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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 소확행 레시피
빗소리 기다리는 시골집 풍경
고요함으로 충만한 주말 오전이다. 잿빛 하늘에서는 비가 오려나 보다. 따뜻한 봄을 기다리는 애절함으로 마음 서둘러 봄비를 기다려본다.
어제는 시골집 지붕을 단장했다. 내가 태어나고 목공이던 부친이 지은 기와집을, 내가 결혼하기 전에 모친이 슬레트 지붕개량을 했었다. 그리고 어제, 30여 년 만에 함석으로 지붕개량을 했다. 밀린 숙제를 한 것처럼 마음은 후련하지만, 모친 생전에 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라는 진한 아쉬움 또한 감출 수 없다.
레트로 감성에 젖다
시골집에 오면 레트로 감성에 젖는다. 도시의 진보적 생각은 버리고 자연에 묻어가는 수동적 단순 반복 생활 태도를 견지한다. 평소 초딩 입맛인 음식 습관이기에 식사와 설거지에 시간을 뺏기지 않는다. 시골집은 아버지 고향인 관계로 지인도 없기에 익명의 대중성을 확보한다.
IT 개발자로서 최저생계비 정도의 노동을 하며 소득에 맞는 안분지족의 생활을 영위한다. 침묵 속에 소확행을 즐긴다. 읽고 쓰는 즐거움 그리고 음악, 커피, 맥주가 나의 동반자이다. 시골집에서 찾는 나의 소확행 레시피이다.
야쿠쇼 코지의 “퍼펙트 데이즈“
야쿠쇼 코지의 영화 <퍼펙트 데이즈>에서 주인공 히라야마의 반복된 생활 속에서 갖는 충만함을 나는 공감한다. 비록 화장실 청소부라는 고된 일 속에서도, 히라야마는 자신에게 부여된 노동의 가치에 소중함을 갖는다. 맡은 바 일에는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동시에, 자신만의 시간이 되면 취향을 즐긴다. 기초 생계를 유지하며 히라야마가 살아가는 이런 모습도 소확행이 아닐까 한다.
타인을 귀찮게 하지 않는 평온한 고독
두 번째 서른을 지나고부터는 타인을 귀찮게 하지 않으려 애쓴다. 상대방에게 무언가를 권유했을 때 뜨악해하는 표정이 느껴지면 더 이상 권유하지 않는다. 가족 간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인지 나 혼자 집안일을 하거나, 나 혼자 여행을 하는 등 혼자 놀기를 좋아한다. 즉, 혼밥, 혼술을 하며 혼놀의 평온함을 만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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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집, 마이너리그에도 커피 향은 흐른다
책장에서 오래된 수필집을 꺼내 보았다. 2014년에 출간한 나의 졸저 “마이너리그에도 커피 향은 흐른다” 라는 수필집이다. 낡은 종이 냄새를 맡으며 프롤로그를 읽어본다. 수필집 출간 당시의 마음과 지금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은 팩트이다. 노동의 신성함 또한 팩트이다. 사회적으로 경제적 주체가 되었을 때에는 이러한 행동과 습관은 지양해야 한다. 하지만 반은퇴 상태로 접어든 요즘은 이슈와 트렌트의 정점에서 한 발짝 물러나, 마이너리거로의 삶을 유지하고 있다. 안분지족의 마음으로 강물이 흐르 듯이 말이다.
봄비를 기다리며
아직 비는 내리는 않는다. 일기예보를 확인하니 오후 늦게 비가 내릴 것 같다.
잠시 운동 삼아 동네 산책을 할까 보다. 오후에는 음악을 들으며 다음 글을 써 내려갈 것이다. 떠오르는 생각들을 자유롭게 풀어내고, 감정을 정제하여 문장으로 빚어내는 시간. 고독 속에서 피어나는 창작의 기쁨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시골집의 오전은 이렇게 상상의 자뻑으로 흘러간다.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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