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비엔나 여행(제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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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산업의 직업
오늘은 호프부르크 왕궁에 있는 시씨 박물관을 다녀올 예정이다. 정식으로는 시씨 뮤지엄(Sisi Museum)이다. 이번 비엔나 여행에서 꼭 방문해야 할 곳 중의 한 곳이다. 어제 입장하지 못한 이유가 비엔나패스를 실물카드로 교환하지 못해 발생한 해프닝이었기에, 오페라국립극장 앞에 있는 비엔나패스 창구에 들러 실물카드로 교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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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씨 박물관 입구의 티켓 담당자에게 예약시간에 맞춰 비엔나패스 실물카드를 당당하게(?) 제시한다. 어제와 달리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사통과이다. 사전정보를 소홀히 한 어제의 해프닝(▶나 홀로 비엔나 여행-제5화)에 씁쓸해하면서, 박물관 입구의 티켓 담당자의 직업도 힘든 업종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나와 같은 외국 관광객이 시도 때도 없이 입장 가능여부를 묻는다. 어제 나에게 했던 대답의 반복일 것이다. 언어마저 원활하지 않고 손짓발짓으로 설명을 해야 하는 일이란, 보통의 인내심 없이는 힘든 일이다.
시씨(Sisi) 황후를 생각한다
오스트리아 황실이 기울어져가는 19세기 후반, 프란츠 요제프 황제와 엘리자벳 황후는 부부의 행복을 만끽하지 못했다. 더욱이 아들과 딸이 일찍 죽는 불행한 가정사까지 겹쳐진 이들 부부의 삶의 여정은 쇼윈도 부부로 비치는 듯하다.
하지만 이들 부부는 역사적으로나 대중적으로나 잊히지 않고 아직도 기억되는 인물들이다. 특히 오스트리아 황실 가운데 가장 유명한 인물 중의 한 명이 엘리자벳 황후이다. 우리에게 시씨(Sisi) 황후라는 애칭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그녀의 아름다움과 슬픔에 신여성으로서의 이미지까지 더해져 강한 인상을 남겼다.
시씨황후는 아름다움과 우아함으로 일반인의 관심을 끌었지만, 인생의 많은 부분에서 깊은 우울과 고통을 겪었다. 황실 생활의 압박과 사교적 의무, 개인적 자유의 제한 때문에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한다. 삶의 마지막도 비참했다. 스위스 제네바 여행 중에 무정부주의자에게 암살당한 후, 60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시씨 황후 박물관(시씨 뮤지엄) 전시품
시씨 황후 박물관에는 그녀의 생애와 관련된 다양한 유물과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평소 사용했던 개인 소지품, 옷, 장신구, 편지, 일기 등이 전시되어 있고, 황후의 생애와 관련된 다양한 역사적 문서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제 그녀의 삶을 엿볼 수 있다는 설렘을 가진 채 전시장에 들어선다.
가이드 없이 나 홀로 여행자인 나에게는 오디오북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글판이 없어 아쉽다. 사진을 보고 고증한 거실과 방이 재현되어 사진으로 남기고 싶지만, 사진 촬영도 금지되어 있고 비좁다.
황실의 보수적 분위기에 대항하는 진보적인 성향을 지닌 그녀였기에 여행과 문화 활동에 관심을 보였다. 그녀가 소지했던 책들과 편지를 보니 예술의 취향이 느껴진다.
그러나 그녀가 입었던 실제 드레스를 보는 순간, 아름다움보다는 안쓰러움이 앞섰다.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가는 허리사이즈에 놀랐다. 저런 허리를 가지고 어떻게 여행을 다녔을까. 저런 허리를 유지하기 위해 인간의 본능인 식탐을 어찌 줄였을까.
요제프 황제의 식탁을 보면 황제의 건너편에 그녀의 자리가 있다. 하지만 함께 식사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고 한다. 꽉 낀 코르셋에 맞는 허리 유지를 위해 자주 다이어트를 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 암살되던 날, 칼에 찔렸지만 코르셋으로 조여진 지혈 때문에 심각한 상처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응급조치를 하지 않은 시씨 황후는 이후 과다출혈이 원인으로 사망하고 말았다.
역사의 미화
역사는 영웅에게 미화가 된다. 시씨 황후 또한 일부분 미화된 부분이 있을 것이다. 어찌 되었든 시씨 황후는 자타가 인정하는 아름다움과 불행한 운명은 오스트리아와 유럽 역사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에바 페론이 생각나다
그리고 생각나는 인물. 아르헨티나의 영부인이었던 에바 페론을 생각한다. 에바 페론은 Don’t Cry for Me Argentina 뮤지컬 노래로 익히 알려지 에비타이다. 금수저였던 시씨 황후는 개인의 자유와 민족주의 지지에 힘을 썼고, 흙수저였던 에비타는 노동자 계층과 빈민층을 위한 사회적 활동을 많이 했다.
둘 다 영부인으로서 영예는 가졌지만, 남편의 사랑과 개인의 삶은 그리 평탄치 않았다. 부와 명예가 무작정 최상은 아닌 듯 하다. 가진 만큼 안분지족의 평온한 삶을 가지는 것도 개인의 행복 중의 하나이리라.
비엔나 관광과 시씨 황후
한 시간 여 동안 전시물을 둘러보고 나왔다. 나의 기대에 부응하는 전시물과 분위기였다. 박물관 밖에는 여전히 시씨 황후의 유물을 보기 위해 개인과 단체 관광객이 붐비고 있다. 시씨 황후의 사진을 붙인 마차도 관광객 사이를 바삐바삐 지나다닌다.
모차르트는 잘츠부르크에 관광객을 부른다는 데, 시씨 황후는 비엔나에 관광객을 부르고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이제 호프 부르크 왕궁 건너편에 있는 오스트리아 제국의 여제였던 마리아 테레지아 광장을 갈까 한다. 그곳에 있는 미술사 박물관에서 그림을 감상해야겠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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