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비엔나 여행(제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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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 시차 7시간
간밤에는 장시간 비행에 따른 피로로 일찍 잠이 들었다. 새벽 3시에 눈이 뜨였다. 비엔나의 새벽 3시는 한국의 오전 10시이다. 시차에 따른 기상이다. 호텔 조식을 마치고 여권을 찾느라 분주했던 마음을 모닝커피로 컨디션을 끌어 올린다.
여행 첫날은 오전에 벨베데레 궁전, 오후에는 호프 궁전을 다녀올 계획이다. 한국에서 예약한 비엔나패스 바우처를 챙긴다. 벨베데레 궁전에 가기 위해서는 지하철 1호선인 슈티롤러 플라츠(Sudtiroler Platz)이나 트램 D번 슐로스 벨베데레(Schloss Belvedere)에서 하차해야 한다. 환승의 번거로움은 있지만 익숙한 지하철을 선택한다.
벨베데레 궁전의 입장 해프닝
벨베데레 궁전에 들어선다. 상궁과 하궁 사이에 있는 정원이 쾌청한 파란 하늘 아래로 펼쳐진다. 무척이나 아름답고 평안한 정원으로 꾸며져 있다. 천하의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도 벨베데레 궁전을 탐냈지만 이루지 못하고 여름 별장인 쇤부른 궁전에서 머물지 않았던가.
벨베데레 상궁을 한 바퀴 돈다. 상궁 뒤편 정원에는 입장 티켓을 사려는 관광객이 티켓판매소로 모여든다. 하지만 SOLD OUT(매진) 빨간 푯말이 그들을 실망하게 한다. 나는 속으로 비엔나패스 예약하기를 잘했다는 자뻑의 기분으로 상궁 입구로 의기양양하게 입장을 한다. 내 뒤를 따르는 한국인 모녀의 목에는 노란 비엔나패스 카드가 걸려 있다.
상궁의 입장 티켓을 체크하는 담당자에게 A4로 인쇄된 비엔나패스 예약 바우처를 제시한다. 바우처의 내용을 본 담당자는 티켓으로 바꿔오라며 입장을 거부한다. SOLD OUT 푯말이 있었던 티켓판매소에 달려가 티켓교환 요청을 하니, 티켓교환은 이곳이 아니라고 한다.
서툰 회화 탓에 더 이상 물어보지 못한 채 뒤 돌아 선다. 답답하다. 직접 인쇄한 예약한 바우처가 있는데도 입장을 못 하다니……
(이유는, 오후 일정인 호프 왕궁 입장 때 알게 된다. [제5화] 호프부르크 왕궁 비엔나패스 입장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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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의 한국인 You are happy!
다시 벨베데레 상궁의 입장 티켓을 체크하는 담당자에게 갔다. 아까 입장을 거부했던 담당자가 아니다.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바우처에 인쇄된 유효 기간과 휴대폰으로 받은 바코드 그리고 여권까지 제시하며 정당성을 제시하지만 역시나 입장을 거부한다.
지금 소지한 바우처에 뭔가 문제가 있는 듯하다. 하지만 왜 입장이 거부되는지 이유를 모르겠기에, 서툰 회화 실력으로 반복된 질문을 이어간다. 답답해하는 담당자가 나에게 잠시 옆으로 서 있으라고 한다.
뒤에 줄지어 있는 입장객을 먼저 보낸 담당자는 나에게 바우처를 달라고 한다. 나를 향해 못 말린다는 듯한 웃음을 지은 후, “You are happy!!!!!”라고 외친다. 바우처의 예약번호를 휴대용 티켓 체크기에 입력하더니 결국 입장을 허락한다.
정식 티켓은 아니지만 예약 티켓으로 융통성을 발휘해 입장시켜주는 것이다. 그리고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의지의 한국인’에게 미소를 짓는다. 나 또한 미소를 지은 채 “I am happy!!!” 로 화답해 줄 수밖에.
클림트의 “키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있다면 비엔나 벨베데레 미술관에는 클림트의 <키스>가 있다. 클림트의 <키스>는 벨베데레 궁전뿐만이 아니라 비엔나에 관광객을 끌어 모으는데 큰 몫을 하고 있다.
클림트의 <키스>는 다빈치의 <모나리자>처럼 외부로 불출되어 전시되지 않는다. 오직 벨베데레에서만 볼 수 있기에 비엔나 외에는 직접 감상할 수가 없다. 비엔나의 여행자들은 벨베데레 궁전의 역사보다는 클림트의 <키스>에 더 흥미를 가지는 것 같다.
클림트의 키스는 과연 웅장했다. 생각보다 크고 작품이 정사각형이라는 것을 이번에야 의식한다. 하지만 금빛이라는 선입견 때문인지 금박의 색상은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칙칙하다.
수년 전, 일본에서 감상했던 르누아르의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 작품에서 여성의 목걸이가 조명에 반사되어 반짝거렸던 것과 비교하면, 금박치고는 전혀 빛을 발하지 않는다. 작품 보관의 문제가 아닌지 모르겠다.
비엔나 세기말의 위기
클림트 <키스>의 작품은 많은 암시를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포커스는 남녀 키스의 황홀함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낭떠러지에 걸쳐진 여인의 발바닥은 불안을 느끼게 한다. 화려했던 합스부르크 왕국의 세기말 위기를 클림트는 이 그림에서 표현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비엔나의 예술인 에곤 실레, 코코슈카
벨베데레 궁전 미술관에는 클림트 외에도 에곤 실레, 코코슈카 등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이들은 당시 비엔나의 화제의 예술인들인데, 나는 에곤 실레에 관심이 많다. 클림트의 풍경화를 보니 에곤 실레의 화풍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는 느낌이 든다. 스승과 제자 관계에 따른 은연 중의 영향인지도 모르겠다.
에곤 실레의 그림 감상은 레오 폴드 미술관에서 본격적으로 감상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벨베데레에서 2~3시간의 오전 일정을 마친다. 오후엔 호프 부르크 왕궁의 시시황후(엘리자벳)를 만나러 가야한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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