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가족 여행 (제1화)
도쿄 여행 첫날
아내의 ‘두 번째 서른’을 기념해서 도쿄 여행을 떠난다. 아들은 회사 일정상 참가를 못하고 딸아이를 포함하여 세 명만이 가족여행을 떠난다. 아내와 도쿄행 비행기를 함께 타는 것은 신혼 여행 후 처음이다. 그간 회사의 일정 맞춰 따로따로 일본을 다녀와서이다. 20대의 마지막 해를 보내는 딸과 일본여행은 6년 만이다.
나리타공항의 입국 심사는 의외로 시간이 걸렸다. 입국자가 한꺼번에 몰려서였는데, 2시간 여가 소요되었다. 2016년 세 번째 IT개발 취업비자를 받고, 새벽 1시에 나리타공항의 맨 마지막 입국자가 되어 공항 내에서 노숙을 했던 때를 생각하면 견딜만 했다.
딸의 여행 정보력
이번 여행의 스케줄은 딸아이가 진행한다. 세 번에 걸쳐 6년 여의 일본 생활 경험이 있는 나보다, 가끔씩 일본 여행을 하고 있는 딸이 최신 여행 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숙소인 신주쿠로 가기 위해 예전처럼 직통기차인 N’EX(Narita Express) 창구에 줄을 선다. 딸아이는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왕복 티켓을 사야 한다며 다른 줄로 이동을 한다. 미처 생각하지 못 했던 우량 정보이다. 귀여운 영특함이 돋보인다.
딸아이는 구글 지도를 보며 호텔을 찾아간다. 체크인도 능숙하게 처리한다. 호텔에 여장을 풀고 일본에서 가장 높은 마천루가 있다는 아자부다이힐스로 이동한다. 일본의 지하철은 국철과 사철이 섞여 있다. 환승 때 검표원과 수작업 정산을 할 때도 있다. 딸아이는 이런 복잡한 노선과 개찰구를 전후좌우 둘러보고는 즉시 방향을 잡고 걷는다.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아자부다이 힐스를 찾는 이유
아자부다이힐스에 도착했다. 아자부다이힐스는 모리빌딩스가 개발한 언덕 위의 도시이다. 탁 트인 도쿄 전망과 세련된 건축물이 어우러진 풍경이 특징이다. 고급 주택가가 많고 세계적 명품 브랜드와 미슐랭 레스토랑이 있는 쇼핑가에서는 고급 분위기가 풍기는 곳이다. 나의 정서로는 사치스러운 곳이지만 한 번쯤 가보고 싶었던 이유가 있었다.
1989년 처음 일본으로 직장을 옮겼을 때, 대규모 도시개발 프로젝트 계획을 어렴풋이 들었던 적이 있었다. 당초에는 아크 힐스 프로젝트로 시작하였다. 30여 년이 지난 작년에서야 아자부다이 힐스로 완성되었다는 뉴스를 보았다. 30여 년 세월의 흐름을 느껴보고 싶었기에 도쿄 여행을 가면 꼭 가봐야겠다고 마음 먹었었다.
8시쯤 도착한 아자부다이 힐스 쇼핑가는 폐점 시간이 되어 하나둘 조명이 꺼지고 있었다. 쇼핑할 목적은 아니었지만 아쉽다. 아이쇼핑(Window shopping)을 하며 최신 트렌드를 구경하고, 멋진 레스토랑에서 아내와 딸에게 가족 여행 첫날 분위기로 저녁 만찬을 하고 싶었는데 말이다.
할 수 없이 쇼핑가를 나와 주변 산책로와 고급 주택가를 거닐어 본다.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다‘ 라는 상징어로 도쿄인의 향수를 자극한다는 도쿄 타워는 야간 조명으로 아름답게 빛을 내고 있었다. 신흥 주택지답게 깔끔하게 정리된 도로와 골목에서는 부유층의 분위기가 풍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1Q84’ 에 나오는 아자부(麻布) 노부인도 이런 분위기에서 살았을 거라는 소설 속 상상을 하며 다시 숙소로 향한다.
여행의 즐거움 그리고 가족
저녁 겸 맥주를 마시기 위해 이자카야를 찾았다. 8년 만에 마시는 일본의 생맥주는 역시 상쾌하고 맛이 좋다. 테이블 불판에서 고기를 구워주는 서빙 아르바이트생의 싹싹함에 하루의 피로가 풀린다. 술을 못 하는 아내는, 나와 딸아이의 건배만을 보고 조용히 미소를 짓는다. 행복한 시간이다.
숙소로 돌아 오는 길. 두 모녀가 나란히 걷는 뒷 모습을 보며 새삼 딸의 존재를 생각한다. 일본어 자격시험을 위해 일본어 공부를 했던 딸아이의 어학 실력이 생각보다 능숙하다. 지금껏 가족과의 여행에서 모든 진행을 내가 했지만 이제는 딸아이가 진행을 한다. 편하고 대견하기 그지없다.
지는 해, 떠오르는 해
황혼에 들어 선 우리 부부와 도쿄 여행의 핵인싸가 된 딸의 모습에서 ‘지는 해, 떠오르는 해’를 느끼게 한다. 싫지 않은 변화는 이번 여행 첫날의 강한 인상을 남겨주었다.
To be continued…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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