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여행 에피소드(Tip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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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비엔나 여행(제17화)     

선물의 어색함

비엔나의 거리에서 나 홀로 여행을 즐기며, 선물과 팁 문화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평소 선물을 주고받는 것이 어색한 나에게, 이번 여행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선물을 주고받는 상황은 나에게 익숙지 않다. 내게 선물은 마음의 정을 나누는 기쁨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어색함을 동반한 귀차니즘의 대상이기도 하다.     

선물을 받으면 나도 꼭 선물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나의 머리를 무겁게 한다. ‘공짜 점심은 없다’라는 Give & Take의 강박관념이다.     

그렇다고 선물의 미학을 몰라주는 건 아니다. 어릴 적 읽었던 O. 헨리의 <크리스마스 선물>은 지금도 내 마음속에 깊이 남아 있다. 저주로 가득 찼던 판도라의 상자도 마지막에는 희망이라는 선물을 남겼지 않은가. 선물은 성의와 배려의 상징이지만, 나는 그저 익숙하지 않을 뿐이다.     

Tip문화의 어색함

팁 문화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는 팁을 주고받는 문화가 흔치 않지만, 서양에서는 생활화된 문화이다. 결혼식날 처음으로 호텔에서 팁을 건넸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 어색함은 지금도 기억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팁문화

무라카미 하루키는 작가로서 부와 명성을 누리고 산다. 평소 검소한 생활을 하는 하루키는 자신의 인세로 자유를 산다고 했다. 그렇게 산 자유를 온전히 글 쓰는데 쓴다고 했다. 애써 돈을 벌지 않아도 되는 경제력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즉, 돈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것이리라.     

하루키는 미국에 가는 것이 꺼려질 때가 있다고 한다. 팁문화 때문이다. 하루키는 자신의 에세이에서 미국의 팁문화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이 있다.     

“미국에 살면서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는 팁을 주는 일이다. 팁을 주는 방식과 금액을 항상 신경 써야 해서 매우 번거롭다. 서비스의 질에 따라 팁을 결정해야 하는데, 그 기준이 모호해서 더욱 힘들다.”     

돈의 여유가 있는 하루키 조차도 팁 문화가 부담스럽다고 느낀다. 그는 팁을 주는 행위 자체가 불편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팁을 줘야 하는 상황에서 느끼는 심리적 부담은 팁문화가 없는 한국과 일본인이라면 수긍가는 이야기이다.     

비엔나에서의 Tip문화

비엔나에서는 여러 날을 묵으면서 룸 청소 팁을 건네야 하는 상황이 자주 있었다. 침대 위에 메모와 함께 팁을 남기는 것은 그나마 덜 어색했지만, 식당에서 직접 팁을 주는 일은 여전히 어색했다. 하지만 팁을 주고 나면 숙제를 마친 듯한 홀가분함은 좋았다.

비엔나여행 에피소드(Tip문화) 1
호텔 룸청소부와 3일간 나눈 Tip 메모

    

외국어가 서툰 나로서는 키오스크가 있는 곳이 좋았다. 비엔나에서는 대표적으로 맥도널드였다.

우리나라 맥도널드 메뉴와 별 차이가 없었다. 콧노래를 부르며 평소처럼 메뉴를 선택하는데, 카드 결제를 해야 하는 타이밍에 낯선 메뉴가 새창으로 떴다. 순간 당황했지만 자세히 읽어보니 팁을 선택하라는 메뉴였다. 비대면 팁이라면 얼마든지! 라며 흔쾌히 결제를 하였다.     

햄버거를 먹으면서 딸아이에게 키오스크 팁 메뉴를 문자로 보냈더니, “아니, 무슨 비대면인데 서비스 팁을 달래?” 라며 다소 불만 섞인 답장이 돌아왔다.          

비엔나여행 에피소드(Tip문화) 2
비엔나 맥도널드 키오스의 Tip선택

         

Tip문화의 진정한 가치

비엔나 여행 중 일정이 추가되어 새로운 호텔을 예약하게 되었다. 첫날 외출을 하면서 침대 위에 감사의 메모와 팁을 놓고 나왔는데, 돌아와 보니 침대 시트는 바뀌었지만 메모와 팁은 그대로 놓여있었다. 호텔의 방침인지, 청소부의 개인적인 생각인지 궁금했다.

비엔나 시내 가성비 좋은 호텔 리뷰     

비엔나에서의 팁 문화는 식당에서 주로 경험했다. 카드 결제로 팁을 주니 어색하지 않았다. 하지만 할슈타트 호텔 식당에서 웨이터의 밝은 미소를 보았을 때, 그 미소는 팁의 진정한 가치를 느끼게 해 주었다. 팁은 호의를 넘어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작은 선물이었다.     

한국에서의 Tip문화 도입

우리나라도 일부 택시 업계에서 팁서비스를 실시하였고 어느 식당에서는 팁박스를 놔두는 곳도 있다.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분위기인데, “호의를 넘어 권리가 되는 상황”을 염려해서일 것이다. 비엔나 식당에서처럼 무표정하게 카드결제 되었던 순간의 분위기 말이다.     

이번 비엔나 여행에서 팁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한번 경험하였다. 어색함 속에서도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팁문화, 그것이 우리가 바라는 팁 문화가 아닐까 한다.

▶ 다음 회(제18회) 계속 읽기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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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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