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사운드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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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캘리포니아

요즘 유튜브를 통해 이글스가 부른 <호텔 캘리포니아>를 자주 듣는다. 더 정확히 말하면 노래보다는 전기기타의 연주를 감상 중이다. 잘 알려진 명곡답게 여러 뮤지션들이 부르는 영상이 많지만 내가 좋아하는 밴드는 Christian Vegh라는 그룹사운드이다. 유튜브로 처음 접하게 된 이 그룹은 이글스와는 다르게 최소 악기로만 간결하게 연주하는 게 특징이다. 특히 노래가 시작되기 전의 전기 기타와 베이스 기타의 음색이 너무나 좋다.

Christian Vegh 호텔 캘리포니아 듣기

서태지와 아이들의 출현과 클래식

젊음이 한때였듯이 그룹사운드의 열풍 또한 나에게도 한때였다. 그토록 뜨거웠던 열정도 밥벌이의 현실 앞에선 뒷전으로 쳐지더니, 급기야 <서태지와 아이들>의 출현 이후 나의 음악 취향은 클래식으로 바뀌고 말았다.

그렇지만 옛 시절 전자음의 열정을 어찌 잊었겠는가. 복고풍의 레트로 분위기가 아니더라도 빈티지적 감성을 어찌 잊겠는가. 지겨운 밥벌이의 책임과 의무에서 다소 벗어나니 마음 한 구석에 가수면을 하고 있는 강렬한 전자 사운드가 꿈틀거렸다. 노래방에 가면 박상민의 <지중해>와 조성모의 <후회>를 부르며 마음껏 목청을 높이기도 한다.

7080 그룹사운드의 사자후

70년대 청춘 세대들에게 통기타의 감성이 있다면 80년대 청춘 세대들에겐 그룹사운드의 감성이 있다. 고딩 시절 등장한 대학가요제를 통해 나는 그룹사운드의 매력에 흠뻑 빠졌었다. 보컬의 음악성보다는 연주자의 화려한 전자음에 매혹되었다.

경쾌한 드럼과 강렬한 사운드를 빚어내는 기타리스트의 현란한 애드립. 심장을 울리게 만드는 베이스 기타의 묵직한 저음과 화음의 공간을 만들어 주는 전자 오르간의 조화. 완성도에서는 오케스트라에 못 미치는 연주지만 대형 스피커를 통해 전해지는 거친 전자음이 좋았다. 젊음의 사자후였다.

그룹사운드의 추억 1

그럴 즈음 나의 샐러리맨 시절의 직장 OB들로 구성된 아마추어 그룹사운드를 알게 되었다. 마침 연습장이 집 근처에 있었기에 매주 일요일이면 연습장을 직접 찾아가 전자음악을 즐기기도 했었다.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기 전에 일인데 언제쯤 다시 부활할까나 싶다.

젊은 날의 꿈 CM밴드

해가 바뀌고 계절은 순환하지만 마음의 순환은 가끔씩 가끔씩 정체가 된다. 비상을 꿈꾸지만 석양이 지면 둥지로 돌아오는 새는 자신이 그린 폐곡선에 갇히게 된다. 요즘 나의 생활이 그렇다. 강물처럼 흘러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삶의 순환이라지만 파격의 욕망은 그룹사운드의 강렬함처럼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문득 CM밴드 리드싱어가 열창했던, 인상 깊었던 노래가사가 허밍으로 흐른다.

젊은 날의 꿈들이 있는 그 시절 그곳으로~” 

남자들은 가끔 우주의 먼지가 되기를 꿈꾼다. 뻥과 허풍을 내려놓은 채 먼지라도 되어 우주까지 날아가고 싶어서 말이다.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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