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독서 습관
별마당 도서관
아내와 모처럼 서울 나들이를 왔다.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코엑스를 향한다. 인증샷을 위한 동행 제안에 뜨악해하던 아내는 지하철 어딘가에서 목도리를 분실한다. 의기소침해하는 아내를 위로하며 인증샷 위치에 들어선다. 순간, 아내에게는 예상치 못한 광경이었는지 들뜬 표정으로 자신의 인증샷을 먼저 요구한다. 코엑스 지하에 위치한 ‘별마당 도서관’ 에서다.
별마당 도서관은 신세계의 스타필드(startfield) 몰에서 만들었다. 요즘 대형 서점의 콘셉트는 책만 파는 곳이 아닌 휴식의 공간을 제공하는 데 일본의 츠타야 서점을 벤치마킹하였다고 한다. 서점이 아닌 도서관으로 불리는 이곳은 5만 여 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
그중 27,000 여 권은 기증받은 헌책이라고 쓰여 있는 문구가 보인다. 그런데 서가에 꽂혀있는 책들은 모두가 진짜 책은 아니다. 사람 손이 미치는 못하는 높은 책장에는 모형의 책들이 장식용으로 꽂혀있기도 한다.
독서 즐거움과 클래식의 조화
아내의 인증샷을 마치고 장서를 부럽게 둘러보며 나의 독서 취향을 되돌아본다. 나에게 그놈의 소확행이 뭐냐고 묻는다면 가족이 잠든 고요한 시각, 나 홀로 조용한 클래식을 들으며 캔맥주를 홀짝이며 독서하는 것이라고 대답하겠다.
가끔 나의 독서 습관을 묻는 지인들이 있다. 아마도 내가 다독(?)가라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은데 작가로서는 결코 다독이라고 말할 수 있는 분량은 아니다. 매주 2~3권 정도의 책을 읽는다. 대신 가족이 곁에 있을 때에는 절대 책을 펼치지 않는다.
혼자가 되었을 때 비로소 독서를 시작한다. 따라서 가족이 잠이 든 시각인 10시에서 새벽 2시까지가 나에게는 독서하기 가장 좋은 시각이다.
프리 샷 루틴
골프에서는 좋은 스윙을 위해 프리 샷 루틴을 한다. 정확한 샷을 위한 중요한 멘탈의 과정인데 독서를 시작할 때도 나만의 프리 샷 루틴이 있다. 우선 잡념을 없애고 상쾌한 기분이 들도록 샤워를 한다. 블루마운틴 커피를 머그컵에 가득 핸드 드립을 한다.
당연히 TV를 끄고 주위를 정리 정돈하고 벽시계를 등지고 앉는다. 보면대 위에 악보 대신에 책을 펼친다. 무릎 사이로 보면대를 끼고 두 발을 쭉 뻗어 소파에 얹고 읽는다.
독서 루틴
책을 펼치면 무조건 100페이지는 읽는다. 이때 책의 내용이 내 취향에 맞지 않으면 과감히 책을 덮는다. 읽을 책은 무궁무진하니까. 그러다 보니 매주 2~3권 읽는다고 해도 완독률은 그리 높지 않다. 혹여 내 취향에 맞더라도 100페이지쯤에 책갈피를 꽂고 잠시 음악을 듣는다(이때 클래식이 좋다).
그런 다음 새로운 책을 또 100페이지 읽는다. 가끔 캔맥주를 마시며 책을 읽기도 한다. 이렇게 세 권의 책을 동시에 읽는 것은 나의 독서 습관이다.
카페에서 책을 읽듯이 맥주펍에서도 나는 독서를 한다. 이때 애주가들의 술발 분위기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 책이라는 눈치를 채지 못하도록 eBook으로 읽는다. 인터넷 서핑하는 모습으로 말이다.
슈바이처 박사의 즐거움
슈바이처 박사는 인생의 비참함을 잊게 해주는 것은 음악과 고양이라고 했듯이 내 삶의 비참함이나 진부함을 잊게 해주는 것은 음악과 그림과 독서다. 신이 나에게 내린 한 수가 있었다면 커피와 맥주 그리고 독서의 습관을 내려주어 문화와 예술을 만끽할 수 있는 마음속 인프라를 구축해 주었다는 것이다.
독서 취향의 다양성
책 속에 넘쳐나는 지식 정보는 오컴의 면도날을 들이대면서 내 나름의 방식으로 기본 정리를 한다. 이런 과정이 내 삶의 즐거움이기도 하며, 거창하게는 나의 레종 데트르(Raison d’être)라고 자뻑하기도 한다.
독서만 한다고 현자가 되는 것은 아니더라
현자들의 공부법에 대한 공통점은 지적 탐구에 대한 호기심과 독서였다. 나 또한 지적 호기심이든 지적 허영이든 미지의 세계에 대한 관심은 영상 미디어보다 독서를 통해 해소한다. 그러나 독서만 한다고 무작정 현자가 되는 것은 아니더라.
내 경우를 보더라도 말이다~~~~.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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