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무게 21g의 신비
영혼의 무게 21g의 신비에 대해 골똘히 생각할 때가 있다. 소중한 영혼이 상처받을 때, 그 치유의 비밀은 있는 걸까? 실제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영혼이 없다면 인간의 삶은 어떻게 영위될까.
언클 잭의 유머 감각
영어 유튜버 Uncle Jack은 은근한 유머가 매력이다. 그의 유튜브 채널에서 <영화 제목에서 건진 영어 단어>를 소개했다. 영화 제목의 번역은 각 나라의 정서를 감안하여 정한다고 한다. 그렇다 보니 때로는 원제에서 벗어난 제목으로도 개봉된다고 한다. 데미 무어와 패트릭 스웨이지가 주연으로 나왔던 <GHOST>의 제목을 각 나라별로 소개했다.
이 영화가 개봉될 즈음 나는 일본 NHK 방송국에서 월화수목금금금으로 프로그램 개발에 한창일 때였다. 그날의 주말도 숙소까지 일을 가져와 밤을 지새우는 중이었다. 백색소음을 위해 켜놓은 TV에서 귀에 익숙한 멜로디가 들리고 내레이션이 흘러나왔다.
같은 멜로디가 반복되기에 뒤돌아 TV를 보니 <GHOST> 영화의 품평이었다. 이 영화의 제목은 당시 일본에서는 <고스또, 뉴욕의 환(幻)>으로 개봉되었고, 훗날 VHS 테이프를 구입하여 비디오로 감상을 했다.
영화 제목과 문화적 번역
Uncle Jack이 각 나라별로 소개한 제목이 흥미를 끌었다.
- 한국- 사랑과 영혼
- 일본-고스또, 뉴욕의 환영
- 포르투갈 – 삶의 반대편에
- 스페인 – 더 많은 사랑의 날개
- 프랑스 – 내 사랑의 유령
- 멕시코 – 사랑의 그림자
- 독일 – Sam의 메시지
- 이탈리아 – 유령
우리나라에서는 <사랑과 영혼>으로 개봉이 되었는데 무난한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프랑스의 제목인 <내 사랑의 유령>이 쉽게 내용을 파악할 것 같고, 아는 사람에게는 멕시코의 제목인 <사랑의 그림자>가 마음에 들 것도 같다.
영혼에 대해 골똘히 생각할 때가 있다. 인간에게 있어서 영혼이란 무엇일까. 소중한 나의 영혼이 상처를 받는다면 어떻게 치유를 해야 할까. 영혼이 없다면 인간의 삶은 어떻게 영위될까. 실제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영혼 무게의 실험
100여 년 전에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영혼의 무게를 재는 실험이었다. 임종 환자 여러 명의 체중을 측정했는데, 임종 전후 체중의 차이가 21g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 차이가 영혼의 무게라는 것이었다. 이후 100여 년이 지난 최근에 컴퓨터 제어장치로 측정을 하였는데 정확히 21.26214g이었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15마리의 개를 대상으로도 똑같은 측정을 했지만 개에게서는 체중의 차이가 없었다고 한다.
영혼을 떠올리면 혼(魂)이라는 단어가 생각난다. 산산이 부서지는 이름과 허공에 헤어진 이름이 떠오르듯이 소월의 詩 초혼(招魂)이 생각난다. 작가로는 고정희와 최명희이다. 시인 고정희는 ‘상한 영혼(魂)을 위하여’라는 시를 썼고, 소설가 최명희는 ‘혼(魂) 불’이라는 장편소설을 썼기 때문이다.
<상한 영혼을 위하여>의 시를 생각하는 순간이 있다. 아무래도 가슴앓이를 하게 될 때다. 오해와 불신 속에 흐트러지는 마음을 하루아침에 정돈할 수는 없다. 지나친 자기 검열과 자제는 오히려 나를 부정하게 만든다. “상한 갈대라도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는 모습” 이야말로 흔들리는 나에게 치유의 여유를 준다.
시인 고정희의 발자취를 찾아서
이곳 광주에서 활동한 고정희 시인이 지리산 급류에 휩쓸려 비운에 간지도 벌써 30년이 훌쩍 넘었다. 몇 해 전, 해남에 있는 고정희 시인의 生家를 다녀왔다. 시인의 남동생이 살고 있는 생가에서는 시인의 체취를 흠뻑 느낄 수 있었다.
20대까지 기거했던 시인의 방에 들어가 보았다. 고행, 묵상, 청빈의 액자가 시선을 끌었다. 사방 빽빽이 꽂혀있는 장서를 펼쳐보기도 했고, 시인의 책상에 앉아 문학의 열정을 느껴보기도 했다.
시인 고정희를 기억하며
치열한 여성해방운동과 실천문학의 열정으로 살다 간 고정희 시인. 한창 활동할 나이에 우리 곁을 떠나감이 못내 아쉽지만, 예술은 영원하리니 너무 아쉬워하지는 말아야겠다. 다시 한번 <상한 영혼을 위하여>를 감상해 본다.
상한 영혼을 위하여
– 고정희 –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 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 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가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 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 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