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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확행 속의 불안과 평온
영화 퍼펙트 데이즈
무더웠던 2024년의 여름. 냉방시설이 완비된 시원하고 쾌적한 영화관이 자주 생각났다. 그때 어느 포털 사이트에 눈에 띄는 개봉작이 있었다. 빔 벤더스 감독의 ‘퍼펙트 데이즈‘ 였다. 그러나 광주에서는 이미 종영된 영화였다. 아쉬웠다.
2025년 신년 새해를 맞이하여 넷플렉스 신작영화를 검색하였다. 다시 눈에 띄는 영화가 있었는데, 지난 개봉관에서 감상을 놓친 퍼펙트 데이즈였다. 반갑게 해당 영화를 클릭하였다.
빔 벤더스 감독의 ‘퍼펙트 데이즈‘는 당초 다큐멘터리를 기획하다 만들어진 영화라고 한다. 도쿄올림픽 홍보용으로 최첨단 공중 화장실을 소개하는 다큐멘터리에 별도 시나리오를 추가한 것이다. 20여 일 만에 시나리오를 만들고 20여 일만에 영화를 찍었다고 한다.
주연 야쿠쇼 코지
‘퍼펙트 데이즈’는 도쿄의 공공 화장실을 청소하는 히라야마라는 독신남의 일상 이야기다. 언뜻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단순한 일상의 영화처럼 여겨지지만, 러닝타임 2시간이 말해 주듯이 단순한 일상 속에서 삶의 본질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다.
우리나라 안성기 배우에 준하는 일본의 야쿠쇼 코지(役所 広司)는 내가 좋아하는 배우이기도 하는데, <실락원>과 <쉘 위 댄스>를 감명 깊게 보았던 터라 애착이 가는 영화이기도 했다.
반복되는 일상
영화 속 주인공 히라야마는 아침 대신 자판기 커피로 하루를 시작한다. 카세트 테이프의 올드팝송을 들으며 공공 화장실로 출근한다. 오전 청소 업무를 마치고 공원의 벤치에 앉아 우유와 빵으로 점심을 먹는다. 퇴근 후 동네 목욕탕에서 피로를 풀고, 작은 식당에서 간단한 저녁을 먹는다. 잠들기 전에는 헌책방에서 구입한 책을 읽다가 잠이 드는 반복된 일상이다.
그 속에 숨겨진 특별함
히라야마의 일상은 크게 보면 단순 반복 속에 고요한 평화가 깃들어 있다. 그는 자신만의 리듬에 맞춰 삶을 살아간다. 남들의 시선이나 사회적인 기준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속도로 삶을 음미하는 것이다.
직업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월급이지만 수입 안에서 묵묵히 안분지족하는 모습이 특징이다.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지도 비하하지도 않는다. 책임은 다하지만 자신의 권리를 놓치지는 않는다. 평소 과묵한 성격의 히라야마지만, 사표를 낸 청소원 후임 배정이 늦어지자 인사담당에게 큰소리로 배정을 독촉하는 목소리에서는 꿋꿋함이 느껴진다.
어느 날 문득 찾아온 조카를 통해 단절된 가족의 현실을 짐작하게 한다. 이후 단절되었던 여동생을 만나고, 요양원의 아버지 소식을 듣는다. 작별하는 여동생을 안고 눈물을 흘리는 히라야마에게 단절된 가족과의 상처가 되살아나는 듯하다.
영화는 과거의 상처를 받아들이고 현재를 충실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준다. 히라야마는 과거의 아픔을 잊으려 하기보다는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현재의 삶을 아름답게 가꾸려는 의지를 글썽이는 눈물 속에 짓는 희미한 미소로 보여준다.
소박함의 가치
영화 ‘퍼펙트 데이즈’는 화려한 볼거리나 극적인 사건은 없다. 화려함이나 특별함 대신 잔잔한 일상 속에서 평온을 구가한다. 즉, 물질적인 풍요에 앞서 마음의 평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되묻는 영화이다.
일상 속 사색
벤더스 감독의 ‘퍼펙트 데이즈’는 바쁜 일상에 지친 우리에게 잠시 멈춰 서서 주변을 돌아보라고 속삭이는 듯하다. 히라야마라는 인물을 통해,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고, 소박한 행복을 생각하게 하는 여운과 사색을 숙제로 우리에게 주는 듯 하다.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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