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과 열정 사이와 그들의 사랑과 이별
사무실 창밖으로 보이는 쿠폴라를 바라보며 소설 ‘냉정과 열정 사이’를 떠올린다. 또한 그들의 사랑과 이별을 생각한다. 옛사랑을 못 잊어하는 사랑이야기의 결말을 기대하는 나의 취향은 무엇일까. 해피앤딩일까 새드앤딩일까.
쿠폴라의 회상
눈의 피로가 느껴져 잠시 사무실 창밖으로 시선을 옮긴다. 아라비아풍의 쿠폴라가 보인다. 멍하니 종탑을 응시하는데 문득 떠오르는 게 있다. 이탈리아의 피렌체 두오모와 소설 ‘냉정과 열정 사이’ 이다.
냉정과 열정 사이 스토리
<냉정과 열정 사이> 스토리의 디테일이 희미하다. 20년여 년 전에 처음 읽었던 세월의 흔적이다. 세월의 시계는 고장이 없다던데 세월의 기억은 왜 고장이 나는지 모르겠다. 스스로의 불만을 지닌 채 <냉정과 열정 사이>의 희미한 스토리를 다시 한번 헤아린다.
소설 <냉정과 열정 사이>는 일본의 소설가 에쿠니 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가 함께 쓴 소설이다. 두 작가가 각각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입장에서 쓰인 소설이다.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은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2001년에 개봉되었다. 이 영화는 소설과는 달리 두 남녀 주인공의 이야기를 하나로 통합 각색하였다.
에쿠니 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
휴일의 아침. 책장을 뒤져 두 권의 <냉정과 열정 사이>를 찾았다. 츠지 히토나리가 쓴 책은 찾았지만, 에쿠니 가오리가 쓴 책은 없었다. 오전에 먼저 츠지 히토나리의 소설을 읽은 뒤, 오후엔 서점으로 달려가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을 구입하여 마저 읽었다.
처음 읽던 당시에는 평범한 사랑과 이별의 소설이었다고 생각했다. 두 권을 다시 읽은 후에는 영화가 궁금해졌다. 이탈리아의 피렌체와 밀라노 등 아름다운 도시를 배경을 영화로는 어떻게 표현했을까, 하는 궁금증이었다.
캔 맥주를 마시며 넷플릭스에서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를 시청했다. 소설과 영화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달하기 때문에, 각각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감동과 여운이 달랐다.
영화 속 두 이야기
소설에서는 에쿠니 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 작가가 남녀의 시각으로 각각의 이야기를 전개했지만, 영화는 대부분은 츠지 히토나리의 시각으로 펼쳐졌다. 소설에 비해 깊은 내면의 감동은 없었다. 스토리보다는 피렌체와 두오모의 영상에 묻혀서였는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더치 커피와 라거 맥주
굳이 비유하자면 소설은 에스프레소가 아닌 부드러운 더치커피의 맛이었고, 영화는 깊은 농도의 스타우트가 아닌 가볍고 상쾌한 라거맥주의 맛이었다.
<냉정과 열정 사이>의 스토리는 두 남녀의 사랑과 이별, 그리고 재회를 결말로 하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서로의 옛사랑을 못 잊어하는 사랑이야기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 것에 나는 비현실적인 생각이 들었다. 말 그대로 소설이나 영화 속이야기인 것이다.
해피엔딩과 새드엔딩의 감정
마광수 교수의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토속주의 신파 멜로물의 새드엔딩은 심적 불협화음을 일으킨다고 했다. 대표적으로 서편제와 같은 새드앤딩 스토리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새드앤딩보다는 해피엔딩으로 긍정의 마음을 갖게 하자는 의도일 것이다. 하지만 나의 취향은 아무래도 새드엔딩에 가깝다. 그래서일까 <냉정과 열정 사이>의 해피앤딩은 나의 취향으로는 여운이 남지 않는 스토리가 되었다.
냉정과 열정 사이의 나의 내면
소설과 영화의 앤딩에 관계없이 ‘냉정과 열정 사이’에 대한 나만의 감정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본다. 나의 내면 깊숙이에는 준세이의 열정보다는 아오이의 냉정이 자리하고 있는 것 같다.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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