쇤브룬궁에 어리는 나폴레옹 아들의 고독


나 홀로 비엔나 여행 (제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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쇤브룬궁 가는 날

호텔 조식을 마치고 느긋하게 커피 한 잔을 마신다. 오늘의 일정을 살핀다. 오전에 레오폴트 미술관을 방문하고 오후에 쇤브룬궁을 가는 일정이다. 근데!!! 갑자기 아차, 하는 생각이 들어 커피 잔을 내려놓고 쇤브룬궁 입장 시간을 살핀다. 입장 예약 시간이 12시 45분 ~ 13시 사이다.     

레오폴트 미술관 입장 시간은 10시이다. 나의 미술관 감상 취향은 나무늘보인데, 2시간 정도는 필요하다. 우리나라 같으면 쇤브룬궁에 10분 전 도착해도 충분할 텐데, 처음 가는 쇤브룬궁이라 신경이 쓰인다.     

유럽의 관광지는 입구 찾기도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구글 지도를 보니 4호선 쇤브룬 전철역에서 궁전까지 도보로 약 10분 거리이다. 서툰 영어로 입구를 찾고, 예약 체크를 위해 대기줄에 서서 기다리는 시간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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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도 쇤브른 전철역에는 11시까지 도착해야하고, 입구의 줄 서서 기다리는 곳까지는 넉넉히 11시 30분까지는 도착해야 한다. 시간이 촉박하다. 아…… 결국 레오폴트 미술관 방문을 어제에 이어 오늘 또 내일로 연기하기로 한다.     

막상, 레오폴트 미술관 일정을 내일로 연기하니 오전 시간이 넉넉해졌다. 오늘 하루는 쇤브룬궁 일정만 소화할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까지 여유로워진다. 식은 커피를 버리고 뜨거운 커피로 다시 드립하여 마신다. 커피맛이 좋다.

쇤브룬궁에 어리는 나폴레옹 아들의 고독 1
쇤브룬궁과 광장

    

마리아 테레지아와 쇤브룬궁

쇤브룬궁은 마리아 테레지아 황후의 여름 궁전이었다. 그녀는 오스트리아뿐만 아니라 유럽까지 정치력을 과시한 여성 지도자였다. 그러나 그녀의 카리스마에 비해 쇤브룬궁은 수수하다. 방은 많지만 그저 다복한 가정의 일상을 보여주는 듯한 느낌이다.     

마리 앙투아네트와 모차르트의 음악회 방

한글 오디오 가이드에서 마리 앙투아네트와 어린 모차르트가 만났던 음악회 방으로 들어선다는 멘트가 나온다. 그 방에서 울려 퍼졌을 음악의 선율보다도 두 사람이 처음 만났던 순간을 상상한다. 정말로 넘어진 모차르트가 자신을 일으켜 세워준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청혼의 메시지를 보냈을까? 라고.ㅋ     

시씨 황후와 요제프 황제의 사랑

쇤브룬궁의 분위기는 마리아 테레지아보다 오히려 프란츠 요제프의 흔적이 강렬하다. 요제프 황제가 일했던 집무실 가구의 섬세함과 ‘죽을 때까지 일하리라’는 책상의 메모를 보노라니 합스부르크 왕조를 지키려했던 강한 정치 철학이 느껴진다.     

한편에는 시씨 황후와의 사랑 이야기를 전하는 황제의 일기도 있었다. 요제프 황제는 평생 사랑한 사람은 시씨 황후라고 썼다. 하지만 황제와 황후의 부부간 애정은 역사의 기록으로는 우울하다. 그녀는 황제의 사랑을 몰랐었을까, 아니면 그녀의 역마살 취향 때문이었을까.

시씨 황후 박물관 이야기

나폴레옹의 아들 나폴레옹 2세의 생애

나폴레옹 2세의 방으로 들어선다. 우리가 잘 아는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나폴레옹 2세는 아버지 나폴레옹이 유부녀였던 조세핀과 두 번째 결혼 하기전, 첫 번째 부인에게서 낳았던 유일한 외아들이다. 나폴레옹의 첫 번째 부인이었던 그의 어머니는 오스트리아의 황녀 마리 루이즈였다.

나폴레옹 2세는 다이아몬드 수저를 물고 태어났지만, 부모의 애정을 받지 못했다. 그는 부모와 함께 지내지 못하고 쇤브룬궁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홀로 보냈다.

나폴레옹 2세 방에 들어서니 그림과 몇 가지 유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나의 눈길을 끌었던 것은 박제된 새였다. 박제된 새는 나폴레옹 2세의 고독한 삶의 상징이다. 새는 그의 유일한 친구였다. 고립된 생활 속에서 유일하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존재였다고 한다.

새가 죽은 후, 나폴레옹 2세는 이를 박제해 보존하길 원했다고 한다. 나폴레옹 2세는 고독 속에서 얻은 결핵을 앓았다. 결국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한 채, 약관 21세의 젊은 나이에 쓸쓸히 숨을 거두었다.     

쇤브룬궁에 어리는 나폴레옹 아들의 고독 2
나폴레옹 2세의 쓸쓸한 죽음

마리안 페이스풀이 부른 노래 “This Little Bird”가 떠오른다. 멜로디 못지않게 가사가 마음에 들어 좋아하는 노래이다. 나폴레옹 2세의 박제된 새를 보니 우울한 마음이 들어 가사를 음미해 본다. 

바람을 타고 사는 이 작은 새
누군가가 보내준 이 작은 새는
하늘 위로 높이 날아 올라갑니다
사람의 눈이 닿지 않는 곳까지.

그리고
그가 땅에 닿는 유일한 시간은
그 작은 새가 삶을 마감하는 순간이랍니다.
         

케네디와 후르시초프의 역사적인 만남

쇤브룬궁에서 처음 알게 된 사실 중에 관심가는 내용은 케네디와 후르시초프가 이곳에서 만났다는 사실이다.  만찬의 방이었다. 그들이 만났던 방에 들어서니, 20세기 교과서에서 배웠던 냉전의 긴장감과 역사의 무게가 느껴진다. 하마터면 제3차 세계대전을 일으킬 뻔했던, 쿠바의 미사일 위기를 제압한 케네디의 카리스마를 생각하게 된다. 멋진 카리스마였다.

쇤브룬궁에 어리는 나폴레옹 아들의 고독 3
마리아 테레지아의 여름 별장인 쇤브룬궁 정원

쇤브룬궁을 나서며

쇤브룬궁에서 합스부르크 역사의 숨결과 영광을 살펴 보았다. 물론 과거의 영광이지만 전 세계 여행자를 끌어들이는 역사와 예술성은 후손들에게 자랑거리가 되기에 충분했다.

내일은 비엔나를 떠나는 날이다. 귀국 비행기가 저녁 시간이기에 오전, 오후 일정은 가능할 것 같다. 비엔나 중심가인 성 슈테판 거리를 거닐어 보아야겠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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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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