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CD의 표준 시간은 74분일까
2024년을 이틀 앞둔 주말이다. 서리서리 내리는 겨울비 속으로 2023년이 저문다. 캔맥주에 클래식이 어울리는 주말이기에 CD를 만지작거리다 잠시 삐딱선을 탄다.
왜 5공 때 대통령 임기는 7년이었을까? 당시 최고 권력자의 한 마디에 따랐다.
“럭키세븐은 해야지~”
왜 CD의 표준 수록 시간은 74분이었을까? 당시 Sony의 오가 노리오 부사장의 한 마디에 따랐다.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끊기지 않고 전곡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 되어야지~”
카라얀의 의견이었다는 설도 있다. Sony 워크맨의 돌풍을 일으키고 후일 Sony 회장에 오른 오가 노리오와 폰 카라얀은 출시될 CD 표준 수록 시간에 대해 서로 이야기 나누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오가 노리오와 폰 카라얀
오가회장은 클래식 마니아였다. 그는 교향악단의 지휘를 했을 정도로 클래식에 일가견이 있었다. 그랬기에 카라얀과의 친분이 두터웠다. 카라얀이 타계하던 당일에도 두 사람은 함께 있었을 정도였다.
여하튼 CD의 표준 수록 시간을 결정짓는 기준에는 베토벤의 <합창> 연주시간이었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명사들의 클래식 사랑
내가 기억하는 명사 중에 클래식을 사랑했던 사람은 박성용 금호그룹 前회장, 홍인기 증권거래소 前이사장, 유종근 전북 前지사 그리고 스티브 잡스가 있다.
홍인기 증권거래소 前이사장은 성악 음반까지 낼 정도로 성악에 뛰어났다. 우연히 유종근 전북 前지사의 ‘보리밭’을 듣고 그의 아마추어적 노래에 몰입했었는데 그도 성악과 피아노에 뛰어났다.
클래식을 품은 기업 총수 박성용
금호그룹 총수였던 故박성용 회장의 클래식 사랑은 무한했다고 할 수 있겠다. 음악평론을 할 만큼 클래식 조예가 깊었다. 직접 연주가 하고 싶어 피아노 학원에서 레슨을 받기도 했다고 하는데 금호현악사중주를 창단하고 금호 아트홀까지 설립하였다. 이후 금호 아트홀에서는 피아니스트 조성진, 손열음을 포함 유능한 영재가 피어났다.
스티브 잡스의 클래식 사랑
스티브 잡스는 비틀스의 마니아였다. 당시 비틀스가 만든 프로듀싱 회사명이 ‘애플’ 이었는데, 잡스의 회사명도 결국 ‘애플’이 되었다. 그러나 잡스의 분위기는 팝이 아닌 클래식이었다.
잡스의 클래식 사랑은 애플의 기업문화와도 연관을 짓는다. 대표적으로 바흐의 마태 수난곡(Matthauspassion)이다. 잡스의 CD유품으로 발견된 이 곡을 애플의 기업문화인 ‘단순 체계성’과 연관을 짓기도 한다.
아무리 전문가의 평이라지만 어떤 의미에서 ‘단순 체계성’을 이야기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생각하는 바흐의 수난곡은 종교음악이기에 성경의 내용과 독창, 합창이 어우러지는 복합성의 음악이다.
잡스의 철학은 알려진 대로 단순 체계성이 맞기는 하다. 그러나 바흐의 수난곡은 ‘단순 체계성’보다도 차라리 ‘융합성’으로 결부시킨다면 나에게 설득력이 있을 것 같다. 아이폰의 기술을 보더라도 말이다.
마치며
기업 총수와 클래식. 기업 사모님과 미술관. 전자는 긍정적이지만 후자는 부정적인 경향이 짙다. 전자는 희소성이지만 후자는 진부성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물론 내 생각이다. 후자의 색안경은 아내에게 명품 하나 선뜻 사줄 수 없는 자괴감 서린 내 질투일 수도 있다.
유럽의 왕정시대부터 예술은 부르주아지의 것이었다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