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벨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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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벨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

다음에 나열한 이들의 공통점은 뭘까? 비틀스의 폴 매카트니, PGA 프로골퍼 필 미켈슨, 前대통령 버락 오바마, 배우 안젤리나 졸리, KIA 양현종과 SK 김광현.

남자라고 하기엔 안젤리나가 있고, 예술가라고 하기엔 오마바가 있고, 스포츠맨이라고 하기엔 매카트니가 있다. 그럼 뭘까? 정답은 주로 왼손을 사용하는 사람이다.

인도어 골프장의 색다른 경험

골프 인도어에서 연습을 하다 보면 모두가 앞사람의 등을 보며 스윙을 한다. 오른손 스윙을 하기에 보게 되는 당연한 모습이다. 그렇다면 앞사람이 왼손잡이라면 어떻게 될까. 서로 마주 보며 스윙을 하게 될까? 아니다. 내 등 뒤에서 서로의 등을 지고 스윙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는 인도어는 그리 많지 않다. 대개 왼손잡이도 오른손 스윙을 한다.

필 미켈슨의 스윙은 왼쪽 타석이지만 실제는 오른손잡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 맞은편에서 스윙을 따라 하느라 왼손 스윙으로 몸에 굳어버렸다고 한다.

왜 왼손잡이가 오른손 스윙을 할까. 싱거운 이유지만 인도어 연습장에 왼손잡이를 위한 왼쪽 타석이 아예 없거나 있어도 각층에 하나밖에 없다는 사실이 불편해서일 것이다.

유교적 전통과 왼손

우리는 유교적 전통에 기초한 사회였기에 어린 시절부터 왼손이 아닌 오른손을 사용해야 한다는 교육을 은연중에 받아왔다. 오죽했으면 연암 박지원의 허생전에서는 세 가지 당부 중의 한 가지가 숟가락은 반드시 오른손으로 들도록 가정교육을 하라고 했을까.
(나머지 두 가지 당부는 애들에게 공부시키지 말고, 어른에게는 인사 잘하게 하라고 했던가?)

성별에 따른 문화 차이

왼손, 오른손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내가 결혼해서야 알게 된 몇 가지 사실이 생각난다. 그중의 한 가지는 남성 상의의 단추는 오른쪽에 있지만 여성 상의의 단추는 왼쪽에 있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가 남성의 편리함을 위해서라는 설인지 썰인지 모르는 에로틱한 이야기에 파안대소했다.)

또한 빨래를 짜는 방향도 남자와 여자는 반대 방향이라는 것도 그즈음에 알게 된 것들이다.

피아노 연주의 난제

난 피아노 레슨을 받은 적은 없다. 바이엘을 떼고 체르니를 연습할 때 바흐의 <인벤션>에서 도중하차를 많이 한다고 들었다. 그건 왼손의 역할이 오른손의 멜로디를 받쳐주기만 하다가 왼손도 오른손과 똑같이 움직여야 하는 단계에서, 왼손의 놀림이 오른손에 비해 원활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아예 왼손으로만 치는 피아노는 얼마나 어려울까.

비트겐슈타인의 예술적 간성

현대 철학자 중에 ‘말할 수 없을 것에는 침묵하라’로 유명한 비트겐슈타인이 있었다. 비트겐슈타인은 철학자로 명성이 높지만 수십 곡의 교향곡을 휘파람으로 부를 수 있는 재능이 있었다. 부유했던 그의 집안은 음악 가족이었기에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 습관이었으리라.

비트겐슈타인의 형들 중에는 피아니스트가 있었다. 피아니스트 형은 제1차 세계대전 참전 중에 오른팔에 부상을 입고 외팔이가 되었다. 그러나 왼팔만을 사용하게 된 형은 피아니스트로서의 열정을 버리지 못했다. 이를 알게 된 모리스 라벨은 외팔이가 된 비트겐슈타인의 형을 위해 피아노곡을 작곡하였다고 한다.

그 곡이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이다.

라벨의 마음을 담은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

단신의 댄디로 불리는 라벨은 키가 150센티 정도의 단신이었지만 그는 신사였다. 댄디답게 비트겐슈타인의 형을 위해 기꺼이 작곡을 했던 라벨의 마음이 한없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오늘 밤은 라벨과 비트겐슈타인의 형을 생각하며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을 감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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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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