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비엔나 여행(제1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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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의 마지막 아침
오늘은 비엔나를 떠나는 날이다. 하늘엔 얇은 비구름이 드리워져 있고, 오후엔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있다. 잿빛 아쉬움을 지닌 채 호텔을 나선다.
오늘의 일정은 오전 성슈테판 대성당과 오후 국립도서관이다. 두 군데 일정을 마치면 공항으로 이동하여 저녁 비행기를 타야 한다. 7박 9일의 일정을 마무리하는 귀국비행기다.
레오폴트 미술관은 결국 이번 일정에서 빠지게 되었다. 평소 에곤 실레의 작품에 관심이 있기에 이번 여행에서 반드시 거쳐야 할 일정이었다. 두 번이나 연기를 했던 것은 자투리 시간이 아닌 차분한 시간에 여유를 갖고 몰입하여 감상하려던 이유였다.
하지만 비엔나를 다시 찾아오라는 운명인지, 두 번이나 연기했던 에곤 실레의 작품을 결국 감상하지 못하고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 그저 아쉬울 뿐이다.
케른트너 거리
성슈테판 성당에 가려면 지하철 1호선 또는 4호선의 Stephansplatz 역에서 내리면 된다. 트램의 편리성에 익숙해진 나로서는 1번 트램을 타고 국립오페라극장 정류장에서 내린다.
국립오페라극장을 지나 비엔나의 최대 번화가인 게른트너 거리에 들어선다. 먼발치에 성슈테판 성당의 첨탑이 보이기 시작하자, 마치 서울의 명동성당을 보며 명동 번화가를 거닐 때와 같은 감정이 인다.
성슈테판 광장
게른트너 거리는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활기찬 에너지를 느낄 수 없다. 대부분의 쇼윈도 조명은 꺼져 있다. 여행자의 호기심 어린 표정과는 대조적으로, 상점가의 사람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하루를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도시의 불빛에 부조된 간밤의 거리를 상상해 본다. 낭만과 로맨틱한 분위기에 들떴을 게른트너 거리였을 것이다.
성슈테판 대성당
성슈테판 광장에 들어선다. 사진에서 익히 보아온 성슈테판 성당은 생각보다 크고 웅장하다. 고딕 양식의 첨탑은 얇은 비구름에 다다를 듯한 기세로 하늘 높이 솟아있다. 천국으로 가는 길을 안내하는 이정표 같은 느낌이 든다.
예술가들의 숨결
성슈테판 대성당은 비엔나의 랜드마크로 많은 관광객을 부르고 있다. 모차르트의 결혼식과 장례식이 치러졌다는 사실만으로도 많은 관광객이 이곳을 찾고 있다. 대성당 가까이엔 모차르트가 피아노 연주를 했던 공연장과 그의 아파트가 있어 그의 발자취를 더듬기엔 안성맞춤의 장소이다.
성슈테판 건축미와 예술의 혼
성당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외벽의 섬세한 조형물들을 감상하며 한 바퀴를 돈다. 일반인의 눈에는 섬세한 건축미보다 건축가의 노력과 흘린 땀이 헤아려진다.
잠시 다리의 피로를 풀기 위해 광장의 한쪽에 앉는다. 관광객들이 제법 모여들었고, 여행 유튜버들의 삼각대와 카메라가 여기저기 설치되어 있다. 커플들의 셀카를 위한 움직임이 무척 활기차다. 필름 카메라로 이 장면들을 담는다면 코닥필름이나 후지필름의 번창이 지금까지 이어졌을 것이다.
자허카페
걷다 보니 자허카페가 보인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아늑한 실내와 손님들의 밝은 표정을 보니, 고소한 커피와 전통적인 오스트리아 디저트인 자허토르테가 먹고 싶어 진다. 하지만 입구에는 대기 줄이 늘어서 있다. 그냥 지나쳐 걷기로 한다.
비 오는 날의 비엔나
자허카페를 지나고 얼마간 걷다보니 일기예보에 맞추어 한두 방울 비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백팩 안에 접이식 우산이 있지만, 우산 대신 방수 후드티를 꺼내 입는다. 케른트너 거리를 비를 맞으며 걷기 위해서이다.
예술가의 자취를 느끼며
한때 이 거리에는 모차르트뿐만 아니라 하이든, 베토벤, 슈베르트, 말러, 알마, 클림트, 에곤 실레, 코코슈카 등 많은 예술가들이 거닐었을 것이다. 마치 명동의 은성 주점이나 파리의 라통도 카페에 모여들었던 예술가들처럼 말이다. 이곳에서 그들은 예술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나눴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잔잔하게 내리는 가랑비 속에서 시간과 공간을 넘어 많은 예술가들의 숨결이 느껴진다. 그들이 이곳을 걸으며 어떤 생각을 했을지, 어떤 영감을 받았을지 다시 한 번 상상해 본다.
비 오는 날의 비엔나 케른트너 거리는 예술의 낭만과 감성으로 젖어간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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