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가족 여행(제3화)
가마쿠라를 찾았던 이유
이번 7박 8일 가족여행 중에 아내는 회사일정상 중간 귀국을 하였다. 딸은 도쿄의 친구와 지내기로 했기에 시나브로 나 홀로 남게 되었다. 조용히 나 홀로 여행을 생각하던 중에 도쿄와 가까운 소도시 가마쿠라 떠올랐다. 가마쿠라를 가고 싶어 했던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츠메 소세키는 일본의 셰익스피어라고 일컬어지는 작가이다. 나츠메 소세키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로 많이 알려졌다. 인간세계의 불편한 진실들을 고양이 눈으로 바라본 수필 같은 소설이다. 그의 소설 <도련님> 도 나에게는 강한 임팩을 주었는데, 이에 못지않은 소설이 있었다. <마음>이라는 소설이었다.
마치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의 가사와 같은 느낌의 소설이었는데, ‘내가 선생님을 알게 된 곳은 가마쿠라(鎌倉)였다’라고 초반부가 시작된다. 이때 이 부분을 읽으면서 은연중에 가마쿠라에 한 번 가봐야겠다고 처음 생각을 했었다.
도쿄에서 가까운 가마쿠라는 여행객이 많이 찾는 관광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가마쿠라 해변을 보며 조용히 멍때리기를 하고 싶었기에 숙소 예약 외에는 특별한 계획 없이 가마쿠라로 향했다.
소도시 가마쿠라 해변
가마쿠라는 소도시답게 조용한 해변을 끼고 있는 마을이었다. 창문을 열면 해변이 곧장 보이는 숙소에 여장을 풀고 오후 산책을 나갔다. 화산 특유의 검은 모래사장에는 피서객은 보이지 않았지만, 윈드서핑을 즐기는 서퍼들이 많이 보였다.
여름에는 모래찜질을 하는 피서객이 많을 거라는 상상을 해본다. 나츠메 소세키의 <마음> 소설도 여름휴가에 이곳 검은 모래에서 찜질하다가 선생님을 만났던 것이리라.
레트로 감성 에노덴 전철
에노시마를 가기 위해 가마쿠라의 관광명물이 된 에노덴(江ノ電) 전철을 탄다. 빈티적인 초록색 외장과 낡은 의자, 창밖으로 펼쳐지는 가마쿠라 바다 풍경, 그리고 덜컹거리는 진동까지 이 모든 것이 에도시대(江戸時代) 시대로 데려가는 듯했다. 레트로 감성이 물씬 풍겼다.
수평선을 보며 걷는 에노시마
에노시마(江の島) 역에 도착했다. 깔끔한 주택가 골목을 얼마 간 걷다 보니, 저 멀리 에노시마 섬이 보이기 시작한다. 에노시마는 바다 한가운데 솟은 작은 섬으로, 신사와 사찰, 아름다운 정원 등이 있어 바다를 보며 산책하기 안성맞춤이었다.
에노덴을 타고 가마쿠라 숙소 돌아오는 길, 나는 ‘슬램덩크’의 배경으로 유명한 가마쿠라고교 앞 건널목에 내렸다. 많은 청춘의 여행자들이 이곳을 찾고 있었다. 만화 속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착각 속에, 나도 에노덴 기차가 지나기를 기다렸다.
만화 속 강백호가 에노덴을 타며 외쳤던 말이 떠올랐다. ‘이 에노덴을 타고 꼭 전국대회에 갈 거야’라는 강백호의 강한 의지를 되새겨보았다. 숏츠용 영상을 찍으며 잠시 나만의 추억을 만들 수 있었던 것도 나 홀로 여행의 즐거움이었다.
가마쿠라에 해변에 어둠이 내렸다. 숙소의 테라스에 앉아 생맥주를 마신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흐린 날씨에 회색빛에 물든 아득한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마음속 깊은 곳에 잠자고 있던 감성을 깨우는 듯하다.
나 홀로 여행의 가마쿠라 감성
일본의 최초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와바타 야스나리도 이곳 해변 근방에 작업실을 만들어 글을 썼다고 한다. 그도 이런 분위기에서 글을 썼을 거라는 상상을 해본다. 읽고 쓰는 즐거움을 ‘신의 한 수’라고 자뻑하는 나에게 ‘지금 이 순간’은 가마쿠라의 나 홀로 낭만과 추억으로 고이 간직할 것이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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