도 반가운 마음에 엘리베이터 안에서 포장지를 뜯어 프롤로그를 읽었다. 자주 글을 쓰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지만 글에 대한 애정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는 것이 느껴졌다.

이지영 수필가

난 이지영 수필가의 ‘광화문 은행나무’를 읽고 수필가의 꿈을 꾸었다. 첫 짝사랑의 아픈 추억을 간직하며 나 홀로 거닐었던 광화문의 고독을 생각나게 하는 수필이었다. 고조된 감정이입은 나로 하여금 수필 장르라는 문학에 빠지게 했다.

이후 <목련이 질 때>, <진재 형님>을 읽으며 그녀의 팬이 되었고, 커뮤니티를 통해 수필 작법에 대한 도움을 받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거친 나는 수필 부문으로 등단을 했고, 이지영 수필가에 대한 감사의 말을 등단 소감으로 남기기도 했다.

이지영 수필가는 유명 로펌회사에서 일어 번역을 하는 커리어우먼이다. 가사와 직장생활을 겸하는 환경인지라 자주 글을 쓰지 못 한 듯하지만, 작정하고 글을 쓰면 의외로 슬슬 글을 쓰는 스타일인 듯도 하다. 언젠가 자신의 글은 생활 밀착형의 경수필이라고 말했던 기억이 있다.

아마도 순수문학의 엄숙주의에서 자유로워지려는 의미였던 것 같지만, 그녀의 일상 이야기에는 사유 외에 지식정보가 가득하다. 지적 호기심이 강한 나의 취향에 매력으로 다가오는 글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양장피잡채를 만들며>에서는 그저 맛있게만 먹고 있었던 음식에 이런 다양한 이야기가 서려 있었구나를 감탄하게 된다. 단순 지식정보 나열이 아닌 융합 학문까지 들추는 통찰이 돋보인다.

수필의 본질

글은 솔직해야 한다는 것은 팩트이자 클리셰이다. 하지만 글을 쓰다 보면 어디까지 솔직해야만 하는가라는 자기 검열에 빠지게 된다. 이런 고민은 이지영 수필가의 글을 보면 사라진다. 백수 아들과 창업 실패의 남편의 이야기를 서술한다.

특히 가정사에 가까운 슬픔도 현실의 아픔으로 담담하게 표현한다. 이에 대표적인 글이 <생각하면 눈물 글썽이는> 라는 글이다.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조 시인인 그녀의 아버지 시(詩)는 가정사의 아픔을 잘 나타냈다.

<남편의 첫사랑>에서는 남편의 첫사랑을 마주하고도 나중에야 눈치챈 에피소드도 흥미롭다.

첫사랑 이야기를 처음 듣고 날라리 남편으로 치부하고 결혼까지도 망설였던 감정도 작가 특유의 의연함으로 풀어간다. ‘내가 태어나서 가장 슬펐던 일은 그녀와 헤어진 것이고, 가장 기뻤던 일은 너를 만난 것이야.’ 라는 작업성 멘트마저도 받아들인다. 남편을 향한 사랑이었으리라.

라떼는 죄가 없다

이지영 수필가도 이제 직장 내에서 고참이 되었다. 그래서일까 요즘엔 젊은 팀원들에게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이번 수필집의 제목이 <라떼는 죄가 없다>로 정하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다행히 꼰대 지수에는 존경받는 리더로 나타나 다행으로 생각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염려로 팀원과의 융합과 소통의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내가 알고 있는 이지영 수필가의 심성이라면 그녀가 평소 좋아하는 라떼처럼 팀원들과 고소한 분위기의 향이 흐를 것이다.

이번 수필집 출간의 대박과 가정과 직장에서의 파이팅을 응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