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향과 오디오의 조화, LP판 잡음의 갬성


음향과 오디오의 단상

진공관 앰프는 험은 있지만 출력이 좋아 클래식 듣기에 안성맞춤이다. MBC라디오 신혜림의 골든디스크 음악 프로에서 LP판 잡음의 ASMR이 배경으로 흐른다. 레트로 갬성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LP판 잡음이 왜 이리 좋은지 모르겠다. 음향과 오디오의 단상을 이야기 한다.

대중교통의 매력과 주차

승용차보다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는 편이다. 붐비는 주차장을 생각하면 머리가 무거워지기 때문이다. 가끔 주차 시설이 넉넉한 곳에 도착하면 마음까지 넉넉해지는 것을 느낀다.

시골집에 갈 때는 시작 전부터 마음이 넉넉해진다. 4차선 전용차로에 교통량도 많지 않아 드라이브 기분까지 만끽한다. 여기에 나만의 즐거움을 하나 더 보태자면, 승용차 안에서 스피커 볼륨을 마음껏 올려 음악 감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음악과 음향의 조화

오케스트라 연주는 웅장한 음향 속에서 감상하는 것이 교향곡의 진가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층간 소음이나 이웃 간의 소음 때문에 집에서는 음악의 볼륨을 마음껏 올리지 못한다.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는 지크프리트가 오데트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이 있다. ‘정경’의 장면만을 생각하면 조용한 음악 같지만 트럼펫과 타악기의 연주 부분에서는 볼륨을 낮춰야 될 만큼 초고음으로 연주가 된다.

마치 김수철의 <못다 핀 꽃 한 송이>처럼 말이다. 처음에는 읊조리듯 조용히 부르다가 클라이맥스 부분에서 갓난아기 경기가 날 정도로 샤우팅을 한다.

승용차 음향의 차이

몇 년 전, 1년 간 일본 파견을 가면서 쏘나타 승용차를 팔았었다. 귀국 후에 차를 구입할 때에, 간접 비용을 생각하여 아반떼 승용차를 구입했었다.

그동안 쏘나타의 승차감에 익숙해서인지 아반떼를 운전해 보니 약간의 피로감이 느껴졌다. 배기량 차이에서 오는 승차감이겠지만의 크게 아쉬울 것은 없었다.

그러나 오디오의 음향 차이는 컸다. 이래서 카 오디오샵이 필요하구나를 실감했다. 승용차에서까지 음향을 따지냐고 묻는다면 나로서는 딱히 반론의 여지는 없다.

모나리자는 사진으로도 자세히 볼 수가 있는데, 구태여 루브르박물관까지 갈 필요가 뭐가 있냐는 사람에게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와 비슷하다.

음악 마니아 김갑수와 김정운

오디오 음향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 문화평론가 김갑수와 문화심리학자인 김정운이 떠오른다. 평소 두 사람의 티격태격 서로를 디스 하는 장난을 재미있어한다. 특히 앰프와 스피커 이야기가 재미있다.

수만 장의 음반을 소장하고 있는 김갑수는 음악 마니아이다. 김정운이 김갑수에게 음악 감상에 필요한 최적의 오디오 솔루션을 자문했다. 이에 김갑수는 스피커를 추천했다.

해당 스피커를 구입했지만 만족스러운 음향이 나오지 않아 다시 자문을 구했다. 이번엔 스피커 레벨보다 높은 앰프를 추천했다.

그래도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에 다시 또 자문을 구하니, 이번엔 앰프보다 높은 레벨인 스피커를 추천했다. 이렇게 해서 스피커와 앰프를 지그재그 업그레이드를 몇 번 하다 보니 결국 거액의 비용이 들어버렸다.

이에 김정운이

‘처음부터 지금의 오디오 사양을 추천했어야지!’

라고 씩씩 거리자 김갑수 왈,

처음부터 이 비용이 나왔으면 포기할까 봐 그랬지!

아무튼 두 사람의 애정 어린 장난기는 항시 나의 관심사이고, 이런 장난기가 통하는 사람이 나는 좋다.



진공관 오디오의 매력

동서 형님이 명품 오디오로 업그레이드하면서, 그간 사용하던 진공관 오디오를 나에게 주었다. 진공관 앰프는 험(진공관 특유의 잡음)은 있지만 출력이 좋아 클래식 듣기에 안성맞춤이다.

근데 출력이 너무 좋아 거실에서 켜지를 못 한다. 방음 때문이다. 그래서 카 오디오샵에 가고 싶은 유혹을 느끼는 것이다.

대학시절 전자회로 시간에 유달리 진공관의 존재를 부각하려던 교수님이 계셨다. 반도체의 눈부신 발달로 인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진공관이지만, 그래도 진공관이 인정받고 결코 사라지지 않을 매력이 있다고 하였다.

그것은 다름 아닌 오디오부문이라면서 진공관 오디오야말로 따스한 음악을 전해주는 데 제격이라며 교수님의 음악취향까지 곁들여 강의를 하셨던 기억이다.

MBC 신혜림의 골든디스크

오전 11시 5분에 시작하는 MBC라디오 신혜림의 골든디스크 음악 프로가 있다. 시그널 음악에서 LP판 잡음의 ASMR이 배경으로 흐른다. 레트로 갬성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LP판 잡음이 왜 이리 좋은지 모르겠다. 박상민의 노래 <중년>이 듣고 싶어지는 날이다.

훠이 훨훨훨 날아가자 날아가보자
누구라는 책임으로 살기에는
내 자신이 너무나도 안타까워


훠이 훨훨훨 떠나보자 떠나가 보자
우리 젊은 날의 꿈들이 있는

그 시절 그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