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에세이] ‘집 나가면 개고생? Oh, no!’
[저자] 장은초 수필가
[출판] 해드림출판사
여행의 다양한 취향
여행은 각자의 주관에 따라 설렘과 행복의 취향이 다르다. 따라서 여행기도 다를 수밖에 없다. 인증샷의 여행도 있고, 답사의 여행도 있고, 스토리텔링의 여행도 있다. 나의 경우는 스토리텔링 여행 에세이를 좋아하는데 <집 나가면 개고생?>은 지적정보가 풍부한 여행 에세이였다.
저자는 이번 책에서도 KBS 우리말 겨루기 준우승과 50여 편 수상 경력의 필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부다페스트가 수더분한 아낙네 이미지라면 프라하는 세련미 넘치고 역동적인 젊은 아가씨‘ 라는 비유가 멋졌다. 국회의사당의 야경과 낮의 묘사도 재밌었는데 ‘밤이 되면 또 멋지게 화장하고 요부처럼 사람들을 호리겠지’ 라는 문장이었다.
지적정보 풍부한 스토리텔링
나는 어떤 책이든 내용 못지않게 한 가지 이상의 지적정보를 흡입하고픈 마음으로 독서를 한다. 헝가리가 자동차의 오토매틱과 볼펜을 최초로 발명했다는 것은 나에게 유익한 정보였다. 특히 동유럽의 해박한 역사 저자의 지식이 놀라웠다.
처음엔 이번 여행에 즈음하여 축척한 지식인 줄 알았다. 하지만 저자는 이미 1998년 코소보 사태 당시부터 관련 신문을 스크랩하는 등 학창 시절부터 동유럽에 관한 예비지식에 상당한 관심을 가졌던 것을 알 수 있었다. 1970년대 교과서에는 있고 지금은 지도조차 없어진 나라가 있다. 그중 7개국으로 분리 독립한 유고슬라비아의 역사 서술을 읽으면 수필가가 아니라 유럽의 화약고 발칸반도 전문가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장은초 수필가의 여행 에세이 감상
여행 에세이라고 마냥 설렘이 있는 것만은 아니다. ‘살아보고 싶은 나라 크로아티아’에서는 여행의 호사를 함께 누리지 못한 부모와 가족에 대한 애끓는 마음에서는 나도 눈시울이 뜨거웠다. 다만 슬로베니아의 민족 시인의 순애보와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잊기 위해 이국까지 와서 남긴 사랑의 낙서를 함께 공감하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었다. 이 또한 여행 에세이 본문에 나오는 취향과 다름의 차이일 것이다.
중간중간 지루하지 않게 가요를 인용하며 표현하는 분위기도 좋았다. 팝과 클래식을 넘나드는 피아졸라의 음악처럼 편안함을 느껴졌다. 부다페스트를 떠나며 안드레아 보티첼리의 Time to say Goodbye를 떠올렸다는 순간에는 이별의 분위기가 나에게도 뭉클한 감정으로 전이되었다.
나는 이번 가을에 오스트리아 빈과 할슈타트에서만 일주일 머무는 여행 계획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구순 노모의 건강 때문에 자리를 비울 수 없어 무기한 연기되었다. 아름답게 묘사한 할슈타트의 ‘잘츠캄머굿’을 상상하면 마음 서둘러 설렘이 이는데 말이다.
<집 나가면 개고생? Oh, no!>는 뇌색녀라 칭해도 손색이 없는 정보와 장은초 수필가의 필력을 다시 한번 느낀 여행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