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영화 취향 – OST


나의 영화 취향 OST

관심은 있지만 시간이 아까워 관심을 보류하고 있는 장르가 있다. 나에겐 영화다. 영상소프트에 감동하면서도 실제 영화관에는 잘 안 가는 편이다. 아직 영화의 맛을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고, 영화 한 편 보는 시간에 책 한 권 더 읽겠다는 마음이 앞서서다. 책을 읽을 때는 졸지 않는데 영화만 보면 졸립다.

요즘 극장 좌석은 최고급 시설을 자랑한다. 마치 비행기 일등석과 같이 너무 안락해서 두 발 뻗고 잠들어버린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가끔 보는 영화지만 주말에 아내와 함께 심야영화 보는 것을 부부의 낭만으로 여긴다. 화제의 영화를 보러 갈 때는 일부러 심야영화를 찾는 편이다. 나는 방화를 선호하는 편이고 아내는 외화를 선호하는 편이다. 역시 취향의 문제여서인지 내가 선별한 영화는 아내에게 뜨악한 느낌을 받고 아내가 선별한 영화는 내가 지루하다.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

영화 한 편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는 나에게도 예외가 있었다. 개봉 첫날 조조 프로로 한 번 보고 그날 밤 다시 심야 마지막 프로까지 나 홀로 하루에 두 번을 감상했으니, 내 영화 습관으로써는 이변이 아닐 수가 없었다. 부제가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라는 <파가니니> 영화였다.

파가니니의 일대기를 알고 있는 나로서는 그저 평범한 스토리였다. 하지만 배경음악과 OST인 아리아가 좋아 하루에 두 번이나 감상했다고 할 수 있겠다. 아름다운 사랑의 시와 니콜 쉐르징거의 천상의 목소리인 Aria가 서라운드 입체음향에 실려 내 마음을 흔들어버렸다. 데이비드 가렛의 바이올린 연주도 수준급이었는데 피치카토 연주 또한 일품이었다.

OST의 기억

언젠가 20대 청춘시절 10년간 감상했던 영화를 헤아리다 10편 정도였다는 사실을 알았다. 10편 중에는 명화라고 해서 작정하고 보았던 영화도 서울극장에서 재개봉한 부룩 쉴즈 주연의 ´Endless love´정도였다. 그것도 영화를 감상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라이오닐 리치와 다이애나 로스가 부른 OST를 현장감 있게 감상하기 위해서였다.

작품보다 OST로 기억에 남는 영화가 또 한 편 있다. 10년에 10편 정도의 영화를 보았던 내가, 3개월간 10편 이상의 영화를 보았던 적이 있었다. 결혼을 위해 아내를 만날을 때였다. 당시 나에게는 자동차가 없었다. 주로 뚜벅이 데이트를 했는데 시내에서 저녁 먹고, 커피 한 잔 하고, 영화 보는 게 주요 레퍼토리였다. 영화를 감상했다기보다는 내 사랑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기 위한 목적이었다.

결혼식을 일 주일 앞둔 시기였다. 명화다운 명화가 개봉되었다며 지인에게 영화티켓 2장을 선물 받았다. 하지만 도저히 영화 볼 시간이 없었다. 나는 프로그램 개발 마무리 단계였고 아내도 간호사 3교대 근무 시절이라 서로 시간을 맞추기 어려웠다. 아내는 예식장에서 받은 신부화장을 위한 피부관리 쿠폰을 갖고도 피부숍 문턱도 못 가보고 결혼식을 올릴 정도였다.

나와 아내는 결국 평일날 연차를 쓰고 영화를 보러 갔다. 제목은 <쉰들러 리스트>였다. 러닝타임도 평균 영화 시간보다 긴 3시간이 넘는 긴 영화였다. 서둘러 본 영화라 디테일한 스토리가 남아 있지 않지만 두 가지만이 기억에 남아있다. 흑백 영상과 명기 스트라디바리우스로 연주하는 이츠하크 펄먼 의 OST 바이올린 연주였다. 

최악의 하루

최근에 본 영화 중에는 <최악의 하루>가 좋았다. IPTV 영화는 스크린의 현장감이 없어 평소 마지막까지 본 영화가 별로 없었는데, <최악의 하루>는 영화 속 이와세 료의 인상이 좋아 엔딩 크레딧까지 보았다. 사람을 처음 보았을 때 외모가 눈에 띄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외모의 이미지가 품격과 반드시 비례하지 않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주인공의 이미지는 달랐다. 내가 나의 인상을 새로이 창조할 수 있다면 영화 속 이와세 료를 오마주 하고 싶었다. 소박하지만 따스하고 감정을 자제할 줄 아는 이와세 료의 인상이 무척 인상 깊어서였다.

새로운 영화 취향의 시선

이처럼 나의 영화 취향으로 기억에 남은 영화는 스토리와는 별개로 OST나 배우의 이미지였다. 이제는 나의 영화 취향을 바꾸어보고 싶다. 독서의 즐거움을 만끽하듯이 영화의 즐거움을 만끽할 날이 오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