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모성애와 부성애
반은퇴 생활의 규칙
나에게도 시간은 흘러 흘러 자연스럽게 반은퇴 생활이 이어지고 있다. 하루의 일과는 자정이 지난 2시에 잠이 들어, 아침 8시에 일어나는 패턴이다. 거래처는 자연 감소를 하여 근무시간은 ‘9 to 5’로, 적당한 긴장감을 지닌 채 하루의 여유를 조금씩 누리고 있다.
‘9 to 6’가 아닌 이유는 유지보수 거래처가 5시에 근무가 끝나기 때문이다. 7개 사업지 주택 분양대행을 하고 있는 거래처는 점심시간을 30분으로 줄이는 대신 5시에 퇴근하는 근무형태를 띠고 있다. 나로서도 1시간 근무 단축을 하는 셈이다.
도시에서는 시계에 맞추어 움직이지만, 시골집에 오면 시간은 느슨하게 흘러간다. 그러나 아무리 느슨해도 인터넷 비대면 업무이지만, 전화기를 곁에 두고 근무 시간 ‘9 to 5’ 만큼은 엄격히 지킨다.
시골집 길고양이 가족
무더위 피해 시골집에 오니 ‘쿵동이’라 부르는 길고양이 어미와 그의 새끼 네 마리가 나를 반긴다. 이전에 왔을 때는 젖을 먹던 새끼들이 이제는 마당을 활보하며 사료를 먹을 정도로 자랐다. 쿵동이와는 달리 새끼들은 아직 나와 눈이 마주치면 달아나기는 하지만, 곧 다시 돌아와 마당을 활보하는 모습이 귀엽기 그지없다. 그들의 움직임을 보며 유유자적한 시골풍경을 마음의 여유로 충전한다.
길고양이의 모성애
쿵동이에게서 모성애가 느껴진다. 예전에 쿵동이는 먹이를 받으면 잽싸게 혼자 먹기 좋은 곳으로 달려갔지만, 이제는 새끼들을 위해 주위를 경계하며 그들을 안전하게 지켜본다. 새끼들이 사료를 먹는 동안 쿵동이는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불침번을 선다.
그가 주변을 경계하는 이유는, 혹시 나타날지도 모르는 옆집 길고양이 때문일 것이다. 새끼들이 안전하게 식사를 마칠 때까지, 쿵동이는 끝까지 자신의 자리를 지킨다. 그리고선 새끼들이 먹고 남은 찌꺼들을 먹는다.
이렇게 강렬한 쿵이의 모성애를 보는데, 수컷 길고양이의 부성애가 느껴지지 않아 아쉬움이 밀려온다. 모성애가 부성애보다 크다고는 하지만, 남자로서의 분노(?)와 아쉬움이 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마치 인간 사회에서 무책임한 가장을 보는 것과 같은 감정이다.
길고양이와 인간의 교감
현대 사회에서도 가끔, 무책임한 남성들이 가족을 외면하고 떠나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럴 때 느껴지는 안타까움과 허전함이, 쿵동이와 새끼들을 보며 더 깊이 다가온다.
다음 주 광주로 돌아가면, 시골집에 남겨진 쿵동이와 새끼들은 어떻게 지낼까. 길고양이로서의 야생적인 본능이 그들을 지켜주겠지만, 인간의 마음으로는 그저 걱정스럽고 안타깝다.
마치 책임을 다하지 못한 가장이 남긴 빈자리를 바라보며 느끼는 쓸쓸함처럼, 그들의 운명이 애틋하게 다가와 마음을 짓누른다. 쿵이 가족에게 특식을 줘야겠다.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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