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파리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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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파리 여행(제1화)

아내의 해외 여행이 무산되었다. 직장내 바쁜 일정이 생겨 휴가를 낼 상황이 못 되는 것이다. 대신 나 홀로 파리여행이라도 할까? 라는 생각을 한다. 아직 일본 외에는 해외 여행을 해본 적이 없어서인지 신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인다. 특히 파리가.

파리의 첫 여정

파리 드골공항의 입국장을 빠져나온다. 내 이름이 적힌 종이 푯말이 곧장 눈에 띈다. 순간 움찔한다. 여행사의 무료 픽업 서비스로 한국 알바 유학생이 나올 줄 알았는데 흑인 외국인이 나왔기 때문이다. 밤늦게 혼자 여행 오는 여성에게는 두려움이 생길 것 같은 분위기다. 픽업자는 파리로 이민 온 아랍계 에뜨랑제 같다. 그래도 웃는 인상이 좋고 친절하다. 

기본 프랑스어를 열심히 익혀왔지만 막상 프랑스인을 대하면 우리말이 아닌 일본어가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아마도 외국어를 해야 한다는 초긴장 최면에 걸려서인 듯하다. 나에겐 생활회화가 가능한 유일한 외국어는 일본어이니까.

공항 주차장을 빠져나오는데 건너편으로 눈에 익은 간판이 보인다. 할인마트 까르프(Carrefour)다. 이제는 정확히 발음할 수 있다. 프랑스어를 공부하지 않았다면 까르프를 캐어ㄹ-포ㄹ- 라고 발음했을 것이다. 한때 ‘날마다 매일’ 이라는 의미의 뚜레쥬르(Tous Les Jours) 제과점 간판을 읽을 때, 왜 발음이 안 되는 자음 S가 단어 마지막에 나오는지 궁금했다. 프랑스어 무음 특징을 이번 여행을 통해 알게 된 것도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교통정체 없이 호텔에 도착했다. 픽업을 마친 운전자에 게 기분 좋은 Merci~ 와 함께 5유로의 팁을 건넨다. 신혼여행 이후 20여 년 만에 처음 건네는 팁이다. 팁 문화는 나에게 여전히 어색하다. 서로 하얀 이빨만 드러낸 채 눈인사를 나누고 돌아선다.

호텔 체크인과 Deposit

호텔 체크인을 진행한다. 바우처에 예약 정보가 있기에 프런트 직원과 대화가 필요 없겠지만 그래도 긴장된다. 아니나 다를까 금발의 프런트 여직원이 갑자기 나에게 말을 건넨다. 무슨 말인지 몰라 당황하는 순간, 언뜻 deposit 단어가 들린다. 선불 보증금을 위한 카드를 달라는 것 같다.

지금껏 세상을 살면서 보증금이라는 말에 항시 주눅 들어 살았지만, 이 순간에는 보증금(deposit)이라는 단어가 왜 그렇게 반가운 말인지 모르겠다. 자신 있게 카드를 꺼내 체크인을 마친다.

2인용 룸이지만 나 홀로 여행이기에 남은 침대가 아깝다. 창문을 열어 호텔 주변을 둘러본다. 시내 중심가가 아닌 변두리 호텔이라 말로만 듣던 고속열차 TGV가 지나가는 것이 보인다. 침대에 벌렁 누워 팔베개를 하고 천장을 바라본다.

미학적 분위기가 전혀 없는 건조한 인테리어의 이 방에서 앞으로 나흘을 묵게 된다. 여기가 정녕 내가 상상하는 예술의 도시 파리란 말인가! 일단 판단을 유보한다. 좀 더 파리를 살펴본 다음에 판단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인천공항서 오전 10시에 출발했지만 파리의 시간은 아직 늦은 오후다. 여장을 풀고 쌍테 밀리옹 역(ST-emilion) 호텔 주변인 벨라시 빌라쥬(Bercy Village)를 산책한다. 예전 와인공장이 있던 곳이라 창고 건물을 개조한 카페와 폐선로가 어우러져 있다. 빈티지 분위기가 풍기는 동네다.

구글 앱지도에 의지하여 지하철을 타고 세느강을 찾아 나선다. 어둑해진 세느강 지하철 출구를 나와 고개를 드는 순간, 나도 모르게 아! 하는 탄성이 흐른다. 말로만 듣던 에펠탑이 야간 조명에 빛나고 있다. 법정 스님이 히말라야의 안나푸르나를 처음 보면서 아! 하는 탄성이 나왔다던데, 바로 이런 느낌이었을까?

에펠탑과 도쿄타워 그리고 N서울타워

각각의 특징을 지닌 건축물이지만 에펠탑의 포스에 사로잡히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언젠가 읽었던 <논란의 건축, 낭만의 건축-정대인>에 서 에펠탑에는 예술과 산업,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서로 상반된 의미로 공생한다고 했다. 너무 포괄적이고 영혼 없는 평이다.

N서울타워가 최고라고 하면 국수주의로 몰리고 에펠탑이 최고라고 하면 사대주의로 들이대는 이분법적 구분은 이제 의미가 없다. 나는 지금, 난생처음 눈앞에 두고 탄성을 지르는 에펠탑 앞에서는 오직 낭만의 예술만이 느껴질 뿐이다. 여행의 설렘이 가미된 낭만까지.

 세느강의 야경 윤슬

세느강의 야경을 감상하고자 바토뮤슈 유람선을 탄다. 수학여행 온 듯한 학생이 많은 관계로 유람선은 다소 어수선하다. 아들은 아빠 말을 잘 듣지 않고 딸은 엄마 말을 잘 듣지 않듯이, 어디를 가나 학생은 선생님 말을 잘 따르지 않는 모양이다. 하긴 그런 모습이 학생의 모습이다. 어른 같이 점잖은 학생의 모습은 애늙은이를 보는 듯한 거북함이 있다.

바토뮤슈에서 두 명의 한국인 숙녀를 만났다. 반가운 마음으로 인사를 나눴다. 한국을 떠난 지 몇 시간이 되었다고 벌써 같은 민족이라며 학연, 지연, 혈연의 프레임에 갇히는지 모르겠다.

뒷좌석은 일본의 젊은 연인이 앉았다. 남자 친구는 시종일관 여자 친구를 위해 셔터를 누르고 세느강에 대한 내레이션을 이어간다. 들려오는 둘의 대화를 가만히 듣다 보니 자상한 남자친구라는 느낌이 든다. 아내가 생각난다.

도회적 야경도 목가적 풍경 못지않게 아름답다. 세느강의 야경도 역시나 아름답다. 햇빛이나 달빛이 아닌 잔물결에 일렁이는 윤슬이 어둠에서도 유리알처럼 눈부시다. ‘오 샹젤리제’ 노래가 흐른다. 후렴구에서 모두가 합창을 한다. 가사를 모르는 나는 허밍으로나마 분위기에 녹는다. 파리의 느낌에 젖어간다.

에비앙과 보르도

시차를 잊은 파리의 낭만

파리의 낭만과 세느강의 야경을 만끽하는데 자꾸만 나도 모르게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생각해 보니 한국 시간으로는 새벽 5시다. 시차를 깜박했다. 세느강 유람을 마친다. 호텔에 들어가기에 앞서 슈퍼에 들른다. 평상시 같으면 맥주를 사겠지만 오늘은 프랑스의 대중적 와인이라는 보르도 한 병을 샀다.

프랑스에 왔으니 와인의 맛을 음미해야겠길래. LPGA 에비앙 골프로 익숙한 에비앙 생수도 샀다. 와인을 마시며 파리 첫날의 피로를 풀며 수면에 든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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