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스트 빈센트 반 고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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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스트 빈센트 반 고흐

빈센트 반 고흐는 에세이스트 이미지가 강하다. 그의 불행한 삶은 편지를 통해 영혼과 철학을 탐구한다. 고흐의 편지는 에세이에 가까운 서간문으로 자신의 삶은 무엇으로 빛나는지에 대한 호기심과 운명에 대한 의문이 녹아있다.

리틀 포레스트와 고흐의 오버랩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애써 오후의 여유를 부린다. 문득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달빛이 흐르는 하천에서 주인공 커플이 다슬기 줍는 영상이다. 대형 스크린에서만 느낄 수 있는 스펙터클한 아름다운 영상으로 기억하고 있다. 고흐가 살았던 아를의 밤 풍경인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이 오버랩되었던 장면이기도 했다.

삶에 지친 고흐를 생각하다

가끔 고흐를 생각한다. 학생 시절 그의 작품에 관심을 가졌을 때에는 공중부양한 듯한 몇몇 작품을 보고 데생에 의심을 품었다. 그때는 화가의 기준을 사진과 같은 높은 싱크로율을 중요시했기 때문이었다.

고흐는 37년의 생애 중에서 화가로서 본격 활동은 고작 7년에 불과했다. 스케치 그림은 여러 점 팔렸지만, 권총 자살을 하던 해인 1월에 그린 <붉은 포도밭> 유화 한 점이 팔렸을 따름이었다.

고흐를 알아갈 무렵에는 작품의 예술성보다는 그의 삶에서 연민과 사랑을 품었다. 고흐는 평생의 슬픔과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한많은 생을 마쳤다. 스티브 잡스는 ‘죽음은 인간 최고의 발명품’ 이라는 추상적 표현을 남겼지만, 고흐는 하늘에 도달하기 위한 운송수단은 병마라는 직유로 죽음을 택했다.

그래서일까, 삶에 지친 고흐가 눈을 감기 전 동생 테오에게 마지막 남겼던 말은 ‘이 모든 것이 끝났으면 좋겠어’ 였다.

그 무렵 고흐에 대한 호의적인 평론도 <고독한 화가 빈센트 반 고흐>란 제목으로 처음 미술잡지에 실리기도 했다. 이제 막, 고흐의 진가가 발휘되고 테오의 뒷바라지가 결실을 맺을 무렵, 고흐와 테오는 6개월 간격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고흐의 삶과 예술은 불행한 사람들에게는 연민과 사랑을 품었지만 정작 자신에게는 평생의 슬픔과 고통을 헤어나지 못한 채 恨많은 생을 마친 것이다. 안타깝고 슬픈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에세이스트의 시선으로 다시 보기

나에게 있어서 고흐는 화가보다 에세이스트 이미지가 강하다. 유명 화가로서는 역차별을 받고 있는 듯한 상황이다. 마치 프리다 칼로의 예술적 화가 이미지는 장애를 극복한 인간승리의 이미지가 가려지고, 에릭 사티의 음악은 수잔 발라동의 이미지에 가려지듯이 고흐의 그림은 자신의 처절한 생애에 묻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었다.

편지로 엿보는 고흐의 영혼과 철학

누가 나에게 예술과 문학의 맛을 묻는다면 고흐의 편지를 읽어보라고 하겠다. 고흐의 편지에는 그의 영혼이 담겼고 사유의 문체는 에세이에 가깝다. 그의 편지에는 일상의 이야기 못지않게 예술론, 문학론, 운명론 등의 철학이 서려있다. 오늘 고흐의 책에서 나의 책갈피를 들여다보며 고흐의 철학을 되짚어 본다.

한때 전도사로 신앙생활을 했던 그의 일상의 이야기에는 종교는 물론이고 예술론, 문학론, 운명론 등의 철학이 서려있다. 고흐는 고대 소포클레스, 러시아, 독일 문호들의 작품을 섭렵하고 영문학과 프랑스 문학을 원문으로 읽을 정도의 어학과 문학적 소양을 갖춘 문학인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사람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다. 더불어 살아가는 요령이 부족해서였겠지만 좀 더 냉철히 생각해 보면 경제적 무능도 한몫했다고 볼 수 있겠다.

고흐의 예술, 문학, 운명의 철학

고흐는 종교나 예술이 꼭 그렇게 신성할까? 라는 의문을 가지기도 했다. 전도사와 화가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일 것이다. 아니, 직접 경험이 없더라도 주변에서 느끼는 생각만으로도 짐작이 가는 의문이다. 종교나 예술에서 신성함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일반인까지 신성함을 꼭 찾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오히려 그런 선입견이 소통의 장벽이 되지 않을까 싶다.

나에게 신성함을 묻는다면 욕망을 비워내는 고흐의 다음과 같은 편지로 대신하겠다. 캔버스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삶도 무한하게 비어 있는 여백. 우리를 낙심케 하며 가슴을 찢어놓을 듯 텅 빈 여백을 우리 앞으로 돌려놓는다. 그것도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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