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열의 세 부잣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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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열의 세 부잣집

함열의 세 부잣집은 판소리 <호남가>를 통해 그들의 인심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 곳은 전라도와 전라우도의 과객들이 만남하는 곳으로, 세 부잣집은 그들을 환대하고 노잣돈까지 주던 곳이었다.

함열의 세 부잣집 인심

판소리 <호남가>에는 “함열은 인심이 좋고…”라는 대목이 있다. 구한말 곡창지대였던 이곳 함열에는 세 부잣집이 있었다. 이곳은 순천 쪽에서 올라오는 전라좌도의 과객과 목포 쪽에서 올라오는 전라우도의 과객들이 합류하는 지점인데, 전북 삼례와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

세 부잣집은 과객을 외면하지 않았고 때로는 노잣돈까지 쥐어 줬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곳은 6.25 때도 불타지 않고 판소리 <호남가>에까지 나온 것을 보면 이들의 후한 인심 덕택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수년 전 이들의 가옥을 감상하러 갔었다. 세 부잣집 중에 가장 규모가 큰 가옥은 99칸이라고 하는데, ‘사유 가옥으로 일반인 출입을 불허’한다는 푯말이 붙어 있었다. 예전의 인심을 느끼기에는 당혹스러움이 우선 앞섰다. 프라이버시를 감안해서 어쩔 수 없이 가옥의 담을 따라 돌면서 건물 내부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함열의 부잣집

한국 건축의 소박한 아름다움

내가 한국 가옥에 아름다움을 느꼈던 계기는 영화 서편제가 아닐까 한다. 서편제에는 우리나라 여관 중에 가장 오래되었다는 해남 대흥사 입구에 있는 유선관이 나온다. 대흥사 가는 길에 찾아간 적이 있었는데, 과연 한국 건축의 소박한 아름다움이 잔잔하게 느껴졌던 건축이었다.

그러나 유선관은 숙박 장소인 관계로 한옥의 특징인 마당이 작았다. ㅁ자 구조의 숙박 방을 둘러싸고 조그만 뜰이 마당을 대신하고 있는 가옥이었다.

가옥의 마당과 공간미학

한옥은 현대의 입식 부엌의 일체형 주택과 비교해서 이동의 불편함은 있다. 부엌과 안방으로 가는 동선에 마당이 있기 때문이다. 한옥의 아름다움이란 마당을 아우르는 공간미학에 있다고 건축가들은 말한다. 방 안에서 바깥을 볼 때의 여유로움과 마당에서 건축의 바라볼 때 느껴지는 건축 비례성이라고 한다.

경치 좋은 곳에 있는 정자처럼 유유자적한 쌍방향의 아름다움이라는 말일 것이다.

전주의 한옥 마을

지난겨울 아내와 전주 한옥마을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조선의 어진을 모셔놓은 경기전을 살피고 인근을 거닐다가 우연히 학인당 건물을 발견했다. 이곳은 전주의 만석꾼이었던 백부자의 한옥이었다. 학인당은 판소리 공연장의 무대라 할 수 있는 대청마루가 특징이었는데, 일반 가옥의 2층 높이라고 했다.

판소리의 귀명창이었던 대원군과 교류가 있었고, 명실상부한 한국 판소리의 메카였다. 또한 전주 대사습놀이를 꽃피웠던 한국 최초의 오페라극장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반가운 마음에 내부를 살피려는 데 공사 중 푯말이 입구에 있어 아쉬운 발걸음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아버지의 시골집

아버지와 목공 기술의 추억

잘 지어진 한옥 건물을 볼 때마다 목공이었던 아버지 생각이 간절하다. 아버지는 일제시대 규슈에서 목공기술을 익혔다. 해방 후 고향으로 돌아와 지은 건축은 한옥풍과는 거리가 멀었다. 어린 시절에 보았던 시골 면사무소 목조 관사와 같은 일본풍 건축이었다.

지금의 시골집도 60여 년 전 아버지가 손수 지은 집이다. 한식과 일본식이 섞어진 집이었다. 유년의 기억으로는 아담하고 간결한 집이었는데, 편리를 위해 이것저것 고치다 보니 복잡한 집으로 변해 버렸다. 흙벽은 시멘트로 덧붙이고, 서까래는 베니어판으로 막았고, 트인 마루는 샤시로 감싸버렸다.

마당은 시멘트로 뒤덮였고, 측백나무 울타리는 콘크리트 담으로 바뀌었다. 부엌은 입식으로 변했고, 방구들은 보일러 난방으로 바뀌었다. 기둥을 제외하고는 아버지의 손길이 사라진 집은 시골집이라는 아이덴티티마저 잃고 말았다. 이제는 아버지의 손길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 여간 아쉽지 않다.

창조적 파괴의 딜레마

낡은 것은 파괴하고 새로운 것은 창조한다는 경제학자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를 시골집에 오면 다시 한번 곱씹게 된다. 아날로그를 그리워하면서도 디지털의 편리함에 속수무책인 이기심이 나를 또 불편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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