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비엔나 여행(제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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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슈타트를 향하여
이번 비엔나 여행에서 꼭 가야 하는 곳 중의 하나가 할슈타트 호수마을이다. 알프스 만년설이 녹아 흘러내린 호수에서 멍때리기를 하고 싶어서이다.
할슈타트의 낮과 밤을 온전히 느끼기 위해 당일치기가 아닌 하룻밤을 머물기로 했다. 할슈타트 마을 중심지인 헤리티지 호텔예약을 했는데, 호텔 특성상 이번 여행 중에 가장 비싼 숙박비를 지불하는 곳이다.
호텔 짐 보관과 여행 영어
오늘 할슈타트에 가면 내일 다시 지금의 숙소(Kyriad)로 돌아온다. 캐리어는 비엔나 중앙역 집보관소에 맡기고 백팩 하나만 메고 간편하게 다녀올 예정이다.
혹시 호텔에서 캐리어 보관을 해주면 좋겠는데 가능한지 모르겠다. 근데 프런트에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긴장이 된다. 회화체인 “I’m gonna~” 가 아닌 주요 단어만 나열해서 왕초보답게 또박또박 교과서 문장을 만들어 말을 건넨다. 이른바 비영어권 사람이 1,500 단어 내에서 사용하는 “Globish 영어”이다.
Today, I’m going to go to 할슈타트 now.
Tomorrow, comeback hear.
I’d like to keep my back. OK?
코로나 팬데믹 때, 재택근무를 하면서 절약된 출퇴근 시간에 유튜브 왕초보 회화를 공부했다. 그때 공부해 놓은 것을 지금 철판 영어로 들이대는 상황이다. 과연 통할까? 프런트 담당자가 PC에서 무언가를 열람하더니 보관이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와우!!! 마음속으로 환호성을 지른다. 보관이 가능하다는 것보다 왕초보 회화가 통했다는 지금의 상황이 무엇보다 기쁘다. 영포자의 왕초보 영어 공부(?) 보람이 이제야 느껴진다.
비엔나에서 할슈타트까지 기차로 떠나기
묵직한 캐리어를 맡기고 가벼운 백팩 하나만 메고 숙소를 나서는 발걸음이 무척이나 가볍다.
어제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중앙역 OBB티켓창구에서 기차표도 미리 발권해 놓았다. 비엔나에서 할슈타트까지 중간 환승 없이 가는 직행 기차이기에 3시간 30분 후에는 할슈타트 선착장에 도착할 것이다. 낯선 곳으로 가지만 긴장감은 없고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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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다솔 산문집 <적당한 실례>를 읽다가 잠시 졸고 있는데, 수다스러운 웃음소리에 잠이 깬다. 5~6명의 여학생들이 기차 통로를 지나가며 내는 소리이다. 비슷한 책가방을 든 것을 보니 여고생 같은데 한 명 빼고는 모두 배꼽티를 입었다. 주변에서 가끔 배꼽티를 본 적이 있어서인지 낯설지가 않다. 오히려 반갑다.
여학생 중에서 누군가 한 마디만 나오면 까르르~까르르~ 웃음소리가 가시지 않는다. 이 모습 또한 낯설지 않다. 자고로 청춘은 점잖은 애늙은이보다는 시끄러운 몸짓, 말짓이 더 어울리는 시기이다.
비엔나 출발 세 시간 여가 흘렀다. 서서히 지루함이 밀려오는 데 창밖으로 작은 강과 호수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할슈타트가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창밖의 풍경을 멍때리기를 하듯이 바라보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는데, 기차 안 여기저기서 카메라 셔터 소리가 들려온다. 마침내, 할슈타트 호수에 다다른 것이다.
나그네 마음의 할슈타트 호수
할슈타트는 호수를 끼고 기차역 반대편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다. 자동차로는 직접 도로를 따라갈 수 있지만, 기차역에서는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야 한다. 안내 팜플렛을 보고 유람선 같은 큰 배를 상상했지만, 실제로 도착한 선착장은 강나루에서 나룻배를 기다리는 것 같은 소박한 분위기이다.
강나루 하면 생각나는 詩, 박목월의 <나그네> 란 시이다.
강나루 건너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 백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여행자보다 ‘나그네’라는 표현이 정겹게 느껴진다. 밀밭이 아닌 호수 위를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의 마음으로 시를 읊조리다 보니 작은 페리가 다가온다. 하얀 모자와 마도로스 유니폼을 입은 멋진 선장과 직원 한 명이 페리의 전체 승무원이다. 오직 현금만으로 왕복 뱃삯을 지불한다.
페리에서 할슈타트 호수 감상
페리는 곧장 지름길인 직선코스로 나아가지 않는다. 좀 더 호수를 감상하라는 듯, 원형코스의 물살을 그리며 할슈타트에 다가선다. 저 멀리 보이는 할슈타트 마을은 내가 상상했던 마을보다 작게 느껴진다. 가까워질수록 목조 건축의 특성과 이국적 여행지의 분위기가 어우러져 작은 설렘이 인다.
오래전부터 노트북 배경화면에 띄워두었던 할슈타트 풍경. 얼마나 오고 싶어 했던 곳인가. 오늘 밤, 할슈타트의 적막한 호수와 밤하늘은 어떤 풍경으로 나에게 다가올까. 기대에 부푼 할슈타트에서의 하루 여정은 이렇게 시작된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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