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트라케 니케 조각상의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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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파리 여행(제3화)

루브르 가는 길

정치, 사회 그리고 포스트모더니즘까지 오늘날 인류에게 크나큰 영향을 끼쳤던 프랑스혁명. 그 혁명의 역사에서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가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던 콩코르드 광장을 돌아보았다. 콩코르드 광장을 지나 이번 여행 목적 중의 하나인 사모트라케의 니케를 감상하러 루브르 박물관으로 향한다.

루브르 가는 길목의 튈르리 공원에서 자유시간이 주어진다. 난생처음 돈을 내고 화장실을 이용한다. 말로만 듣던 유료 화장실이다. 화장실에도 관리비가 필요하다는 것은 팩트다. 하지만 이런 시설에야말로 세금을 사용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용료가 아까워서 하는 말이 아니다.

유료 화장실마저도 많지 않으니 맥주나 음료를 마음껏 마시지 못하는 불편함이 많아서다. 하긴 남자로서 불편함을 따진다면 줄지어 서있는 여성 화장실에 비할까.

여성 화장실과 양성평등

지구상의 모든 여성 화장실 칸은 남성 화장실 칸의 두 배 이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왜 그렇지 못할까. 아마도, 양성평등의 왜곡된 민원마저도 원천 봉쇄하고자 하는 담당자의 소극적 생각 때문이 아닐까? 남은 자유 시간에 튈르리 공원의 벤치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한다.

유유자적 수면 위를 헤엄치는 오리를 바라본다. 평온함에 젖는가 싶었는데 이내 생각에 잠긴다.

파리지앵의 느낌을 경험하겠다고 나서 겨우 이틀 째 그들의 모습을 관찰하고 있다. 어제, 오늘 파리의 느낌은 실망 일보직전이다. 거리는 지저분하고 여행자에 대한 치안이 불안하고 오리엔탈리즘에 젖은 듯한 서비스의 불친절에 마음이 무겁다.

자본주의의 승자 독식

선진국이라는 파리도 ‘승자의 독식’이라는 자본주의 병폐가 내 눈에 확연히 드러나 보인다. 방금 개선문에서 목격한 소매치기 집시의 비루한 삶과 3D업종에는 유색 에뜨랑제만이 가난을 대물림하며 가쁜 숨을 내쉬며 살아가는 듯하다. 다만, 거리의 어디를 가든 파리의 아름다운 예술의 공기가 흐른다는 게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몇 해 전 일본 후쿠오카에서 한 달 머물 때, TV에서 루브르 박물관의 니케 조각상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긴장 속에 조심조심 니케 상을 지금의 장소로 옮기는 고고학자와 박물관 직원의 모습이었다. 일본 TV는 보수적인 루브르에서 어떻게 이런 장면을 기획을 할 수 있었을까, 라는 의구심이 생겼었다.

알고 보니 루브르의 대규모 실내 인테리어 공사를 일본 대기업의 자금 지원을 받아 진행했다고 한다. 모나리자가 전시되어 있는 드농관에는 그때 스폰을 했던 일본 대기업의 상호가 새겨져 있다.

사모트라케 니케 조각상의 감동 1
사모트라케의 니케 조각상

사모트라케의 니케와 스탕달 신드롬

드디어 니케 상 앞에 섰다. ‘사모트라케의 니케’ 조각상은 기원전 190년경 로드스섬의 주민들이 해전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조각상이다. 그간 바닷속에 흩어져있던 수 백 개의 조각을 모아 근세에 복원해 놓았다. 무려 2000년 전의 조각 작품이다.

아, 2000년이라. 마음 깊은 곳에서 서서히 흥분이 일기 시작한다. 사진이나 영상이 아닌 실물을 접하는 순간의 흥분이다. 이런 느낌이 스탕달 신드롬 같은 것일까.

주말이면 취미생활의 일환으로 경기도 이천에서 도자기를 만들고 온다는 친구가 있다. 도자기를 접하면 무슨 즐거움이 있느냐고 물었던 적이 있었다. 수 백 년 전의 손길이 느껴지는 감동이라고 대답했다. 니케상을 보니 친구의 대답이 실감 난다.

나는 니케처럼 날고 싶다

Nike라는 어원은 승리의 여신 니케(NIKE)에서 따왔다고 한다. 나이키의 로고 또한 여신 니케의 날개와 승리를 표현하는 ‘V’를 부드럽게 뉘어 놓은 것이다. 날개와 승리.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날개가 이상이라면 승리는 현실이겠다. 나의 이상은 아직도 현실에 차압당해 있다.

빅 픽쳐의 날개보다 작은 승리의 확신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효율에 관계없이 무턱대고 마음 서두르는 삶이다. 그만큼 지난날의 시행착오를 만회하려는 조급함에 나는 살고 있다. 다시 니케 상을 바라보며 이상의 소설 <날개>처럼 마음속으로 외친다.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니케처럼 나는 좀 더 날고 싶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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