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낭만 비엔나 중앙역


나 홀로 비엔나 여행(제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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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로운 예술 감상 취향

오전에는 음악가 묘역을, 오후에는 제체시온 전시관을 방문을 끝으로 오늘의 일정을 마쳤다. 원래 계획은 레오폴트 미술관에서 에곤 실레의 작품까지 감상하는 것이었지만, 제체시온 전시관에서 <베토벤 프리즈>에 몰입하느라 예정 시간을 초과하고 말았다.

나의 예술 감상 취향은 여유롭고 천천히 즐기는 것이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가면 나는 평소 성격과는 달리 나무늘보처럼 느긋해진다. 작품 자체뿐만 아니라 전시 공간의 분위기까지 충분히 즐긴다. 제체시온을 서둘러 나가기보다는 이후 일정인 레오폴트 미술관은 내일로 연기하기로 한다.

베토벤 프리즈와의 만남

제체시온에서 만난 클림트의 베토벤 프리즈는 나의 예술 취향을 기분좋게 충족시켰다. 클래식과 미술을 사랑하는 나에게 이 작품은 기분 좋은 감동이었다. 작품에 몰입하다 보니 에너지가 소진되었는지 갈증이 인다. 기분 좋은 갈증이다. 비엔나 생맥주를 마시기 위해 1번 트램을 타고 비엔나 중앙역으로 향한다.

비엔나 중앙역에 캐리어 보관하는 방법

여행자의 낭만 비엔나 중앙역 1
서울역처럼 편리했던 비엔나 중앙역

비엔나 교통티켓 이것 없으면 무임승차 바로가기

비엔나 중앙역의 매력

여행자 대부분은 비엔나 중앙역을 좋아할 것만 같다. 우리의 서울역처럼 편리한 시설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교통편이 연결되어 있고, 캐리어 등을 24시간 보관할 수 있고, 키오스크를 이용하는 맥도널드 등 여러 식당과 편리한 시설이 모여 있다. 특히, 나에게 가장 큰 장점은 화장실이다.

나는 여행 중 맥주를 즐기기에 화장실은 필수 요소이다. 하지만 유럽은 공중 화장실이 적어 우리나라에 비해 불편하다. 유료 화장실이라도 많으면 좋겠는데 지하철역에도 화장실이 없다.

비엔나 중앙역의 화장실은 비록 유료이지만 수시로 사용할 수 있어 마음껏 맥주를 즐길 수 있다.

한국과 유럽의 화장실 문화

우리나라와 유럽을 비교할 때, 국뽕이 차오르는 것 중의 하나는 화장실 문화일 것이다. 추운 겨울 외국 여행을 마치고 인천공항의 화장실에 온수가 나왔을 때의 만족감, 이루 표현할 수 없는 국뽕이었다.

문득 법정 스님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어느 마을에서 소변이 마려워 열린 대문의 화장실을 사용했는데, 일을 마치고 나서려는 순간 주인 아주머니와 마주쳤고, 호통을 들었다는 이야기였다. ‘화장실 인심이 왜 이리도 각박하냐’고 투덜대던 법정 스님의 상상 속 모습이 나로 하여금 웃음이 나게한다. 각설하고.

비엔나 맥주의 낭만

나는 가끔, 맥주를 커피처럼 안주 없이 마실 수 있는 펍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평소 저녁을 먹고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생맥주 한 잔이 간절해진다. 딱 한 잔만 마시고 싶은데, 대부분의 펍에서는 안주를 시켜야 하는 분위기이기에 망설여진다.

그들의 임대료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결국 집으로 돌아와 캔맥주를 마신다.

생맥주와 캔맥주의 분위기 차이

펍에서 마시는 생맥주와 집에서 마시는 캔맥주는 나에게 천양지차이다. 특히, 묵직한 500cc 유리잔에 담긴 생맥주를 마셔야 한층 맥주 맛이 난다. 냉동 얼음 조끼잔에 담긴 생맥주는 그야말로 신선주이다.

비엔나 중앙역에서 안주 없이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식당을 발견했다. 레베카스 페피(Leberkas-Pepi)라는 곳이다. 이곳은 맥주펍은 아니다. 주로 오스트리아 전통 음식인 레버케제 젬멜을 주로 파는 곳이다.

동그란 빵인 젬멜 사이에 햄처럼 가공한 고기를 넣어 먹는 곳인데, 생맥주도 함께 팔고 있다. 안주를 주문하지 않아도 전혀 눈치를 받지 않고 커피처럼 편하~게 생맥주를 마실 수 있는 식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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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 여행기간의 나의 단골 맥주

나의 단골 ‘레베카스 페피’ 식당

비엔나에서 7박을 하는 동안 첫날과 할슈타트 1박을 제외하고 5일을 이곳에서 생맥주를 마셨다. 3일째부터는 나를 알아보고 미소를 주고받을 정도로 얼굴을 익혔다.

생맥주 한 잔이 비워갈 때면 나를 보며 “more?(한 잔 더?)”라고 물어보는데, 나의 대답은 항상 “콜!”이었다. 우리는 서로 마주 보며 웃었고, 도파민과 세로토닌이 폭발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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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 생맥주의 낭만

생맥주 한 잔의 행복

시원한 라거 맥주를 손에 쥐고, 중앙역을 오가는 수많은 여행자들을 바라보며 행복에 젖는다. 이번 비엔나 여행을 돌아본다. 원래는 오늘이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었다. 하지만 비엔나의 아름다운 매혹에 이끌려 며칠 더 머물기로 했다.

비엔나 시내 가성비 좋은 호텔 리뷰

지난 파리 여행에서는 집시와 흑인의 강매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비엔나는 달랐다. 몇몇 호객 행위는 있었지만 부담스럽지 않았다. 비엔나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익명의 대중성은 나의 여행 취향을 완벽하게 저격했다.

비엔나에서의 체류를 이틀 더 연장했다. 마음 같아서는 일주일 더 머물고 싶었지만, 거래처와의 유지보수 등 현실적인 이유로 이틀 연장이 최선이었다. 귀중한 이틀을 의미 있게 보내기로 다짐한다. 은은한 취기가 여행의 즐거움을 한층 더 배가시킨다.

내일 오전엔 에곤 실레의 작품이 많은 레오폴트 미술관, 오후에는 합스부르크의 영광을 상상해 볼 쇤부른 궁전을 갈 예정이다.

▶ 다음 회(제14회) 계속 읽기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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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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