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고 Vertigo


버티고 Vertigo

제빵이름의 착각

어느 날 집 앞에 새로이 생긴 제빵점의 간판이 눈에 띄였다. 발음이 생소한 뚜레쥬르라는 상호였는 데, 프랑스어를 모르는 내 생각에는 상호의 의미가 토스트(Tous)와 쥬스(Jours)라고 생각을 했다. 알고보니 뚜레쥬르(Tous Les Jours)란 프랑스어로 매일매일이라는 뜻이었다.

설탕젤리의 혼동

한때 신종플루가 유행하고 나서부터 감기 예방을 위해 가게 입구에는 손을 소독할 수 있는 소독제가 잘 갖춰져 있다. 어느 날 점심시간에 빵을 먹기 위해 제과점에 들어섰다. 좋아하는 단팥빵과 도너츠를 접시에 담아 손소독제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손소독제를 양손에 듬뿍 묻혀 손등까지 철저히 세척을 하고 자연건조를 기다리는 데 옆 테이블 숙녀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나를 쳐다보며 자기들끼리는 귓속말로 소곤거리는 모습까지 감지된다.

빵을 먹기 위해 손이 마르기를 기다리는 데, 평소와는 다르게 자연 건조가 잘 되지 않는다. 한참을 기다려도 손이 마르지 않기에 자세히 보니 손소독제라고 여기고 손에 발랐던 것이 소독제가 아닌 설탕젤리였던 것이다.

이사 도움의 속내

결혼 후 단독주택에서 신혼을 보내고 아파트로 이사를 하던 날이었다. 포장이사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마무리는 우리부부 손으로 해야 하는 것이다. 포장이사 직원들에 의해 1차 배치가 끝나고 2차로 우리들 정리순서가 되었다.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될 무렵, 양복을 입은 40대 남성이 다가오더니 아는 체를 하며 밝은 얼굴로 인사를 한다. 누구시냐고 했더니 OO신문사에서 왔는데 같은 동네에 살게되어 반갑다며 함께 정리를 돕겠다고 한다.

OO신문사라면 아내의 사촌오빠께서 논설위원으로 근무하고 있었기에 아마도 사촌오빠께서 이사를 도우라고 보낸 신문사 직원으로 여겨져 나 또한 반갑게 맞이했다.

정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나는 고마웠다는 말을 전하는 데, 그 남성은 양복 안주머니에서 봉투 하나를 꺼낸다. 신문구독을 하면 상품권을 드리겠다고 한다. 그 남성은 사촌오빠가 보낸 직원이 아니라 신문구독 영업을 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새로운 거래처의 착각

내가 운영하는 회사는 건설사를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임대를 하는 IT업체이다. 회사의 대표로 있는 나에게는 프로그램 개발의뢰 순간이 무엇보다 기다려진다. 작은 규모의 회사이기에 영업직원이 별도 없어 대표인 내가 직접 영업과 컨설팅을 한다.

그 날도 프로그램에 대한 전반적인 구조와 사용법에 대해 문의를 하겠다는 전화가 왔다. 회사명을 물어보니 기존 거래처가 아닌 새로운 △△건설사였다. 전화상으로 설명이 곤란하니 직접 방문하여 설명을 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신규거래처를 계약하려는 기분에 들떠 있는 데 전화벨이 울린다. 방금 프로그램 문의를 했던 담당자였다.

“저희 OOO소장님이 사장님께 신세가 많다고 저녁이나 함께 하자고 하는 데, 이왕이면 오후시간에 방문을 해주십시오”라고 한다. OOO소장이면 현재 우리거래처인 OO건설이 아닌가? 그럼 아까 새로운 회사명은 뭐였지? △△건설사는 OO건설사가 파견된 원청회사의 회사명이었던 것이다.

한국음식과 머리카락

일본에서 직원이사를 끝내고 한국인 식당으로 들어갔다. 모처럼 정통 한국음식을 먹을 기대에 젖어 있을 즈음, 주문된 음식을 한국사장이 직접 갖고 나왔다. 먹음직스럽게 지글지글 끓고있는 김치찌개를 한 숟갈 뜨려고 하는 데 머리카락이 눈에 띈다.

그 머리카락을 본 우리직원이 뒤돌아서 주방으로 들어가는 한국사장 등 뒤로 비아냥스럽게 한 소리를 내 뱉었다.

역시 한국음식은 달라.

머리카락의 내용을 모르는 한국사장이 뒤돌아보면 하는 말,

같은 동포라서 특별히 더 넣어드렸습니다.

착각과 경청의 중요성

전투기 조정사는 초음속으로 비행할 때, 하늘이 바다 같고 바다가 하늘 같은 착시현상을 가끔 경험한다고 한다. 이런 착시현상을 버티고(Vertigo)라고 하는 데, 전투기 추락 원인 중의 한 가지가 된다고 한다. 이는 자신과 비행기 자세에서 수평감각을 잃어 나타나는 착각이다.

나 또한 일상의 생활에서 버티고 현상을 가끔 발견할 수가 있다. 착각은 자유고 무식한 착각은 용감해 진다지만 착각을 실수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자신에 대한 착각이야 웃고 넘어갈 수 있지만, 남을 향한 착각은 오해의 소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착각을 줄이기 위해서는 상황을 정확히 봐야한다. 따라서 타인의 행동이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경청의 미덕을 나는 길러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