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비엔나 여행(제1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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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건축물의 시간 여행
비엔나 교외의 음악가 묘역을 떠나 71번 트램을 타고 시내로 향한다. 제체시온에 가기 위해 Opernring 역에서 하차한다. 오늘은 걷기에 안성맞춤의 날씨이다. 도보로 10여 분 거리라 지도를 보며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비엔나 시내를 걷다 보면 가끔은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을 받는다. 고풍스러운 중세 건축물이 마치 오래된 이야기 속으로 나를 안내하는 것 같다. 우아한 건물을 하나하나 감상하며 걷다 보니 저 멀리 황금빛으로 빛나는 돔이 눈에 들어온다. 내가 지금 찾아가는 제체시온(Secession)이다.
제체시온(Secession)
제체시온의 이름은 라틴어 ‘secedo’에서 파생된 단어인데 단절 또는 분리를 의미한다. 19세기 비엔나의 예술계는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분위기였다. 이에 반발한 진보적 예술가들이 모여 1897년에 세운 미술관이 바로 제체시온이다.
빈 분리파에는 구스타프 클림트, 에곤 실레, 오스카 코코슈카 같은 예술가들이 있었다. 이들의 모토는 건물 입구 천장에 새겨진 “Der Zeit ihre Kunst, der Kunst ihre Freiheit”,이었다 ‘시대에는 예술을, 예술에는 자유를’ 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가슴이 뭉클한 기분으로 티켓 창구에 들어섰다. 국적만 체크하고 티켓팅 없이 바로 입장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오늘이 비엔나 ‘문화의 날’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매월 첫 번째 수요일은 무료입장이었다)
오늘 1층 전시장은 특별히 영상 감상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었다. 이미 좌석이 가득 차서 곧장 지하 전시장으로 발길을 재촉하듯 내려간다. 이곳에는 내가 보고 싶어 하던 클림트의 ‘베토벤 프리즈(Beethoven Frieze)’의 벽화가 있는 곳이다. 베토벤 프리즈는 클림트의 주요 작품 중 하나로, 그의 불후의 명작인 ‘키스’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베토벤 프리즈(Beethoven Frieze)
제체시온 건물의 지하로 들어선다. 클림트 특유의 금박 색채가 생동감 있게 표현된 작품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베토벤 프리즈는 천장 아래 세 군데 벽을 따라 세 가지 주제로 그려져 있다.
왼쪽 벽에는 인간의 고통과 투쟁이, 중앙 벽에는 상징적인 괴물과의 싸움이, 오른쪽 벽에는 예술과 사랑 그리고 이상적인 행복이 표현되어 있다. 베토벤 프리즈는 베토벤의 9번 교향곡을 모티프로 제작되었기에 헤드폰으로 베토벤의 <합창>을 들으며 감상할 수가 있다.
감동의 순간, 환희의 송가
왼쪽 벽에서 시작된 고통과 투쟁이 궁극의 행복으로 승화되는 오른쪽 벽에서 두 사람의 포옹 장면에 시선이 멈춘다. 그리고 헤드폰을 통해 울려 퍼지는 환희의 송가를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솟는다. 그저 두 눈을 감을 수밖에.
클림트의 베토벤 프리즈는 단순한 그림 이상의 무엇인가를 담고 있었다. 살면서 클리셰로 진부하게 외치는 삶의 희로애락을 새삼 느끼게 하는 순간이었다.
베토벤 프리즈 감상을 마치고 옆 전시실로 이동했다. 그곳에는 막스 클링거의 작품인 베토벤 조각이 있었다. 한동안 말없이 베토벤 흉상을 바라보며 ‘운명아 비켜라, 내가 나아간다’라는 독백을 마음속에 흘려보냈다.
비엔나의 중앙역 단골 펍으로
오늘 오후의 일정은 제체시온과 에곤 실레의 작품이 있는 레오폴트 미술관 관람이었다. 그러나 클림트의 베토벤 프리즈를 감상하며 많은 시간이 흘렀다. 에곤 실레 그림이 있는 레오폴트 미술관은 내일로 미루기로 한다.
제체시온을 나오니 생맥주 생각이 간절하다. 시원한 생맥주를 마시며 나와의 대화를 나누며 제체시온에서 느낀 예술과 비엔나의 매력을 한껏 만끽하고 싶다. 비엔나 중앙역에 있는 단골 펍으로 향한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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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 제체시온 정보 (202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