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
초저녁 시골집 마당에 홀로 서서 석양을 바라보았다. 평온이 느껴져 그놈의 ‘행복’이라는 단어가 새삼스럽게 떠올랐다. 평온함도 잠시 이내 마음이 무거웠다. 현실 도피자의 마음일까도 싶었다. 깊어가는 겨울 밤, 이런 마음에서 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 15화를 보았다.
사랑한다고 말해줘 15화
사랑한다고 말해줘 15화의 테마는 <이별>이었다. 처음 1화를 보았을 때 이미, 순탄치 않는 사랑이겠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었을 것이다. 청각장애자 남성과 일반 여성과의 만남이었으니 말이다.
제삼자의 입장에서야 사랑의 본질만 이야기하겠지만,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불쑥불쑥 현실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청각장애자와 일반 여성의 사랑
오늘 <15화>에서는 다정스럽게 쇼핑을 하던 모은(신현빈 분)이 건네려던 말을 진우(정우성 분)이 듣지 못했을 때 애석해하던 표정에서 감정의 변화가 감지되었다.
그때그때 자신의 말을 전할 수 없는 안타까움에 모은의 독백 같은 넋두리인 ‘답답해…’라는 음성이, 우연히 진우의 휴대폰 음성변환 문자로 뜬다. 이를 보게 된 진우는 모은의 답답함을 이해하고 헤어질 결심을 한다.
모은이 진우를 알게 되고 처음 약속을 잡으려고 했을 때 진우가 했던 대사가 생각났다.
“좋은 건 좋은 사람과 하세요. 굳이 맞추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는 사람과…”
드라마 속 모은과 진우의 이별
이 대사가 나올 때 진우의 진심이 느껴져 나는 울컥했다. 이 울컥함의 불안함이 결국 진우가 모은에게 헤어지자고 이야기를 꺼내게 되는 바탕이 되고 말았다. 이럴 때야말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사랑하니까 아픈 이별’을 하는 건가 싶기도 하다.
오늘 드라마를 보면서 캔맥주 세 개를 마셨다. 맥주 마니아이긴 하지만, 드라마 보면서 캔맥주를 세 개나 마신 것은 나로서는 이례적이었다. 그만큼 드라마와 정우성의 연기와 신현빈의 눈물에 몰입이 되어서였다.
마광수 교수의 감정을 경험
문득 마광수 교수가 생각난다. 마광수 교수는 한때 서편제 영화를 보고 나서, 토속주의 신파 멜로물의 새드엔딩이 오히려 심적 불협화음을 일으킨다며 새드엔딩에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신파극은 아니지만 이번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나도 마교수의 입장이 되고 있다.
사랑한다고 말해줘, 마무리를 향한 긴장감
아직 마지막 회인 <16화>에서 반전의 기회는 남아 있다. 미국으로 출국하는 진우가 해외 로케를 마치고 귀국하는 모은을 발견하고 그녀를 뒤따라 간다. 과연 두 사람이 재회를 할 것인지의 기대감을 높이는 엔딩 크레딧은 반전을 예고하고 있다.
마지막 16화에서는 두 사람은 어떤 선택을 할지, 그리고 사랑과 이별이 어떻게 마무리될지에 대한 긴장감과 호기심이 고조된다. 모든 것이 해결되고 마무리되는 그 순간까지, 시청자들은 눈을 뗄 수 없을 것 같다. 캔맥주를 여러 개 준비해야 할 같다. 새드엔딩이든 해피앤딩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