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비행기 A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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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파리 여행(제12화)

드골 공항에 도착했다. 귀국 비행기를 체크인하면서 뜻밖의 즐거움이 생겼다. 파리 왕복 예약은 에어프랑스기로 했지만 공동운항에 의해 귀국 비행기는 대한항공기다. 그것도 그토록 꿈에 그리던 A380 비행기다. 가벼운 흥분이 인다. 에어프랑스기로 파리로 향하던 설렘보다 A380 비행기로 귀국하는 설렘이 더 크는 듯하다.

물리 선생님과 베르누이

비행기 원리에 대해 처음 관심을 가졌던 것은 고교시절이었다. 고3 때 담임이 곰돌이라는 애칭의 물리 선생님이었다. 학급 미화부장이었던 나는 담임으로부터 물리의 주요 공식을 건네받았다. 그 자료를 매직 캘리그래피로 편집하여 교실 벽면을 장식했다.

나는 비록 영포자이긴 했어도 수학, 물리는 지루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담임의 물리 자료를 가지고 환경정리하는 게 즐거웠다. 그때 기억에 남은 이름이 의사이자 물리학자였던 베르누이였다. 비행기가 뜨는 원리와 투수의 커브볼 원리라는 ‘베르누이 정리’가 무척 인상 깊었다. 어서 빨리 비행기를 타고 베르누이 원리(실제는 쥬코프스키 이론)를 실감하고 싶었다.

1989년 일본으로 직장을 옮기면서 처음 비행기를 탔다. 노스웨스트 항공의 4발 엔진의 747 점보 비행기였다. 당시로서는 가장 큰 비행기였다. 김포공항 활주로를 굉음과 함께 이륙하던 그날의 흥분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마치 이륙과 함께 내 자신의 신분이 상승된 듯한 흥분이었다.

그렇지만 베르누이 정리를 실감할 수는 없었다. 이렇게 큰 점보 비행기가 뜬다는 체험을 하면서도 이론의 원리를 좌석에 앉아 느낄 수 없었던 것이다. 이후 여권의 스탬프가 늘어가면서 한계효용체감의 법칙 때문이었는지 비행기에 대한 흥분은 무감각해져 갔다. 아침이면 해가 뜨고 저녁이면 해가 지듯이 비행기는 당연히 이륙을 하는 비행체라는 팩트 외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A380의 관심

90년 대에 들어와 이라크 후세인과 걸프전 긴장이 고조될 무렵 뉴스를 통해 A380 소식을 처음 들었다. 747점보기 보다 훨씬 크다는 것에 대한 관심이 호기심으로 다가왔다. 이후 A380 관련 소식은 프로젝트 발표부터 오늘까지 여러 매체를 통해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었다.

관심이란, 재계의 대표적 라이벌 구도인 코카콜라 vs 펩시, 포드 vs GM과 같은 에어 버스 vs 보잉의 라이벌적 경쟁과 A380에 적용되는 최첨단 물리과학이었다. 제작과 시험비행, 상업비행까지 A380 관련 다큐멘터리도 빠짐없이 보았다. 엔진 4발의 2층 구조로 최대 800여 명까지 탑승 가능한 이 거대한 비행기를 경험할 날을 손꼽아 기다렸었다. 그날이 오늘인 것이다.

예상대로 출국 수속의 줄이 길어진다. 파리 테러 여파로 수화물 검사 외에도 신체검사까지 한층 강화되었다. 특수 약물을 벨트의 박클에 묻혀 총기의 화약반응까지 측정한다. 평소 출국 검사보다 오랜 시간이 소요되어 검사자와 피검사자 모든 힘든 모습이다.

다행히 미리 서둘러 공항 수속을 진행한 관계로 여유 있게 출국 심사를 마친다. 이제 프랑스 국경을 넘어 벌써 우리나라에 들어선 느낌이다. 면세점에 들러 아내의 생일 선물을 산다.

A380의 내부와 특징

드디어 A380에 탑승하여 지정된 복도 좌석에 앉는다. 창가 좌석에는 신혼부부가 이미 자리하고 있다. 기내식 후 신혼부부는 곧장 수면에 든다. 나는 생각지도 못했던 A380 탑승의 설렘에 식곤증이 달아났다. A380의 실내 인테리어를 샅샅이 살펴본다. 화장실에 가서도 마찬가지다.

현존 여객기 가운데 객실 소음도가 가장 낮다는 A380. 예상대로 타 항공기에 비해 좌석과 화장실이 넉넉하다. 동체가 커서인지 떨림이 적고 묵직한 안정감이 느껴진다. 차량으로 말하면 승차감이 아주 좋다.

자신의 버킷리스트 5위가 Fly first class라는 유튜브 영어 강사가 난다. 나도 아직 퍼스트 클래스를 타본 적은 없다. 주로 일본을 왕복했기에 퍼스트 클래스를 타야 할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내 체형으로는 A380 이코노믹으로도 장거리 여행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Fly first class에 탑승할 기회가 되면 결코 사양하지는 않겠지만. 비즈니스석과 일등석의 인테리어가 궁금하다.

A380
A380 퍼스트클라스

A380의 아쉬운 종말

기내등이 소등되고 파리 여행의 여독과 맥주의 취기에 나도 스르르 잠이 든다. 3년 후, A380의 종말을 전혀 상상하지 못한 채 말이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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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며

2019년 2월. 프랑스 에어버스사에서는 A380 항공기 판매 부진에 따른 단종을 공식 발표했다. 30조 원이 넘는 초대형 장기 프로젝트였지만 상업 비행 14년 만에 콩코드기와 같은 단명의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A380의 조기 단종 결정은 “콩코드 오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것 같다. 참으로 아쉬운 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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