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블루스와 I feel blue


우리들의 블루스와 I feel blue

넷플릭스에 로그인을 하니 포스터 하나가 눈에 띄었다. 신민아의 얼굴이 클로즈업된 드라마 포스터였는데, 작년에 종영된 옴니버스 형태인 <우리들의 블루스>였다. 출연진을 살펴보니 스페인 축구 레알 마드리드 구단의 초호화 라인업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느껴지는 I feel 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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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해석과 감정 전환

노희경 작가의 극본이고 <갯마을 차차차>에서 신민아의 매력을 처음 느낀 터라 관심을 갖고 1회를 클릭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얼마 지나지 않아 지루함이 느껴졌다. 10여 분쯤 보다가 중지 버튼을 누르며 나의 관심에서 떨쳐냈다. 며칠 후 우연히 ‘I feel blue’ 문장이 눈에 띄었다.

I feel blue.

영포자였던 나의 어학실력으로는 ‘나는 파란색을 감지했다’ 또는 ‘청색 분위기를 느낀다’ 정도로 단순하게 해석했다. feel의 의미를 look 분위기로만 여겼기 때문이다.

해석이 이러했으니 이 문장의 콘텍스트를 느낄 감흥이 전혀 없었다. 어원을 찾아보니 이 문장은 슬프거나 우울하다는 느낌으로 해석해야만 했다. 피카소의 청색시대도 궁핍과 불우함의 차가움 정도는 있었지만 우울함으로 느끼지 않았는데, 이런 느낌으로 해석을 하니 멜랑꼴리의 분위기가 생기는 것 같았다.

블루스 음악과 ‘Blue’의 연관성

북망산으로 떠난 내 친구 닮은 임진모 음악평론가는 말했다. 블루스 음악은 흑인들의 한(恨)이 서린 음악이라고. 그럼, 블루스 음악과 Blue와 어떤 연관이 있는 걸까?

블루스 음악의 특징은 7음계 중에 대표적으로 미(mi)와 시(si)를 반음 내린 음정의 음악이라고 한다. 이렇게 반음정 내린 음을 블루(Blue)음이라 하고, 블루노트(Blue note)라고 불린다. 블루음이 여러 개 모였으니 복수형으로 블루스(Blues)가 되는 것이고.

뒤라스의 자전적 소설의 영화 <연인>

주말의 시골집에서 캔맥주를 훌쩍이며 무심히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자전적 소설을 영화화한 <연인>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인도양의 어두운 청색 하늘을 배경으로 쇼팽의 왈츠 B단조가 구슬프게 흐르는 장면이었다. I feel blue라는 문장과 함께 <우리들의 블루스> 드라마가 다시 궁금해졌다.

인도양 밤하늘
인도양 밤하늘에 쇼팽의 왈츠 B단조가 흐르는 <연인>

쇼팽의 왈츠 B단조

Whisky on the Rock

노트북으로 넷플릭스를 열었다. 어둠 속에서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블루(Blue)음의 분위기로 감정 이입을 시키려 애썼지만 역시 지루했다. 확실히 내 취향의 드라마가 아닌 것이다. 급기야 2배속 재생을 했다. 이마저도 싫증을 느껴져 아예 프로그레스 바를 클릭하며 skip skip을 거듭했다.

화면 분위기를 대충 보며 빠르게 화면을 넘기는데 언뜻 노래 부르는 장면이 보였다. 그들이 부르는 노래가 궁금했기에 정상 재생을 했다. 혹시나 임진모 음악평론가가 이야기한 블루스 음악인가 싶어서 말이다. 블루스 음악은 아니었다. 근데, 내가 좋아하는 노래인 최성수의 Whisky on the Rock이었다.

아름다운 것도
즐겁다는 것도
모두 다 욕심일 뿐
다만 혼자서 살아가는 게
두려워서 하는 얘기
얼음에 채워진 꿈들이
서서히 녹아 가고 있네
혀끝을 감도는 whisky on the rock.
                최성수 <위스키 온 더 락>

블루스 음악과는 다른 페이소스를 느끼게 하는 노랫말이다. ‘멋있게 늙는다는 건 더욱더 어려워’라는 경험의 아쉬움 때문일지도 모른다.

시골 마당의 밤바람이 무척 차가워졌다. ‘감당 못하는 서늘한 밤의 고독’을 잊기 위한 위스키 온더락 생각이 간절하다. 얼음 채운 온더락잔을 달그락거려야 하는데, 위스키가 없는 시골집이라 아쉽기 그지없다. 그저 허밍으로나마 Whisky on the Rock을 흥얼거릴 뿐이다.

블루의 감성으로 느낀 애틋함과 행복

‘우리들의 블루스’는 처음 느낌과는 달리 마지막 회까지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김혜자와 이병헌의 여행 장면은 투병 중인 노모생각에 마음 아파하면서 감상했다.

I feel blue…

블루의 감성으로 행복과 애틋함을 함께 느낀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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